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라벨이 항암치료인 게시물 표시

[일기] 2026년 1월 24일 - 퇴원하고 11일 후. 항암치료 받고 4일 후.

  어제는 아직 항암 치료 후의 부작용이 남아 있어 조금 힘든 상태였지만, 친구들의 병문안을 허락 할 수 밖에 없었다. 병원에 입원 해 있는 동안 오겠다는 것을, 줄곧 퇴원 후에 보자고 방문을 거절 했던 탓이다. 세 번의 수술을 거치고, 몸무게는 60까지 떨어져 형편없어진 몰골을 지인들에게 공개해야 할 시기 였다. 하지만, 꺼려졌던 마음은 딱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 였고 막상 오랜만에 만나서 대화를 나누니 항암 부작용에 찌들어 있던 몸과 정신이 치유가 된 듯 이야기 하는 그 시간 만큼은 예전의 건강한 내 모습이었다. 한 잔 하며 이야기 못 하는게 너무 아쉬울 정도 였다. 친구들은 40년 인생의 30년 지기 답게 끊이지 않는 이야기를 하다 시간이 늦어지자 그대로 내 집에서 하루 묵고, 아침 일찍 각자의 일상으로 떠났고 이번에도 역시나 자신의 흔적들을 하나씩 놓고갔다. 하아... 또 택배로 부쳐줘야겠네... 항암치료를 받은지 4일 째가 되니 확실히 울렁거림이 거의 다 사라졌다. 앞으로 2주마다 또 이 구역감을 사나흘 견뎌야 할 생각을 하니 벌써 지치는 것 같다. 수술을 한지 어느새 11일이나 지났지만 아직 진통제를 꾸준히 먹지 않으면, 통증이 있어 컨디션이 나빠진다. 언제까지 이 약들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걸까? 울트라셋, 라시도필, 노자임.  하... 이 약들의 크기는 왜 또 이렇게 큰지... 넘기기 힘들어.

[일기] 2026년 1월 20일 - 이리노테칸 항암제와 첫 만남과 연명의료행위 중단 서명

  이리노테칸. 세 번째 항암제와의 첫 만남의 날이다. 실패한 첫 항암제와 두 번째 항암제 때와는 다르게, 항암치료를 받는 공간도 침상에서 리클라이너 의자로 바뀌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약은 침상에서 맞고, 어떤 약은 리클라이너 의자에서 맞도록 정한 걸까? 내가 느낀 차이는 진료 당일에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 진료 다음 날부터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 밖에 없다. 이리노테칸은 진료 당일에 바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다음 날, 병원에 또 와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정말 좋다. 병원에 오려면 왕복 3~4시간을 써야하니... 항암주사를 맞다가 잠에 들었는데, 눈을 뜨자마자 배가 엄청 아팠다. 이 약은 부작용이 복통으로 오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통증에 즉효가 있는 강한 진통제를 상비약으로 가지고 다닌 덕분에 빠르게 진정할 수 있었는데, 그 사이에 온 몸이 벌써 식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하... 항암제도 항암제마다 반응이 가지 각색이구나. 통증이 좀 가라앉으니 얼마 후 부터는 이제 울렁거림이 찾아온다. 울렁거림 방지용으로 처방 받은 약이 세 가지 있는데 덱사메타손, 가스터 이 두 약은 먹으나 마나 하듯 전혀 효과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지고 그나마 맥페란에는 좀 진정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울렁거림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프로폴리스 사탕에 효과를 크게 봤다.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동안에는 맥페란보다 효과가 훨씬 좋았다. 오늘 항암치료를 받기 전에, 연명의료행위 중단 서명을 했다. 말기 암 환자가 되면 권한다고 하던데... 의사의 말로는 암 환자의 경우 연명의료행위로 인해 고통만 길어지는 것이 대다수 이기 때문에 서명해 놓는게 좋다고 한다. 안 그래도, 나역시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에 미리 써놓고 싶었지만, 가족들의 눈치보느라 쓰지 못하고 있던 것을 자연스럽게 작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혼자가 살아가는 생물이 아니기에 스스로의 몸과 목숨조차 온전히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암 체험기 #8 - 잠시 일상으로... (재발하기 전까지 폭풍전야)

  누구나 그렇다.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되도록 좋은 미래를 생각하고 싶어하는게, 모두의 바람이다. 암환자는 더더욱 그렇다. 주변에서 좋은 말. 희망적인 말. 암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겨울정도로 늘어놔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역시 그랬다. 배를 갈라서 위를 완전히 도려낸 것 치고는 회복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런게, 수술한 지 한달 만에 일반식으로 식사량이 1인분을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마시는 것과 먹는 속도만 조금 조절하면,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도 없이 잘 먹었다. 몸무게는 수술전 94kg에서 수술 후 72kg 까지 줄었다가. 75~76kg 정도로 정착되었다. 샤워를 하고 거울 속에 내 모습을 보면,  생전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20대 중반때의 균형잡힌 몸매가 그 속에 있었다. (개복수술 하느라 생긴, 세로 일자의 흉터도 영광스런 흔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25년 4월. 계획된 마지막 8차 항암까지 무사히 마치고, 이제 잘 관리만 하면 5년 후에 완치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홀가분 했는지 모른다. 작년 9월 암진단을 받은 이후로, 멈춰져있던 내 사회생활에 대한 계획이 다시 돌기 시작하고, 슬슬 일 관계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하기 시작했다. 너무 큰 일을 벌였다가, 몸이 다시 나빠지기라도 하면 여러사람 피해 볼까봐 혹시나 그런 상황이라도 스스로 수습 가능하도록 일을 만드는 것을 주 목표로 했다. 일에 당장 매달리는 것보다, 차라리 이 기간에 스스로 갈고닦아 완전한 준비가 되었을 때 더 완벽한 모습으로 복귀하고 싶었다. 다행히 아직은 집안의 재정상태도 괜찮다. 특별히 아끼지 않았어도, 암보험, 실비 이 두 보험으로 치료비 생활비가 충당되어, 최소 반년정도는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고,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으로, 대략 다음 일년 정도도 돈 벌 생각 안하고 지내도 되니. 조금 여유를 두고 몸상태를 올리고 싶었다.  (그동안 하고 싶은 공부,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드라마, 하...

암 체험기 #7 - 내 몸에 융단폭격 (항암치료)

  항암치료에는 표준치료법이 존재한다. 그래서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항암치료로 처방받게 되는 약은  암의 종류, 진행정도에 따라 기본적으로 표준치료법에 맞는 약을 처방받게 된다. 표준항암치료법 수많은 임상 시험을 거쳐 현재 의학계에서 해당 암종과 병기에 대해 '가장 효과가 좋고 안전하다'고 공인된 치료법 을 말합니다. 위암 3기에 가장 많이 쓰이는 표준치료는 XELOX(젤록스) 라고 불리는 먹는약(젤로다)+주사(옥살리플라틴) 조합이고, 나 역시 어김없이 이 치료법을 받게 되었다. 이 치료법을 시작하면 3주에 1회차 치료를 받게 되는데, 각 회사에는 옥살리플라틴 주사를 1회 맞고, 2주간 젤로다 라는 약을 하루 2회(아침,저녁)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가 정해준 용량을 먹은 후, 1주간 휴약기간을 가진다. 이 때, 혹시나 약 먹는 것을 잊거나 다른 이유로 먹지 못 하더라도, 남은 약은 폐기하고 1주간의 휴약기간은 반드시 지키도록 안내 받는다. 항암치료 첫 날. 옥살리플라틴 주사를 맞기 한 날이다. 정맥주사로 약 한시간 반정도 맞으면 된다고 사전에 설명들었지만, 항암 주사를 처음 맞을 때는 몸에 특별한 부작용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좀 더 천천히 놓아준다. 한 시간 정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 이후 부터 팔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살짝만 건드려도 찌릿찌릿 하여 나중에는 날카로운 것에 베이는 듯한 감촉을 느껴 통증이 상당했다. 윽... 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났다. 내가 경험했던 옥살리플라틴의 대표적인 첫 번째 부작용은 저림 증상... 피부가 살짝 쓸리기만 해도, 통증이 상당하기 때문에 옷 입고 벗기도 두렵고, 누군가 옆에서 건드릴까봐 가까이 오는 것도 무섭다. 이 증상은 3~5일정도가 제일 심하고 나머지 기간동안에는 좀 버틸만 했다.(다시 맞기 까지..) 그리고 두 번째 부작용은, 울렁거림이었다. 항암 치료를 무사히 잘 받으려면 영양분 섭취, 특히 단백질 섭취하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 울렁거림 때문에 ...

암 체험기 #6 - 끝까지 확실하게 박멸해야 합니다. (암의 병기(기수) 확정과 항암치료 계획)

  암의 병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수는 두 번에 걸쳐서 확정된다고 한다. 치료전에 내시경, CT 등 검사 결과를 통해 나오는 임상적 병기와 수술 후에 떼어낸 암 덩어리와 주변 림프절을 현미경으로 정밀 분석한 뒤에 나오는 병리학적 병기가 그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수술 전에는 4기인 것 같다는 진단이어서, 만약 복막에 전이가 된 것이 개복 후에 발견된다면 수술을 하지 않고 그대로 닫고 수술실에 나올 수 있다고 하였지만, 실제로 열어보니 복막 전이까지는 일어나지 않았고, 주변 림프절 몇개에만 번진 3기 초반에 해당되는 병기였다고 했다.    암의 단계별 진단 기준 0기 (상피내암) - 암세포가 점막이나 상피 층에만 머물러 있고 주변으로 퍼지지않은 '제자리 암' 1기 (국소병기) - 종양의 크기가 작고, 암이 발생한 장기 내에만 국한되어 있는 상태(림프절 전이없음) 2기 (국소진행) - 종양의 크기가 커지거나 주변 조직으로 조금씩 침범하기 시작한 상태 3기 (림프절전이) - 종양이 주변 조직으로 깊이 침투하고, 인근 림프절까지 퍼진 상태 4기 (원격전이) - 암이 처음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 뼈, 폐, 간, 뇌 등 머리 떨어진 다른 장리로 전이된 상태 수술은 다행히 잘 되어서, 육안으로 보이는 부분은 깨끗히 제거 되었고 이대로 5년간 잘 유지한다면 완치판정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4기부터는 완치는 거의 불가능하고, 보다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치료, 연명치료를 하는 거라고 하던데, 굉장히 희망적인 이야기 였다.) 다만 3기에 해당 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암세포나, 육안으로 발견하지 못한 암이 있을 수 있으니, 항암치료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였다.  내가 받기로 한 항암치료는 XELOX라고 부르는 옥살리플라틴 이라고 불리는 주사와, 젤로다라고 불리는 알약을 혼용하는 방법이었다. 3주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올살리플라틴을 정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