같은 증상으로 두 번째 응급실 방문을 했다.
응급실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뻔했기 때문에 정말 오기 싫었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다. 와서 조치 받는 수 밖에는... 갈색토하고 열나고 설사하고 난리치고 있으니, 일단 당장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응급실에서의 대응은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같은 원인으로 또 왔으니 입원을 해서 검사해보고 치료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입원가능한 병실이 특실 밖에 없다. 특실에 입원할 거 아니면, 일반 병실이 나는걸 24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안나면 다시 2차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
정말 힘들었지만, 도저히 1일에 120만원 하는 곳에 입원할 자신은 없어서, 자리가 나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지만, 역시나 24시간 내에 병실이 나지 않았다.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는 알 것 같다. 자리가 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단지 우선순위에 밀렸을 뿐.
분명히 문제가 있어, 반복적으로 이렇게 응급실에 오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어떠한 대응도 해주지 않고 계속 2차병원으로 보낸다. 이번에는 인천힘찬종합병원으로 전원결정이 났다.
힘도 돈도 없는 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보내는대로 무기력하게 흘러간다.
처음 오는 인천힘찬병원은 지금까지 입원했던 병원들 중에 가장 쾌적했다. 넓은 개인공간과 깔끔한 입원실. 친절한 간호사. 문제가 있다면, 내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이 곳에와서도 고열, 구토, 설사 등이 계속 되었고, 거의 매일 같이 하는 피검사에서는 염증 수치가 계속 높아져 갔다. 항생제니, 구토방지제니, 지사제니 하는 온갖 약들이 듣지 않았다. 마치 TPN 수액을 몸 속에서 넣어서, 구토와 설사로 배출해 내는 기계가 된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깨어있으면 주기적으로 구토와 설사를 했고, 열이 오르면 또 비몽사몽 하다 잠이 들었다. 시트와 옷을 하루에 몇 번씩 갈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3일이 지나자, 힘찬병원의 담당 의사가 항복 선언을 했다. 염증이 증상을 아무리 조절하려해도 심해지기만하고, 염증수치가 너무 높게 올라서 더 큰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다시 아산병원 응급실로 가볼 것을 권한 것이다.
저... 선생님... 저 이 병원 저 병원에서 토스 당하고 있는 건가요...?
어쩌겠는가. 의사가 더 이상 조치하기 힘들다는데... 하라는 대로 해야지. 이대로 다시 서울아산병원에 세 번째 실려가면, 이번엔 어떤 대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할 따름이다.
당신들이 보낸 2차병원에서는 더이상 조치가 불가능하다는데..??
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록
- 암 체험기 #1 - 암에 입문하다. (위암 4기 소견을 듣다)
- 암 체험기 #2 - 알고보니 세상에 암환자가 이렇게 많더라.
- 암 체험기 #3 - 이 순간만큼은 드라마 속 주인공 (위 전절제 수술 전 진료와 검사)
- 암 체험기 #4 - 꼭 떠나야만 하겠니? to 위장 (위암 수술 전 준비과정)
- 암 체험기 #5 - 안녕, 위장아. 그동안 수고했어. (개복 수술)
- 암 체험기 #6 - 끝까지 확실하게 박멸해야 합니다. (암의 병기(기수) 확정과 항암치료 계획)
- 암 체험기 #7 - 내 몸에 융단폭격 (항암치료)
- 암 체험기 #8 - 잠시 일상으로... (재발하기 전까지 폭풍전야)
- 암 체험기 #9 - 매복이다!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막아라~! (암 재발을 알리는 이상신호)
- 암 체험기 #10 - 주치의에게 치료받고 싶다구요..ㅠ (2차 병원으로 전원 입원)
- 암 체험기 #11 - 위암이 식구가 늘어서 집하나 더 마련했다네요 (복막전이, 다시 항암치료 시작)
- 암 체험기 #12 - 항암이고 수술이고 경력자인걸...(두번째 항암제, 두번째 수술)
- 암 체험기 #13 - 새로운 제약사항을 획득하셨습니다. (두 번째 수술 후 일상생활 복귀)
- 암 체험기 #14 - 믿어야 할까? 따로 살 길을 찾아봐야 할까? (임상실험, 다른 치료법, 교차검증 고민)
- 암 체험기 #15 - 다른 의사의 의견도 들어볼께요. (교차검증, 고대구로병원 복강내항암)
- 암 체험기 #16 - 사이람자 너 마저... (2차항암 치료 실패, 증상)
- 암 체험기 #17 - 인생 최악의 크리스마스 (기약없는 입원대기, 다시 응급실 행)
- (현재 글) 암 체험기 #18 - 저는 탁구공인가요. 핑퐁하지 말고 제발 치료해줘요. (2차병원에서 다시 상급종합병원으로 응급실행)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