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라벨이 부작용인 게시물 표시

2026년 3월 26일 - 항암치료를 하는데 왜 발가락이...

  왼쪽 엄지 발가락이 부어올랐다. 통증 자체는 꽤 오래 전 부터 있었지만, 그냥 늘 그랬던 것 처럼 괜찮아지겠지... 하고 잊고 지내다가 오늘에서야 이렇게 부어올랐다는 것을 인식했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부었던 거지? 동네 외과에 가보니, 내성 발톱으로 인해 발톱 아래쪽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찬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보통은 왠만한 내성발톱으로는 이정도까지 되지않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며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런거 같단다. 아주... 이제는 별에 별 곳이 말썽이구나. 발가락을 조금만 째고 고름을 빼내겠다는데, 마취주사를 맞는게 더 아플거라고 하면서, 마취없이 발톱과 발가락 사이를 칼로 쨋다. 으으으윽...!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큰소리를 지르지 않게 이를 악물며 신음소리를 내면서, 머리 속으로 독립투사님들 떠올렸다. 아... 숭고한 영혼을 지니신 독립투사 선조들이시어. 일제의 고문 기술을 내 이렇게 체험해 보옵니다. 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 저도 저의 작고 소중한 존엄을 지키겠나이다. 대한민국 만세... ...... ... .

2026년 3월 21일 - 이리노테칸 5회차 + 1일. 부작용이 없어도 불안해

  항암 치료를 받은 다음 날인데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울렁거리는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인 듯 하다. 이게 몸이 항암제에 잘 적응한 건지... 항상 있던 부작용이 없으니까 기분이 묘... 하다.  항암제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인 듯 하다. 허... 참. 부작용이 덜하면 덜한대로 더 좋아해야 하는데 이 것 조차 그냥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가 없다. 이리노테칸을 맞으면, 장이 열심히 움직인다. 이게 상당히 기분나쁜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 격렬한 장의 움직임이 음식을 잘 넘어가게 만든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덕분에 항암을 하고 난 다음에는 밥맛이 없긴하지만, 먹는 것 자체는 오히려 평소보다 편하게 먹는다.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는 날이다. 나는 아무의 방해도 없이, 하루내내 굴을 쓰는 데 집중한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티비나 보면서 멍때리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이상하게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감에 못 이기고 이렇게 글 쓰고 있다. 요양말고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환자가 되어서도, 무언가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지 않으면 못 견디는 이 성격에 잠시 쓴 웃음을 짓는다.

2026년 3월 9일 - 이리노테칸 4회차 투여 + 3일, 항암 부작용 증상이 사라졌다.

  항암하고 3일이 지났다. 원래는 아직 항암 부작용 증상에 한참 시달려야 할 때인데 울렁거림이 벌써 없어졌다. 부작용 방지제를 꾸준히 잘 먹었기 때문일까? 아직 혀는 정상으로 안 돌아와서 입맛은 좀 이상하다. 그래도 맵고 짠 음식은 맛이 잘 느껴지는 편이라 자극적인 걸 먹으면, 먹을만 하다. 야구도 이기고, 아이들도 자기 할 일 잘 하고, 먹는 것도 얹히는 것 없이 잘 먹고, 집안 일에 아이들케어에 자유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만 빼면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검색해보니 항암의 부작용이 잘 나타나는게 항암의 약효가 잘 듣고 있다는 걸 나타낸다는 연구결과가 있단다. 항암 부작용이 거의 사라진게 항암치료의 효과가 잘 안듣기 시작한건 아닌지 조금... 불안하다.

2026년 3월 6일 - 이리노테칸 4회차 투여

  이리노테칸 4회차. 이 항암제를 맞으면 장 속에 구렁이 한마리를 키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꿈틀꿈틀. 꿈틀꿈틀. 내 장은 마치 독립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는 생물인 듯 느리게... 빠르게... 꿈틀꿈틀. 꿈틀꿈틀. 다행히 1회차 때 있었던 심한 복통은, 부작용 방지약이 잘 듣는지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다. 통증없이 그저 저 기분나쁜 꿈틀거림만 남았을 뿐이다. 꿈틀꿈틀. 꿈틀꿈틀. 지난 항암 때는 얘가 언제까지 꿈틀거렸더라? 모르겠다. 어찌됐든 내일 부터는 울렁거림과 싸워야 겠지.

[일기] 2026년 2월 24일 - 이리노테칸 3회차 투여 +4일. 서로를 위한 격리..?

  컨디션이 좋지 않다. 잠들고 깨는 것이 불규칙 해 졌기 때문일까? 늦게 잠드는 것도 그렇지만 장루 주머니가 샛을 까봐 종종 자다가 화들짝 놀라 깨는 것이 주요 원인인 듯 하다. 피곤한 것도 피곤한 거지만 얼굴이 화끈화끈하고 머리가 멍하기도 하다. 이런 상태이다 보니 예민해져서 작은 자극에도 화를 내게 된다. 화를 내고 싶은데 몸이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더 속을 뒤집어 놓는다. 어쩌면 아이들과는 이제 서로를 위해 격리되는게 모르겠다. 서로 얼마나 더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남기지 않아도 좋을 기억을 남기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닐테니까.

[일기] 2026년 2월 21일 - 밤 중에 터진 장루주머니, 꾸벅꾸벅.

  새벽 2시에 문득 눈이 떠졌다. 장루 수술을 받을 이후부터 눈을 뜨자마자 장루 주미니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오늘은 그 장루주머니가 터져있었다. 어제 먹었던 삼계탕이 소화가 너무 잘된 나머지 너무 꾸덕해서 장루 주머니 입구를 막았고 그 압력을 이기 못하고 터진 모양이었다. 장루의 내용물(이라고쓰고 변이라고도 부른다)은 내 배를 덮고 흘러내려 침대에도 고여있었다. 하... 정말 이제 살다살다...ㅠ 이대로 일어나면 내용물을 온 곳에 흩뿌릴 위험이기에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아내에게 SOS 전화를 걸었다. 새벽 중에 일어나 남편의 변 치워야 하는 아내의 마음은 또 어떨지 참담하기 짝이없다. 결국 무사히 뒷수습이 되었지만,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 * 낮에는 아이도 아내도 없이 오랜만에 집에 홀로 있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이 시간에는 이 때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오늘은 항암 치료의 여파 때문인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조금씩 배를 채우고, 멍하니 티비를 보는 것 밖엔... 졸음은 시도때도 없이 몰려와서 쇼파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데 누워서 자려고 하면, 또 그건 안된다. 계속 피로한 느낌 때문에 집중해야 하는 일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먹는 것도 잘 넘어가지 않아 천천히 그냥 살기위해 음식물을 목 뒤로 천천히 삼킨다. 내일은 좀 괜찮아 질까?

[일기] 2026년 2월 20일 - 이리노테칸 3회차 투여

  이리노테칸 3회차. 정신적인 영향이 있는지 항암을 할 날이 가까워지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그래서 항암하러 가는 날은 컨디션과 기분이 좋지 않다. 첫번째 항암제였던 옥살리플라틴과 두번째 항암제였던 사이람자+파클리탁셀은 진료를 하고 다음 날에나 항암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진료 당일에 바로 항암할 수 있는 이리노테칸은 쓸데없이 이 먼 거리를 이틀연속 올필요가 없어서 좋긴하다. 진료 후 항암주사를 맞기위한 접수를 하는데, 평소에는 1시반 정도 걸리던 대기시간이 이번엔 4시간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설연휴 동안 밀려있던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탓이란다. 몰려든 사람들은 이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 어디에나 가득가득 인파를 이룰 정도이다 보니 4시간이나 기다려야 할 대기시간에 병원내에는 어디 기다릴 만한 공간이 남아있질 않는다. 이럴 땐, 결국엔 지하주차장의 차로 갈 수밖에 없다. 잠이나 자야지. 4시간 대기 후, 1시간 반동안 항암주사를 맞고나면 이제 집으로 갈 수 있다. 첫 번째 이리노테칸을 맞았을 때 있던 복통은 다행히 부작용방지제 덕분인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리노테칸을 맞으면 장 속에 뱀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꿈틀꿈틀 심하게 요동치는 느낌이 지속적으로 들어서, 매우 불쾌한 느낌이다. 이러다 뱃속에서 에일리언이라도 부화해서 내 배를 찢고 나오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속을 공복상태로 놔두는 것은 또 그거대로 울렁거림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뭘로 속을 때우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던 우리는 삼계탕을 먹기로 결정했다. 저녁 음식 메뉴를 선정은 대성공이어서, 울렁거리던 속에도 너무 맛있게 삼계탕을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소화를 잘 못하는 나는 국물위주로 먹긴했지만, 몸에서 좋은 한약재가 쭉쭉 흡수되는 느낌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제 이 삼계탕 집은 항암치료 후에 들르는 내 코스가 될 것 같다.

[일기] 2026년 2월 3일 - 이리노테칸 항암제 2회차 투여

이리노테칸을 두 번째 맞는 날이다. 진료 시에 지난 부작용의 내용을 이야기 했더니 부작용 방지 약이 좀 바뀌었는지 첫 번째 맞을 때 심했던 복통과 울렁거림이 거의 다 사라졌다. 다만, 맞은지 6시간 정도가 지나자 배가 땡기는 증상이 심해지는게 속이 비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걸 먹어야 좀 나아질까 하고 연두부, 미역국, 계란감자 샐러드를 조금씩 시도해보다가 실패하고 참마단호박차를 마시면서 증상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공복 상태가 되면 배가 땡기는 증상이 평소보다 더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공복이 되기 전에 무언가 꾸준히 먹어서, 사전에 방지하려고 노력하는데 위도 없고 장 수술도 두번이나 하고나서는 무언가를 많이 먹어 속을 든든하게 만드는게 안돼서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하는게 좀 곤혹스럽다. 이게...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무언가 먹는데 소비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내가 본래 그나마 먹는 것을 많이 좋아하던 사람이라 이렇게 버티고 있지 무언가를 먹는다는 행위가 내게 이렇게 고통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