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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26년 2월 21일 - 밤 중에 터진 장루주머니, 꾸벅꾸벅.

  새벽 2시에 문득 눈이 떠졌다. 장루 수술을 받을 이후부터 눈을 뜨자마자 장루 주미니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오늘은 그 장루주머니가 터져있었다. 어제 먹었던 삼계탕이 소화가 너무 잘된 나머지 너무 꾸덕해서 장루 주머니 입구를 막았고 그 압력을 이기 못하고 터진 모양이었다. 장루의 내용물(이라고쓰고 변이라고도 부른다)은 내 배를 덮고 흘러내려 침대에도 고여있었다. 하... 정말 이제 살다살다...ㅠ 이대로 일어나면 내용물을 온 곳에 흩뿌릴 위험이기에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아내에게 SOS 전화를 걸었다. 새벽 중에 일어나 남편의 변 치워야 하는 아내의 마음은 또 어떨지 참담하기 짝이없다. 결국 무사히 뒷수습이 되었지만,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 * 낮에는 아이도 아내도 없이 오랜만에 집에 홀로 있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이 시간에는 이 때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오늘은 항암 치료의 여파 때문인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조금씩 배를 채우고, 멍하니 티비를 보는 것 밖엔... 졸음은 시도때도 없이 몰려와서 쇼파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데 누워서 자려고 하면, 또 그건 안된다. 계속 피로한 느낌 때문에 집중해야 하는 일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먹는 것도 잘 넘어가지 않아 천천히 그냥 살기위해 음식물을 목 뒤로 천천히 삼킨다. 내일은 좀 괜찮아 질까?

[일기] 2026년 1월 16일 - 내 신체에 하나씩 늘어나는 의료기구 들과 함께, 변해가는 내 몸

  작년 9월 말에 두 번재 수술이 끝나고 남은 건, 복강경 수술 자국 뿐 만이 아니었다. 오른 팔에 달고나온 PICC (말초삽입중심정맥관)가 내 몸에 부착된 첫 번째 전리품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수술을 마치고 받은 새로운 전리품이 있다. 장루와 장루주머니. 음... 그러니까, 오른팔에는 관을 뚫어서 심장근처의 굵은 정맥까지 연결 시켜놓고, 아랫배 쪽에도 구멍을 뚫어서 장이 배 밖으로 나오게 노출 시켜 놓은 상태라는 소리이다. 90kg가 넘던 건장한 몸이었던, 나는 지금 몸무게 60kg 을 사수하는 것도 버겁다. 집에 돌아와 어느정도 일상생활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장비 때문에, 가벼운 운동도 신경써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게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상황을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지금의 나의 존재는 가족에게 정신적으로라도 도움이 되는 존재일까? 그냥 짐일 뿐일까? 나만 놓고 생각하면 이 생이 당장 끝난다해도 크게 미련이 없지만 아내와 아이들. 특히 나 없이 혼자 살아갈 아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얼마 남지 않은 생에 미련이 생기려고 한다. 미련... 후회... 걱정... 기대... 그리고 미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