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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6의 게시물 표시

[일기] 2026년 3월 2일 - 쓸데없는 참견. 아직 남은 자존심.

  장모님, 장인어른이 오셨다. 예전에 잘나가는 식당을 하셨던 장모님의 음식 솜씨는 여전했다. 장모님의 음식은 언제나 반갑다. 그러나 그에 대한 청구서처럼 따라오는 장인어른의 걱정어린 조언과 주변 사례는 사양하고 싶다. 동굴같은 울림통을 가지고 계신 장인어른은 작지만 단단한 바위같은 분이다. 만나면 늘 과거에 벼슬을 하신 조상님 부터 시작해서, 병원 원장이었다가 은퇴한 의사 친구를 가진 것에 대한 자랑이나, 교수였던 친구. 자신의 말이라면 꿈뻑 죽는다는 주변 동네 동생들까지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저음의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 처럼 끊임없이 하시는 분이다. 듣고 있으면 정신이 멍~ 해지면서, 저주파의 울림에 귀에 통증이 느껴지는 듯 한 기분을 느낀다. 한 때, 대기업 다니다가 당당히 나와서 유망한 사업을 하던 사위로, 그의 이야기 속의 한 자리를 차지하던 나는 이제 장인 어른께는 늘상 걱정받아야 하는... 딸을 고생시키는 못난 사위가 되어 버렸다. 장인어른은 오늘도 만나자마자 위암에 걸렸다가 지금은 20년째 잘 살고 있는 옛날 동창이야기를 하셨다. 이미 장인 어른과의 통화에서도 두어번은 더 들은 적 있던 이야기였다. "내 동창이 20년 전 쯤에, 위암으로 수술 받았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통 사람이랑 똑같이 밥먹어.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물먹을 때만 좀 얹힌다고 하대~"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병원 원장이었던 의사친구가 한 이야기나 어떤 버섯이나 약재가 좋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쭈~욱 늘어놓으셨다. 아.. 네~ 그렇네요. 그래야겠어요. 하며 영혼없이 적당히 맞장구 치며 이야기를 적당히 흘려넘기고 있었지만, 장인어른은 듣는 사람의 태도 따윈 상관하지도 않고 끊임없이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듣는사람의 반응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본인 할말을 끝까지 하는 것은 어찌보면 장인어른의 강점이다. 지금 우리집에는 우퍼스피커가 달린 라디오가 틀어져있다고 자기최면을 하며, 식후 커피를 다같이 마시고 있는데 장인 어른의 말이 갑자기 내 가슴을 찔렀다...

나에게 남은 항암치료 선택지는? (지금까지의 치료 현황, 앞으로 가능한 선택지)

아직 세 번째 항암치료제인 이리노테칸이 실패라는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예후가 좋지 않고 현재 나오는 증상들이 이리노테칸 항암제가 잘 듣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지금 내게는 두 번째 항암제인 사이람자를 실패 했을 때의 증상이 다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이리노테칸이 실패한다면, 내게 남은 선택지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게 안되면 다음은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거지? 물론, 이 궁금증을 주치의에게 먼저 물어보았을 때, 대답은 암울했다. 만약, 이것까지 실패한다면 사실상 해볼 수 있다는 효과 좋은 약들은(나의 상황에 맞는) 전부 해 본 것이다. 이제는 효과가 불확실한 비싼 약이나 임상실험 정도밖에 방법이 남지 않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주치의는 이렇게 이야기 해 주고는, 아직 이 다음 단계를 이야기 하기엔 지금 항암치료가 실패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더 이야기 하기를 거부하였다.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알아보았다. 나의 상황에 남은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 <현재까지 치료 상황> 1. 위전절제 수술을 하며, 위암 3기 초반으로 암의 기수 확정.(24년 9월 말)  => 수술을 통해 보이는 암은 완전히 절제하였으며, 보이지 않고 남아있을 암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첫 번째 항암 치료를 시작. 2. 1차 항암치료. 젤록스 요법(옥살리플라틴+젤로다) 8회차 치료까지 계획한 대로 완료(25년 4월 중순) => 이후 CT 검사에서, 복막근처에 약간의 흔적이 보이나 수술하고 남은 흔적으로 추정 함.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치료는 끝내고 추적 관찰만 하기로 함. 3. 장마비/폐색 증상 발생(25년 8월 말) 4. 복막으로 암 전이 및 재발 판정(25년 9월 중순) 5. 2차 항암치료. 사이람자+파클리탁셀. 1회차 수행(25년 9월 중순) 6. 장 우회 수술(9월 말) => 급격히...

[일기] 2026년 2월 25일 - 이리노테칸 3회차 투여 +5일. 음식 넘어가는 느낌이 이상해...

역시 항암치료를 받은지 5일쯤 되면 관련된 부작용이 거의다 가라앉는다. 부작용은 거의 없는데 장이 좀 이상하다. 뭘 밀어 넣어도 제대로 소화되는 느낌이 아니다. 그냥 음식물이 장을 스쳐지나가는 것 처럼 느껴진다. 속이 허한 느낌에 계속 뭔가를 넣어 주기는 하는데 포만감을 느끼지는 못 한다. 떠그락 떠그락. 장 속에서 음식물이 자갈 처럼 굴러다니는 느낌이다. 물을 마시고, 이온 음료를 마셔도 해소되지 않는다. 지나가며 약간의 통증만 일으킬 뿐이다. 그런데, 그런 속에 치킨으로 기름 칠을 하니까   엥..? 갑자기 속이 편해졌다. 막내가 먹고싶다 해서 시킨 치킨 조각이 이런 효과가... 심지어 먹기도 많이 먹을 수 있었다. 이전까지 속에 뭘 넣어도 아파서 조금씩 밖에 못 먹었는데.. 오랜만에 포만감과 함께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이건 심리적인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생각하지 못한 다른 과학적인 이유가 있을까?

암 체험기 #16 - 사이람자 너 마저... (2차항암 치료 실패, 증상)

사이람자 라는 항암제는 암세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혈관을 만들지 못하게 방해하는 '혈관 형성 억제제' 계열의 표적항암제 이다. 주로 진행성, 전이성 암 치료에 사용되고, 위암의 경우 1차 항암치료 후 병이 진행되었을 때 사용한다. 위암에서 복막으로 전이된 나는 수술 이후에도 이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을 병용하여 항암치료를 받았다. 파클리탁셀로 인한 탈모로 머리를 밀긴했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아 1차 항암치료에 비하면 매우 수월한 느낌이었다. 항암치료를 받아도 울럼거림이 없다니... 표적치료제 만세. 평온한 항암치료는 약 두 달 간 진행되었고 7회차 항암치료. 사이람자만 치면 4회차 항암치료 다음 날 부터 다시 악몽이 시작되었다. 음식을 다시 넘기지 못하는 상태가 시작된 것이다. 이 때까지 음식을 먹으면 3분의 2정도는 거뜬히 먹고 컨디션이 좋은 낳에는 1인분도 다 먹을 정도로 회복 되었는데 그 날을 기점으로 먹는 양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하루에 설사를 10회 이상을 하고 먹을 때마다 토해 내는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토 색깔이 커피색으로 진하게 바뀌었다. 토할 때 냄새와 맛이 역해졌다. 흡사 입으로 설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38도를 넘는 열이 하루 이상 지속되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자정을 넘긴 새벽시간대의 응급실은 낮시간보다 사람이 많다. 나는 열도 나고, 계속 토하느라 봉투를 입에 대고 있는 상태인대다가 식사를 제대로 못한지도 오래되어서 있을 힘도 없었지만 응급실을 들어가지도 못하고 대기했다. 응급실인데 응급환자가 들어가지도 못한다. 나 처럼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호명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스무명 정도는 되어 보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마치 외래진료 차례를 기다리듯 다들 평온해 보였다. 나는 숨 넘어갈 것 같이 힘들었는데... 응급실 밖에서 한시간 반여를 끙끙대면서 대기하자 겨우 나를 불러서 수속하고 조치를 해주기 시작했다. 내 차트를 확인한 ...

[일기] 2026년 2월 24일 - 이리노테칸 3회차 투여 +4일. 서로를 위한 격리..?

  컨디션이 좋지 않다. 잠들고 깨는 것이 불규칙 해 졌기 때문일까? 늦게 잠드는 것도 그렇지만 장루 주머니가 샛을 까봐 종종 자다가 화들짝 놀라 깨는 것이 주요 원인인 듯 하다. 피곤한 것도 피곤한 거지만 얼굴이 화끈화끈하고 머리가 멍하기도 하다. 이런 상태이다 보니 예민해져서 작은 자극에도 화를 내게 된다. 화를 내고 싶은데 몸이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더 속을 뒤집어 놓는다. 어쩌면 아이들과는 이제 서로를 위해 격리되는게 모르겠다. 서로 얼마나 더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남기지 않아도 좋을 기억을 남기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닐테니까.

[책갈피] 만약 내가... - 에밀리 디킨스

  만약 내가...... - 에밀리 디킨스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잇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숨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울 때면 내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것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너가 지금 이렇게 숨쉬며 견디고 있는 이유가 뭐니? 내가 아직 숨쉬고 있다는 것에 안도하는 사람들. 아프지 않은 척. 힘들지 않은 척.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날 수 있는 척 이렇게 멀쩡한데 내가 왜 여기에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모습을 모이면 그늘 진 그 얼굴에 잠깐이나마 희망을 떠올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그들이 있으면 나의 이 시간들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일기] 2026년 2월 21일 - 밤 중에 터진 장루주머니, 꾸벅꾸벅.

  새벽 2시에 문득 눈이 떠졌다. 장루 수술을 받을 이후부터 눈을 뜨자마자 장루 주미니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오늘은 그 장루주머니가 터져있었다. 어제 먹었던 삼계탕이 소화가 너무 잘된 나머지 너무 꾸덕해서 장루 주머니 입구를 막았고 그 압력을 이기 못하고 터진 모양이었다. 장루의 내용물(이라고쓰고 변이라고도 부른다)은 내 배를 덮고 흘러내려 침대에도 고여있었다. 하... 정말 이제 살다살다...ㅠ 이대로 일어나면 내용물을 온 곳에 흩뿌릴 위험이기에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아내에게 SOS 전화를 걸었다. 새벽 중에 일어나 남편의 변 치워야 하는 아내의 마음은 또 어떨지 참담하기 짝이없다. 결국 무사히 뒷수습이 되었지만,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 * 낮에는 아이도 아내도 없이 오랜만에 집에 홀로 있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이 시간에는 이 때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오늘은 항암 치료의 여파 때문인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조금씩 배를 채우고, 멍하니 티비를 보는 것 밖엔... 졸음은 시도때도 없이 몰려와서 쇼파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데 누워서 자려고 하면, 또 그건 안된다. 계속 피로한 느낌 때문에 집중해야 하는 일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먹는 것도 잘 넘어가지 않아 천천히 그냥 살기위해 음식물을 목 뒤로 천천히 삼킨다. 내일은 좀 괜찮아 질까?

삼성 크리스탈 UHD 4K 75인치(KU75UT8090FXKR, 2020년) 화면 어두워지는 증상 원인 - 백라이트 교체

나는 2020년 7월에 내 집마련에 성공했다. 2011년 8월에 첫 직장을 가지고, 몇천짜리 원룸 오피스텔 신혼집을 거의 전액 대출로 계약한지 약 9년 만이었다. 집에 커다란 TV를 달고 싶었지만, 여윳돈이 별로 없었던 나는 그 당시 75인치 TV 중에  가장 저렴한 삼성 라인업이었던 크리스탈 UHD TV를 아내의 반대를 물리치고 구매하였다. 처음 TV를 구매했을 때 모습 그리고 그 TV는 구매한지 3년도 되지 않아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TV 군데군데 동그랗게 어두워지는 증상이었다.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 않았기에 애써 무시했지만, 이 증상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그 부위가 늘어났고 급기야 화면이 전체적으로 어두워져서 이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얼룩덜룩한 모습 그래서 수리비를 알아보니, 거의 티비를 구매한 가격에 맞먹는 수준이 아닌가... 나는 언젠가 삼성에서 디스플레이 연구개발하는 친구가 말해준  고장 원인을 단서 삼아 스스로 고쳐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실제로 유투브 등 온라인에는 스스로 고치는 영상이 꽤 올라와 있었기에 아예 맨땅에 헤딩은 아니었다.  어차피 수리해서는 못쓰고 새로 살거라면, 내 취미생활을 재료라도 되라라는 생각이었다. 원인은 백라이트가 문제라고 해서, 알리에서 모델명으로 호환되는 백라이트를 구입했다. 몇만원 밖에 안한다. 첫번째 난관은 75인치짜리 티비를 내리는 것이다. 혼자서는 좀... 힘들다. 아내의 힘을 빌리자. 뒤 커버를 끙끙대면서 뜯었다. 큰 화면에 작은 보드 두개가 붙어있는게 보인다. 내가 갈길 원하는 백라이트는 저거보다 더 안에 있다. 더 뜯기 위해서는 선을 다 분리해야 하니 하나씩 잘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놓는다. 이것도 찰칵. 부품을 부서지지 않게 분리하는게 엄청 힘들다. 이쯤 되면 괜히 시작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계속한다. 저것도 들어내면 아래쪽에 기다란 보드가 또 있다. 분리해야 백라이트를 볼 수 있을...

[일기] 2026년 2월 20일 - 이리노테칸 3회차 투여

  이리노테칸 3회차. 정신적인 영향이 있는지 항암을 할 날이 가까워지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그래서 항암하러 가는 날은 컨디션과 기분이 좋지 않다. 첫번째 항암제였던 옥살리플라틴과 두번째 항암제였던 사이람자+파클리탁셀은 진료를 하고 다음 날에나 항암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진료 당일에 바로 항암할 수 있는 이리노테칸은 쓸데없이 이 먼 거리를 이틀연속 올필요가 없어서 좋긴하다. 진료 후 항암주사를 맞기위한 접수를 하는데, 평소에는 1시반 정도 걸리던 대기시간이 이번엔 4시간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설연휴 동안 밀려있던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탓이란다. 몰려든 사람들은 이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 어디에나 가득가득 인파를 이룰 정도이다 보니 4시간이나 기다려야 할 대기시간에 병원내에는 어디 기다릴 만한 공간이 남아있질 않는다. 이럴 땐, 결국엔 지하주차장의 차로 갈 수밖에 없다. 잠이나 자야지. 4시간 대기 후, 1시간 반동안 항암주사를 맞고나면 이제 집으로 갈 수 있다. 첫 번째 이리노테칸을 맞았을 때 있던 복통은 다행히 부작용방지제 덕분인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리노테칸을 맞으면 장 속에 뱀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꿈틀꿈틀 심하게 요동치는 느낌이 지속적으로 들어서, 매우 불쾌한 느낌이다. 이러다 뱃속에서 에일리언이라도 부화해서 내 배를 찢고 나오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속을 공복상태로 놔두는 것은 또 그거대로 울렁거림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뭘로 속을 때우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던 우리는 삼계탕을 먹기로 결정했다. 저녁 음식 메뉴를 선정은 대성공이어서, 울렁거리던 속에도 너무 맛있게 삼계탕을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소화를 잘 못하는 나는 국물위주로 먹긴했지만, 몸에서 좋은 한약재가 쭉쭉 흡수되는 느낌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제 이 삼계탕 집은 항암치료 후에 들르는 내 코스가 될 것 같다.

인천 힘찬병원 입원비와 병동현황, 인천 내 2차병원 비교 (2026년 4월 1일 시행)

  인천 힘찬병원은 일반병실 없이 간호간병통합병실만 운영한다. 간호간병통합병실이 일반병실과 다른 점은 보호자가 필요없는 병실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보호자가 같이 머무는 것이 금지되고, 간호는 간호사와 병동지원인력이라 불리는 고용된 아주머니들이 전담한다. 이 병동지원인력은 특별한 자격을 필요로하지는 않지만,  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분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보통 간호간병통합병실은 일반병실에 비해 간호비용이 추가되어 더 비싼데 확실히 인천외곽의 한적한 2차병원이라 그런지 입원비는 저렴한 편이다. 실제로 하루입원한 후에 다음날 정산해 보았더니, 4인실입원비+기본검사(피검사,심전도,X레이,소변검사)+영양수액+비타민수액 내과진료, 외과진료 이렇게 받았는데도 5만5천원 정도 수준으로 실제 비용이 발생하였다. (물론 난 산정특례 적용자라는 점을 고려해주길 바란다.) 이곳에서는 5층의 병동에 입원해 봤는데, 여기는 서울아산병원의 종양내과 병동과는 다르게 4인실에 대부분이고, 1인실이 두개 2인실이 한 개였다. 서울아산병원은 왠만한 위급상황이나 수술을 하기위한 입원이 아니면 입원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입원할 필요가 생기면, 거주지와 가까운 2차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데 나는 그래서 인천에 있는 2차병원 중에 세군데에 입원해 보았다. 나사렛국제병원, 검단탑병원, 인천힘찬병원 이렇게 세 군데이다. 나사렛국제병원은 절대 비추다. 시설상태, 관리상태, 서비스 전체적으로 세군데 중에 최하의 경험이었다. 나는 이제 2차병원 전원을 위해, 상급병원에서 알아봐줄때 나사렛병원은 빼달라고 꼭 말한다. 검단탑병원은 아산병원에서 전문의수련을 받은 소화기내과 전문의 선생님이 계신다. 아산병원에서 전원했다고 하니, 반가워하며 주치의 교수님 이름을 묻고 더 신경을 써주시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아산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서 그런가 치료을 위한 처방이나 조치가 더 안정적이고 친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설의 상태나 병동관리상태는 세군데 중에 중간 수준이다. 마지막으...

[일기] 2026년 2월 19일 - 증가하기 시작하는 몸무게, 음식이 다시 얹히는 것에 대한 불안감

  설연휴동안 전을 잔뜩 먹어서 그런지  몸무게가 62kg를 넘겼다. 이건 분명 기뻐할 만한 소식인데 갑자기 먹는 것 마다 이제 음식이 얹혀서 먹는 행위가 좀 힘들어졌다. 요 며칠 좀 과하게 먹었다고 지금 내 장이 시위하고 있는 건가? 며칠 전까지 잘 먹었던 음식들이 자꾸 얹히니까 또 어디가 막히기 시작한 것은아닐까 괜히 불안해진다. 이번에 한 번 더 막히는 일이 발생하면 이번에야 말로 병원에서 영영 못 나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제발... 그런 일 만은 없어야 할 텐데.

[일기] 2026년 2월 18일 - 설날의 전의 효과. 삶에 대한 감사.

설이다. 그래도 올해는 명절을 부모님 집에서 지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다. 2년을 연속으로 추석 시기에 수술을 했을니... 설날의 전의 효과란 그렇게 노력해도 오르지 않던 몸무게를 오르게 한다. 먹어도 막히는 느낌도 없고 주섬주섬 계속 먹어도 물리지도 않는다. 이렇게 잘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왜 이리 행복한지... 행복감에 대한 역치가 낮아진 것이 확실하다. 모래 또 항암을 받으러 가야하는데 그 때까지 잘 먹어봐야지. 지금 이 순간에 이렇게 움직일 수 있고 이렇게 좋은 컨디션으로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자. 윷놀이 하는 가족들 곁에서 그들의 웃음을 지켜볼 수 있음에 감사하자. 집에서 아이들과 같이 게임을 하며  놀아 줄 수 있는 몸이 됐음에 감사하자.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자. 나의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암 체험기 #15 - 다른 의사의 의견도 들어볼께요. (교차검증, 고대구로병원 복강내항암)

    두 번째 옵션을 알아 보기 위한 시간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다니던 서울아산병원에서 잘 해주겠거니... 하고 전적으로 맡겼었는데, 이렇게 다른 병원을 알아보자니 왠지 바람피우는 행위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내 목숨을 걸고 상대는 신경쓰지도 않는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타 병원에서 진료를 이어서 받고 싶으면,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서의 소견서와 진료기록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담당 의사에게 요청해야한다. 즉, 내가 따로 알아보고 있다는 것을 담당의사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냥 얼굴 두껍게 생각해야지. 서울아산병원의 규모와 인파에 익숙해져있어서인지, 고대구로병원은 아담하고 한적하게 느껴졌다. 복강내항암은 위장관외과에서 하고 있는 항암치료 임상실험이었다. 항암치료는 종양내과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복강내에 항암제를 직접투약하는 방식이라서 그런가보다. 알아보니 복강내항암이라고 해서 배에 주사를 찔러 넣는 방식일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배에 케모포트를 심어서 주입하는 방식이었다. 의사는 일단 지금 예정되어있는 사이람자 항암을 우선적으로 시도해 보고, 치료가 잘 되면 좋겠지만 혹여 잘 되지 않았을 때의 대안으로 자신에게 오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해주었다. 자신의 임상실험만 생각한다면 바로 참가해 주시는게 본인에게는 좋다고 넉살스럽게 웃으며 덧붙이는게 왠지 신뢰가 갔다. 이 실험을 담당하는 의사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의사들과는 다르게 이것저것 매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내 가족에게 한다면 이렇게 할 거 같다는 식으로 최대한 환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솔직히 이 곳에서 의견을 들어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미리 다른 수단들을 알아보는게 시간낭비라는 생각을 머리 한 구석에 가지고 있었다. 아내가 알아보자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다녔다라는 느낌이 강했다. 추후에 상황은 그 때가 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그 상황이 되었을 때 알아보는게 더 효...

[일기] 2026년 2월 14일 - 퇴원 후 1달. 삶의 의욕이 생기다.

세 번의 수술을 하고 퇴원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요즘은 자도자도 피곤함을 느낀다. 조금만 활동을 하면 졸음이 밀려온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면 깨어있을 때는 어느정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게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인지 좋지 않은 신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이상하게 삶에 대한 미련이 더 생기는 것 같은게 나쁘지 않은 신호라고 느껴진다. 건강해 보이는 모습으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다시 돈을 모으고 꿈에 그리던 집을 짓고 그 곳에서 살아보았으면 좋겠다. 그 때까지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