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노테칸.
세 번째 항암제와의 첫 만남의 날이다.
실패한 첫 항암제와 두 번째 항암제 때와는 다르게,
항암치료를 받는 공간도 침상에서 리클라이너 의자로 바뀌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약은 침상에서 맞고, 어떤 약은 리클라이너 의자에서 맞도록 정한 걸까?
내가 느낀 차이는 진료 당일에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
진료 다음 날부터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 밖에 없다.
이리노테칸은 진료 당일에 바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다음 날, 병원에 또 와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정말 좋다.
병원에 오려면 왕복 3~4시간을 써야하니...
항암주사를 맞다가 잠에 들었는데,
눈을 뜨자마자 배가 엄청 아팠다.
이 약은 부작용이 복통으로 오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통증에 즉효가 있는 강한 진통제를 상비약으로 가지고 다닌 덕분에
빠르게 진정할 수 있었는데, 그 사이에 온 몸이 벌써 식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하... 항암제도 항암제마다 반응이 가지 각색이구나.
통증이 좀 가라앉으니
얼마 후 부터는 이제 울렁거림이 찾아온다.
울렁거림 방지용으로 처방 받은 약이 세 가지 있는데
덱사메타손, 가스터 이 두 약은 먹으나 마나 하듯 전혀 효과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지고
그나마 맥페란에는 좀 진정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울렁거림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프로폴리스 사탕에 효과를 크게 봤다.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동안에는 맥페란보다 효과가 훨씬 좋았다.
오늘 항암치료를 받기 전에, 연명의료행위 중단 서명을 했다.
말기 암 환자가 되면 권한다고 하던데...
의사의 말로는
암 환자의 경우 연명의료행위로 인해 고통만 길어지는 것이 대다수 이기 때문에
서명해 놓는게 좋다고 한다.
안 그래도, 나역시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에
미리 써놓고 싶었지만, 가족들의 눈치보느라 쓰지 못하고 있던 것을
자연스럽게 작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혼자가 살아가는 생물이 아니기에
스스로의 몸과 목숨조차 온전히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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