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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체험기 #13 - 새로운 제약사항을 획득하셨습니다. (두 번째 수술 후 일상생활 복귀)

두 번째 수술 후.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일상생활에는 뚜렷한 제약사항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약사항 1. 소화액 역류가 심해, 몸을 45도 이상으로 눕히면 몇 분도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이 날 이후로는 거의 앉은 자세에 가까운 상태로 자야했고, 이 악조건에서도 그나마 편안한 자세를 찾기 위해서 모션베드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소화액으로 인해 항상 가슴이 타들어가는 통증이 있었고, 이게 혹시나 수술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 수술 부위가 좀 아물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버텼지만, 결국 세 번째 수술을 하기 전까지 이 증상은 지속되었다.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은 참기 힘든 울렁거림으로 심화되고 결국에는 소화액을 토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 증상이 조금 완화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제약사항 2.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수 없게되었다. 맵고 짠 요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치명적인 제약으로,  작은 김치조각만 먹어도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순하디 순한 음식들만 먹으려니, 물려서 김치생각이 간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제약사항 3. 수술할 때 삽입했던, PICC(말초삽입형 중심정맥관)를 그대로 달고 퇴원했다. 그래서 이 PICC를 관리하기 위해서, 이틀에 한 번씩 헤파린을 관에 주사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PICC 부위 드레싱을 해야한다. 특히 이 드레싱은 관부위를 깨끗히 소독하고, 새로운 PICC용 밴드로 교체하는 작업을 포함하는데 한 팔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내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제 진짜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관리도 안되는 상황) 또한, PICC가 삽입되어 있는 팔로는 이제 무거운 것 드는 것도 안된다. (=남성으로서의 기능상실) 이 PICC에 대해서는 조금 할 말이 많은데, 처음 PICC를 달았던 이유는, 중심정맥관용 수액으로 동일 시간 더 고용량의 영양을 공급받기 위해서 였다. 이걸 유지하면 앞으로 정맥주사도 이 관을 통해 맞을 수 있고, 채혈도 가능해서 정맥주사 맞을 때의 고통을...

암 체험기 #8 - 잠시 일상으로... (재발하기 전까지 폭풍전야)

  누구나 그렇다.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되도록 좋은 미래를 생각하고 싶어하는게, 모두의 바람이다. 암환자는 더더욱 그렇다. 주변에서 좋은 말. 희망적인 말. 암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겨울정도로 늘어놔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역시 그랬다. 배를 갈라서 위를 완전히 도려낸 것 치고는 회복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런게, 수술한 지 한달 만에 일반식으로 식사량이 1인분을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마시는 것과 먹는 속도만 조금 조절하면,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도 없이 잘 먹었다. 몸무게는 수술전 94kg에서 수술 후 72kg 까지 줄었다가. 75~76kg 정도로 정착되었다. 샤워를 하고 거울 속에 내 모습을 보면,  생전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20대 중반때의 균형잡힌 몸매가 그 속에 있었다. (개복수술 하느라 생긴, 세로 일자의 흉터도 영광스런 흔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25년 4월. 계획된 마지막 8차 항암까지 무사히 마치고, 이제 잘 관리만 하면 5년 후에 완치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홀가분 했는지 모른다. 작년 9월 암진단을 받은 이후로, 멈춰져있던 내 사회생활에 대한 계획이 다시 돌기 시작하고, 슬슬 일 관계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하기 시작했다. 너무 큰 일을 벌였다가, 몸이 다시 나빠지기라도 하면 여러사람 피해 볼까봐 혹시나 그런 상황이라도 스스로 수습 가능하도록 일을 만드는 것을 주 목표로 했다. 일에 당장 매달리는 것보다, 차라리 이 기간에 스스로 갈고닦아 완전한 준비가 되었을 때 더 완벽한 모습으로 복귀하고 싶었다. 다행히 아직은 집안의 재정상태도 괜찮다. 특별히 아끼지 않았어도, 암보험, 실비 이 두 보험으로 치료비 생활비가 충당되어, 최소 반년정도는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고,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으로, 대략 다음 일년 정도도 돈 벌 생각 안하고 지내도 되니. 조금 여유를 두고 몸상태를 올리고 싶었다.  (그동안 하고 싶은 공부,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드라마,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