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 문득 눈이 떠졌다. 장루 수술을 받을 이후부터 눈을 뜨자마자 장루 주미니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오늘은 그 장루주머니가 터져있었다. 어제 먹었던 삼계탕이 소화가 너무 잘된 나머지 너무 꾸덕해서 장루 주머니 입구를 막았고 그 압력을 이기 못하고 터진 모양이었다. 장루의 내용물(이라고쓰고 변이라고도 부른다)은 내 배를 덮고 흘러내려 침대에도 고여있었다. 하... 정말 이제 살다살다...ㅠ 이대로 일어나면 내용물을 온 곳에 흩뿌릴 위험이기에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아내에게 SOS 전화를 걸었다. 새벽 중에 일어나 남편의 변 치워야 하는 아내의 마음은 또 어떨지 참담하기 짝이없다. 결국 무사히 뒷수습이 되었지만,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 * 낮에는 아이도 아내도 없이 오랜만에 집에 홀로 있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이 시간에는 이 때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오늘은 항암 치료의 여파 때문인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조금씩 배를 채우고, 멍하니 티비를 보는 것 밖엔... 졸음은 시도때도 없이 몰려와서 쇼파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데 누워서 자려고 하면, 또 그건 안된다. 계속 피로한 느낌 때문에 집중해야 하는 일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먹는 것도 잘 넘어가지 않아 천천히 그냥 살기위해 음식물을 목 뒤로 천천히 삼킨다. 내일은 좀 괜찮아 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