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느 날 유모차를 타고 마트에 갔어 엄마가 천천히 미는 유모차 나는 잠이 오지 않아 마트 가는 길 가을 햇살이 짜증나 세상에 처음 나왔다가 길거리에 떨어지는 나뭇잎 나뭇잎이 불쌍하다 나는 엄마가 천천히 미는 유모차 안에서 막 소리쳐 우는 거야 내가 소리쳐 우는 이유를 아무도 몰라 아가야, 왜, 아가야, 왜 유모차 지붕 위로 커다란 나뭇잎이 또 한장 떨어졌어 - 김종해, '모두 허공이야' 에서 김종해 시인의 '모두 허공이야' 시집은 첫 장부터 시인의 연륜이 가득 묻어있다. 삶의 대한 시각. 다가오는 죽음. 동네 평상 혹은 정자에 앉아, 초연히 풍경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런 노인의 모습이 떠오르는 시들이 하나하나씩 늘어놓아져 있다. 그런... 조금은 어둡고 메마른 분위기 중간에 놓여있는 이 '가을 어느 날' 이라는 시를 읽고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김종해 시인과 따뜻한 정종 한 잔 마시며 이야기 할 기회가 있다면 이 시와 같은 조용한 웃음을 지으며 내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 지 남은 생을 어떻게 정리하고 계신지 경청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