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동관 1층에 있는 외래회송상담실에서 서류를 받을 일이 생겼다. 외부의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들고갈 서류를 받기 위해서 였다. 외래회송 상담실 바로 맞은편에는 늘 지나가면서 한 번씩 들러서 구경하는 갤러리가 있다. 이번 전시는 생화를 활용한 작품이었는지 꽃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었고,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전시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 마침 이번 전시가 끝난 모양이구나. 이번 작품은 타이밍이 안맞아서 놓쳤네...' 아쉬워하며, 상담실로 들어갔다. 상담실에서의 볼 일을 마치고 나오자 사람들이 전시장 앞에서 일렬로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슨일일까? 하고 줄의 맨 앞을 슬쩍 보니 전시장 안에서 정리하고 있는 꽃을 줄을 선 사람들에게 작은 꽃다발로 만들어 나누어 주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지금 줄을 서면 예쁜 꽃다발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지금 이 꽃다발을 받으면, 꽃을 좋아하는 아내가 기뻐하겠지?' 전시장의 꽃들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 갑자기 2배속 동영상을 보는 것처럼 재생되기 시작했다. 내 앞에 서있는 사람은 스무명 정도. 앞에 서있는 사람이 한 명씩 꽃다발을 들고 기쁜 얼굴로 떠나갈 때마다 나는 줄어들고 있는 전시장의 꽃들의 양을 가늠해 보았다. '아... 아슬한데. 이게 내 차례까지 올까?' 초조한 마음으로 줄을 서고 있다가. 내 앞에 세 명이 남은 순간 꽃을 나눠주시던 분이 줄 선 사람들을 향해 이야기 했다. "앞으로 세네 분 정도만 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어쩌죠?" 셋이면, 내 앞. 넷이면 딱 나까지 인데?? "어디까지 가능한지 딱 끊어주세요~ 차례가 안돼면 어쩔 수 없죠 뭐."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기고, 최대한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 후...) 짜잔.ㅎㅎㅎ 내가 마지막 순번이었다. 이게 뭐라고 나눠받은 꽃다발이 사람의 기분을 이렇게 좋게 만드는지...ㅎㅎ 마지막 순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