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옵션을 알아 보기 위한 시간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다니던 서울아산병원에서 잘 해주겠거니... 하고 전적으로 맡겼었는데, 이렇게 다른 병원을 알아보자니 왠지 바람피우는 행위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내 목숨을 걸고 상대는 신경쓰지도 않는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타 병원에서 진료를 이어서 받고 싶으면,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서의 소견서와 진료기록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담당 의사에게 요청해야한다. 즉, 내가 따로 알아보고 있다는 것을 담당의사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냥 얼굴 두껍게 생각해야지.
서울아산병원의 규모와 인파에 익숙해져있어서인지, 고대구로병원은 아담하고 한적하게 느껴졌다. 복강내항암은 위장관외과에서 하고 있는 항암치료 임상실험이었다. 항암치료는 종양내과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복강내에 항암제를 직접투약하는 방식이라서 그런가보다.
알아보니 복강내항암이라고 해서 배에 주사를 찔러 넣는 방식일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배에 케모포트를 심어서 주입하는 방식이었다. 의사는 일단 지금 예정되어있는 사이람자 항암을 우선적으로 시도해 보고, 치료가 잘 되면 좋겠지만 혹여 잘 되지 않았을 때의 대안으로 자신에게 오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해주었다. 자신의 임상실험만 생각한다면 바로 참가해 주시는게 본인에게는 좋다고 넉살스럽게 웃으며 덧붙이는게 왠지 신뢰가 갔다.
이 실험을 담당하는 의사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의사들과는 다르게 이것저것 매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내 가족에게 한다면 이렇게 할 거 같다는 식으로 최대한 환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솔직히 이 곳에서 의견을 들어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미리 다른 수단들을 알아보는게 시간낭비라는 생각을 머리 한 구석에 가지고 있었다. 아내가 알아보자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다녔다라는 느낌이 강했다. 추후에 상황은 그 때가 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그 상황이 되었을 때 알아보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듯 했다.
하지만, 고대구로병원에서 의견을 듣고나니 와서 한 번 들어보기 잘했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일단 사이람자로 치료를 받고나서 결과에 따라 대응한다로 바뀌는 것은 없었지만, 만약을 위한 대비책이 마련되었다는 느낌과 또 다른 전문가가 같은 내용을 한 번 더 검토해 준 의견을 들었다는게 심적으로 많이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아내에게 하니, 아내도 자신의 노력이 헛된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았다는게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는지 내게 한 마디 했다.
내 말을 잘 들으면 어떻다고?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록
- 암 체험기 #1 - 암에 입문하다. (위암 4기 소견을 듣다)
- 암 체험기 #2 - 알고보니 세상에 암환자가 이렇게 많더라.
- 암 체험기 #3 - 이 순간만큼은 드라마 속 주인공 (위 전절제 수술 전 진료와 검사)
- 암 체험기 #4 - 꼭 떠나야만 하겠니? to 위장 (위암 수술 전 준비과정)
- 암 체험기 #5 - 안녕, 위장아. 그동안 수고했어. (개복 수술)
- 암 체험기 #6 - 끝까지 확실하게 박멸해야 합니다. (암의 병기(기수) 확정과 항암치료 계획)
- 암 체험기 #7 - 내 몸에 융단폭격 (항암치료)
- 암 체험기 #8 - 잠시 일상으로... (재발하기 전까지 폭풍전야)
- 암 체험기 #9 - 매복이다!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막아라~! (암 재발을 알리는 이상신호)
- 암 체험기 #10 - 주치의에게 치료받고 싶다구요..ㅠ (2차 병원으로 전원 입원)
- 암 체험기 #11 - 위암이 식구가 늘어서 집하나 더 마련했다네요 (복막전이, 다시 항암치료 시작)
- 암 체험기 #12 - 항암이고 수술이고 경력자인걸...(두번째 항암제, 두번째 수술)
- 암 체험기 #13 - 새로운 제약사항을 획득하셨습니다. (두 번째 수술 후 일상생활 복귀)
- 암 체험기 #14 - 믿어야 할까? 따로 살 길을 찾아봐야 할까? (임상실험, 다른 치료법, 교차검증 고민)
- (현재 글) 암 체험기 #15 - 다른 의사의 의견도 들어볼께요. (교차검증, 고대구로병원 복강내항암)
- 암 체험기 #16 - 사이람자 너 마저... (2차항암 치료 실패, 증상)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