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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26년 3월 2일 - 쓸데없는 참견. 아직 남은 자존심.

  장모님, 장인어른이 오셨다. 예전에 잘나가는 식당을 하셨던 장모님의 음식 솜씨는 여전했다. 장모님의 음식은 언제나 반갑다. 그러나 그에 대한 청구서처럼 따라오는 장인어른의 걱정어린 조언과 주변 사례는 사양하고 싶다. 동굴같은 울림통을 가지고 계신 장인어른은 작지만 단단한 바위같은 분이다. 만나면 늘 과거에 벼슬을 하신 조상님 부터 시작해서, 병원 원장이었다가 은퇴한 의사 친구를 가진 것에 대한 자랑이나, 교수였던 친구. 자신의 말이라면 꿈뻑 죽는다는 주변 동네 동생들까지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저음의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 처럼 끊임없이 하시는 분이다. 듣고 있으면 정신이 멍~ 해지면서, 저주파의 울림에 귀에 통증이 느껴지는 듯 한 기분을 느낀다. 한 때, 대기업 다니다가 당당히 나와서 유망한 사업을 하던 사위로, 그의 이야기 속의 한 자리를 차지하던 나는 이제 장인 어른께는 늘상 걱정받아야 하는... 딸을 고생시키는 못난 사위가 되어 버렸다. 장인어른은 오늘도 만나자마자 위암에 걸렸다가 지금은 20년째 잘 살고 있는 옛날 동창이야기를 하셨다. 이미 장인 어른과의 통화에서도 두어번은 더 들은 적 있던 이야기였다. "내 동창이 20년 전 쯤에, 위암으로 수술 받았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통 사람이랑 똑같이 밥먹어.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물먹을 때만 좀 얹힌다고 하대~"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병원 원장이었던 의사친구가 한 이야기나 어떤 버섯이나 약재가 좋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쭈~욱 늘어놓으셨다. 아.. 네~ 그렇네요. 그래야겠어요. 하며 영혼없이 적당히 맞장구 치며 이야기를 적당히 흘려넘기고 있었지만, 장인어른은 듣는 사람의 태도 따윈 상관하지도 않고 끊임없이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듣는사람의 반응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본인 할말을 끝까지 하는 것은 어찌보면 장인어른의 강점이다. 지금 우리집에는 우퍼스피커가 달린 라디오가 틀어져있다고 자기최면을 하며, 식후 커피를 다같이 마시고 있는데 장인 어른의 말이 갑자기 내 가슴을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