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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체험기 #13 - 새로운 제약사항을 획득하셨습니다. (두 번째 수술 후 일상생활 복귀)

두 번째 수술 후.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일상생활에는 뚜렷한 제약사항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약사항 1. 소화액 역류가 심해, 몸을 45도 이상으로 눕히면 몇 분도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이 날 이후로는 거의 앉은 자세에 가까운 상태로 자야했고, 이 악조건에서도 그나마 편안한 자세를 찾기 위해서 모션베드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소화액으로 인해 항상 가슴이 타들어가는 통증이 있었고, 이게 혹시나 수술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 수술 부위가 좀 아물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버텼지만, 결국 세 번째 수술을 하기 전까지 이 증상은 지속되었다.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은 참기 힘든 울렁거림으로 심화되고 결국에는 소화액을 토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 증상이 조금 완화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제약사항 2.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수 없게되었다. 맵고 짠 요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치명적인 제약으로,  작은 김치조각만 먹어도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순하디 순한 음식들만 먹으려니, 물려서 김치생각이 간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제약사항 3. 수술할 때 삽입했던, PICC(말초삽입형 중심정맥관)를 그대로 달고 퇴원했다. 그래서 이 PICC를 관리하기 위해서, 이틀에 한 번씩 헤파린을 관에 주사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PICC 부위 드레싱을 해야한다. 특히 이 드레싱은 관부위를 깨끗히 소독하고, 새로운 PICC용 밴드로 교체하는 작업을 포함하는데 한 팔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내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제 진짜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관리도 안되는 상황) 또한, PICC가 삽입되어 있는 팔로는 이제 무거운 것 드는 것도 안된다. (=남성으로서의 기능상실) 이 PICC에 대해서는 조금 할 말이 많은데, 처음 PICC를 달았던 이유는, 중심정맥관용 수액으로 동일 시간 더 고용량의 영양을 공급받기 위해서 였다. 이걸 유지하면 앞으로 정맥주사도 이 관을 통해 맞을 수 있고, 채혈도 가능해서 정맥주사 맞을 때의 고통을...

암 체험기 #12 - 항암이고 수술이고 경력자인걸...(두번째 항암제, 두번째 수술)

  새로운 항암제로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꼭 처음 항암치료를 하는 것 처럼 교육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번에 맞게되는 항암제는 무엇인지. 치료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현재 영양상태는 어떠한지. 식사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이번에 맞는 항암제는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 이라는 항암제인데, 사이람자를 맞을 때는 부작용으로 혈압이 오르는 경우가 많으니 유의하고, 파클리탁셀은 부작용으로 손발 저림이나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 안면홍조와 탈모가 있다고 했다. 첫 항암치료 때, 옥살리플라틴의 손발저림 증상에 많이 고생했었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얼마나 아플까하고 걱정했지만, 실제로 경험한 파클리탁셀의 부작용은 옥살리플라틴에 비하면 거의 없는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그냥 평소에 손발을 따뜻하게만 유지하면 손발저림은 느끼지도 못하고 넘어가고, 다른 부작용들도 있는지도 모르게 넘어갔다.  다만, 내가 경험한 파클리탁셀의 가장 부작용은 탈모였다. 항암제를 맞고 딱 2주가 지나기 시작하자.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 씻을 때마다 얼굴과 몸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내는게 고생고, 자고 일어나서 베게에 장판처럼 깔려있는 머리카락들을 보는 것도 고역이었다.  머리를 밀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젤로다와 옥살리플라틴 맞을 땐, 괜찮았었는데..ㅠㅠ 사이람자의 부작용은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실제로 없었기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번 항암치료는 부작용으로 인한 일상생활 불편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울렁거림이 없는게 너무 좋았다. 이전에 치료 받을 땐, 울렁거림 때문에 정말 고생했었는데... 이번 항암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기뻐할 일이었지만,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는 점점 더 심해졌다. 의사는 사이람자를 맞고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을 기대했던 모양이지만, 실제로 증상은 오히려 심화되었고, 진료를 다시 받으러 갈 때쯤엔 액체로 된 것도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동네 병원에서 맞는 ...

암 체험기 #11 - 위암이 식구가 늘어서 집하나 더 마련했다네요 (복막전이, 다시 항암치료 시작)

  CT 결과를 들었다. 복막으로 전이된 암이 소장의 윗부분을 눌러 고형 음식물을 넘길 수 없는 상태라는 결론이 나왔다. 암이 복막으로 전이되었기 때문에, 이제 수술은 불가능하고 완치보다는 연명을 목적으로 하는 항암치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만난 의사들은 참... 인간미 없다. 빈말로라도 치료가 될 거라는 소리는 안 해준다. 이 진료실 바깥에 자기 차례를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이 의사를 더 기계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의사가 이제 기계적으로 다음 치료계획을 말해야 하는데, 아내가 운다. 이번 항암제는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을 맞게 될텐데,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1주마다 맞는다고 한다. 1주차 : 사이람자 + 파클리탁셀 2주차 : 파클리탁셀 3주차 : 사이람자+ 파클리탁셀 4주차 : 휴약 (이후 다시 1주차 반복) 문제는 사이람자 라는 표적항암치료제 였다. 이게 원래 급여에 해당되는 약이었는데, 이번 정부(윤)에서 미쳐가지고 갑자기 비급여로 분류 되었다고 한다. 비급여로 할 경우 한 번 맞을 때마다 2백이 넘는 돈이 드는데, 투약 일정대로 맞으면 한달에 두 번은 맞아야 한다.  비용적인 부담이 있긴 한데, 현재 이 단계에서는 이게 가장 효과가 좋은 약이기때문에 이걸로 치료를 진행해도 괜찮을지 의사가 내게 물었다. 아직 부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나는 직업병처럼 효율을 따지곤 한다. 치료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차이를 물었다. 어차피 이제 완치는 물건너간 단계라고 하는 거 같고, 치료를 하면 얼마나 더 사는지 궁금했다. 그만한 돈과 노력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생존 기간으로 치면 평균적으로 몇달정도 더 연명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몇달 더 살자고, 매달 사오백 정도 되는 돈을 치료비로 부어야 하는건가? 기가 막힌다. 치료가 되는 것도 아니고, 겨우 몇 달 더 살자고.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치료를 받는게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려고 입을 여는데, 몇 마디 제대로 못 하고 갑자기 울음...

암 체험기 #10 - 주치의에게 치료받고 싶다구요..ㅠ (2차 병원으로 전원 입원)

  병원에는 입원할 병실이 없다는데... 현재 나는 물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TPN 수액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지만, 응급실 규정상 이 수액은 또 응급실에서 놔줄 수 없다고 한다. (응급실에서는 나 같은 환자도 응급이 아니다...) TPN 수액 -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하기 어렵거나 장을 통한 영양 흡수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혈관(정맥)을 통해 직접 공급하는 방식 현재 증상의 원인은 위암의 복막내 전이로 소장 윗 부분을 막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고, 지금 내게 필요한 치료는 장폐색, 장마비, 염증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과 정맥을 통한 영양공급이다. 이 진단은 응급실에서 이루어 진 것이기 때문에, 다음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주치의의 의견이 필요하고, 그 진료를 받기 위해서 다음 외래 예약까지 5일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이 기간 동안에, 입원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집 근처 2차 병원을 알아보고 입원 조치 까지 해준다 하였고, 당장 입원 가능한, 인천 연구수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은 나사렛병원 이어서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실은, 인하대병원이나 길병원 같은 대형병원으로 가고 싶었지만 전원 조치하는 건 또 그렇게는 안된다고 한다. 하급병원으로 가야한다고... 뭐 이렇게 안되는게 많은지..ㅠㅠ 이때까지 2차병원에 입원해볼 일이 한 번도 없었기때문에 그냥 전원해주는 그대로 병원을 갔는데, 나사렛병원은 정말 최악의 선택이었다. (이 이후로 두번 정도 응급실 전원될 상황이 발생했는데, 그 이후로 나사렛은 무조건 빼달라고 한다.) 나사렛병원으로 전원가면서 생긴 일들을 늘어놓자면... 1. 아산병원에서 전원 요청되어 접수되었음에도 수속시 전혀 모른다.   - 전원요청을 하면, 기본적으로 입원 요청이 가능하도록 병원간에는 이야기가 다 된 상황이다. 응급실에서 전원하는 환자는 전원받을 병원의 응급실을 통해서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환자는 의뢰서와 이전 병원에서 진단받은 서류, C...

암 체험기 #9 - 매복이다!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막아라~! (암 재발을 알리는 이상신호)

25년 8월 말. 그동안 성인 1인분 양 정도는 문제없이 먹을 수 있게 회복되었던 식사량이, 갑자기 절반정도로 줄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윗배의 오른쪽 부분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고, 음식이 자꾸 얹히는 듯하여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기 힘들었다. 9월 2일에 CT 촬영을 포함한 정기 추적검사 일정이 있었다. 며칠만 더 기다리면 검사 결과와 진료를 일정대로 들을 수 있었기에 버텨보자고 생각하고 버티며 하루이틀이 지나자 증상은 점점 심해져서 고형체의 음식만 먹으면 바로 토를 하는 수준이 되었다. 밥을 먹지 못하니, 먹는 것을 죽으로 바꿨지만, 다시 하루이틀정도 지나니 죽을 먹어도 넘기지 못하고 토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나마 아직 액체는 넘길 수 있어서, 뉴케어로 식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추적검사가 끝나고 종양내과 외래 진료가 9월 10일에 잡혔다. 이제 일주일정도만 더 버티면 일정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을테니 그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액체 위주의 식사를 하였다. 25년 9월 5일 75kg 이었던 몸무게가 며칠만에 70kg 로 줄었다. 상태는 더 악화되어, 뉴케어나 물을 마셔도 토를 하며 액체도 넘길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기 위해, 사탕을 입에 물고 있기 시작했다. 물은 못마시지만, 침을 삼키는 것은 가능했다. 평소에 좋아하던 청포도, 복숭아, 스카치 캔디 같은 것을 입에 녹이면서 버티다가 포도당 캔디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함량의 포도당 캔디를 먹기 시작했다. 조금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물마시는 것도 못하는데, 10일 외래진료까지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고 사탕만으로 버티는 것을 결국 포기하고 아산병원 응급실로 출발했다. 이때까지 왜 그렇게 응급실 가는게 싫었는지...  솔직히 이 지경이 되기 전에 응급실에 더 빨리 갔어야 했을건데... 지금 생각하면, 일단 한시간 반은 차끌고 가야하는 그 수고로움과 응급실에 가봤자 주치의가 보는 것도 아니라서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 할 것이라는 불신 ...

암 체험기 #7 - 내 몸에 융단폭격 (항암치료)

  항암치료에는 표준치료법이 존재한다. 그래서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항암치료로 처방받게 되는 약은  암의 종류, 진행정도에 따라 기본적으로 표준치료법에 맞는 약을 처방받게 된다. 표준항암치료법 수많은 임상 시험을 거쳐 현재 의학계에서 해당 암종과 병기에 대해 '가장 효과가 좋고 안전하다'고 공인된 치료법 을 말합니다. 위암 3기에 가장 많이 쓰이는 표준치료는 XELOX(젤록스) 라고 불리는 먹는약(젤로다)+주사(옥살리플라틴) 조합이고, 나 역시 어김없이 이 치료법을 받게 되었다. 이 치료법을 시작하면 3주에 1회차 치료를 받게 되는데, 각 회사에는 옥살리플라틴 주사를 1회 맞고, 2주간 젤로다 라는 약을 하루 2회(아침,저녁)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가 정해준 용량을 먹은 후, 1주간 휴약기간을 가진다. 이 때, 혹시나 약 먹는 것을 잊거나 다른 이유로 먹지 못 하더라도, 남은 약은 폐기하고 1주간의 휴약기간은 반드시 지키도록 안내 받는다. 항암치료 첫 날. 옥살리플라틴 주사를 맞기 한 날이다. 정맥주사로 약 한시간 반정도 맞으면 된다고 사전에 설명들었지만, 항암 주사를 처음 맞을 때는 몸에 특별한 부작용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좀 더 천천히 놓아준다. 한 시간 정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 이후 부터 팔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살짝만 건드려도 찌릿찌릿 하여 나중에는 날카로운 것에 베이는 듯한 감촉을 느껴 통증이 상당했다. 윽... 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났다. 내가 경험했던 옥살리플라틴의 대표적인 첫 번째 부작용은 저림 증상... 피부가 살짝 쓸리기만 해도, 통증이 상당하기 때문에 옷 입고 벗기도 두렵고, 누군가 옆에서 건드릴까봐 가까이 오는 것도 무섭다. 이 증상은 3~5일정도가 제일 심하고 나머지 기간동안에는 좀 버틸만 했다.(다시 맞기 까지..) 그리고 두 번째 부작용은, 울렁거림이었다. 항암 치료를 무사히 잘 받으려면 영양분 섭취, 특히 단백질 섭취하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 울렁거림 때문에 ...

암 체험기 #5 - 안녕, 위장아. 그동안 수고했어. (위전절제술과 회복기)

  눈을 떳을 때, 내가 있던 곳은 커다란 방이었다. 이 곳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신음 소리를 내며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누워있었다. 나 처럼 수술을 막 마친 환자들이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고 안정을 찾을 때까지 집중 관리하는 곳인 듯 했다. 방 여기저기에서 띠, 띠 하는 기계음과 막 마취에서 깨어난 사람들의 신음소리,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간호사들의 발소리과 말소리들이 들렸다. 나는 아직 몸이 마취에서 덜 풀렸는지 통증이 있지는 않았지만, 정신이 반 쯤은 꿈에 가있고, 나머지 반은 현실에 와있는 기묘한 기분이었다. 주변에서 간호사가 뭐라뭐라 하는데 정신이 헤롱헤롱한 상태였던 나는 주변에서 뭐라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고, 그대로 누워있다보니 얼마 후에 침대 채로 옮겨졌다. 도착한 곳은 병실이었고, 병실에는 눈물자국 있는 아내가 운 듯한, 울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병실 침대로 옮겨진 내 손에는 통증이 심할 때 누르라고 한 빨간 버튼이 하나 쥐어져 있었고, 나는 그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다시 헤롱헤롱 해지는 기분 때문에 잠들었다.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자다보면 깨워서 체온, 혈압을 재고. 전신마취한 후에 폐를 펴야 한다고 숨을 들이키는 훈련하는 장난감 같은 거 불고. 통증에 약 맞고 다시 잠에 들다 보니, 사흘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깨어있는 시간이 긴 상태가 될 수 있었다. 수술 할 때, 배를 갈라서 위를 빼냈다던데... 문득 내 배의 상태가 궁금해져서 수술 부위를 보니, 배꼽 아래부터 명치 정도까지 일자로 죽 드레싱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가른 배를 다시 기워놓은건지 찝어놓은건지, 붙여놓은 거 같은데 이대로 그냥 놔둬서 알아서 아물게 될 거라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배 내부에서 생기는 피나 고름 같은 것을 빼내기 위해, 수술 부위와는 별도로 관이 하나 밖으로 나와서 봉투에 붉기도 하고 노랗기도 한 액체가 조금씩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막 나올때는 소변줄도 달고 나왔었는데, 이건 ...

암 체험기 #4 - 꼭 떠나야만 하겠니? to 위장 (수술 전 준비과정)

  수술은 약 10일 후로 정해졌다. 추석연휴가 있어 수술 날짜 잡기가 더욱 힘들었던 모양이다. 본래 연수를 가야 한다던 교수님은 내 수술을 위해 중간에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주변을 통해 들려왔다. 수술날짜 잡기가 되게 힘든데 겨우겨우 잡았다는 듯 했다. 아내는 이렇게 빠르게 일정이 잡힐 수 있어서 우리가 엄청 행운이라고 앞으로 치료도 지금처럼 잘 풀릴 것이라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술 전 날에 입원 수속을 했다. 입원하기까지 열흘정도사이에 수술전 검사결과가 어땠는지, 수술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인지 어디에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우리 부부는 불안해했다. 입원 하자마자 검사결과가 좋지 않아 수술을 못하게 됬다고 다시 쫓겨나는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실은 2인실로 했다. 치료를 언제까지 받아야하고, 치료비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 나는 되도록 돈을 아끼는 방향으로 4인실에 가고 싶었지만, 같이 병실에 있을 아내를 생각해서 2인실로 정했다. 가격대는 4인실이 하루에 25000원 정도, 2인실은 12만원 정도, 1인실은 45만원 정도였다.(물론 이건 병실 입원비만 내는 비용이고, 입원하는 동안 받는 진료나 처치, 처방, 수술 등은 다 별도로 내야 한다.) 처음 보는 서울아산병원의 2인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좁았다. 침대와 보호자용 의자겸침대(이걸 침대라고 부를수 있는지조차 의문스러울 정도로 허술하지만), 수납장이 환자 한명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복도쪽에 있는 침상에는 여행가방 하나 어디 놓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협소했고, 창가 쪽은 그나마 좀 더 여유가 있어 보였다. 복도 쪽에 배정받은 우리는 낮에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쪽 자리가 얼마나 부러워 보였는지 모른다.  입원 첫 날이라 어색하게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내일 있을 수술에 대해 설명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내 CT 사진과 내시경 사진을 보면서 현재 내 상태가 사진 상으로 볼 때는 전이가 상당히 의심되는 상황이고, 개복 시에 복...

암 체험기 #3 - 이 순간만큼은 드라마 속 주인공(위 전절제 수술 전 진료와 검사)

진료 예약을 잡은 후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우리나라에서 위암에 대한 대처는 일단 수술이 가능한지 판단 후에 가능 할 경우, 선 수술하고 후 항암을 한다고 한다. 해외의 경우는 먼저 항암치료를 해서 암의 크기를 최대한 줄인 다음에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무엇이 옳은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어찌됐든 나는 외과로 안내받았고, 첫번째 대면한 의사 선생님은 내 내시경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 했다. "이 위내시경 사진으로 봤을 땐, 제 경험상 4기가 의심됩니다. 저희야 매일같이 수많은 케이스의 내시경 사진을 봐왔기 때문에 딱 보는 순간 상당히 진행된 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 본다면 단순히 위염정도로 판단할 수 있는 드문 케이스예요. 이게 위벽을 따라 얇고 넓게 퍼지는 류여서 내시경 만으로는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환자같은 경우는 여기 다행히 용종이 생겨서, 쉽게 발견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건... 암에 걸려서 불행한걸로 생각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발견되기 어려운게 이제라도 발견되서 치료받을 수 있게 된 행운으로 봐야 할까. 의사 선생님의 말은 계속 되었다. "지금 상태는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인데, 제가 수술 일정이 현재로써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수술 가능하신 다른 선생님이 계시니까 그 선생님에게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내일은 수술 전에 해야 할 검사받고 수술하실 선생님 외래 진료 받으세요." 이렇게 병원에 와서 이야기 듣는데도,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수술받지 않고 남은 생을 마무리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멤돌았다. "저... 혹시 수술 받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1년에서 1년반정도 입니다." 그리고 나의 이 이기적인 물음이 와이프에겐 눈물 버...

암 체험기 #2 - 알고보니 세상에 암환자가 이렇게 많더라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충격의 여파가 지나가고 나면 여러가지 고민거리나 궁금한 것 들이 생긴다. 나의 상태를 누구에게 까지 이야기 해야 할까? 어느정도 수준까지 이야기 해야할까? 내 아이들에게도 이야기 해야할까? 일은 이제 못 하는 건가? 지금 진행 중인 업무들은 어쩌지? 신규계약 건 어떻게 해야하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겨진 기간이 일년정도 된다는게 생각보다 짧지 않다는 것이었다. 당장 소화가 좀 안되는 거 말고는 몸에 불편한 것도 없고, 차분히 내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안도감을 주는 것 일 줄은 아마 직접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르지 않을까? 나는 일단 친가 가족들과 와이프에게만 현재 상황에 대해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는 아직 이야기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되어 숨겼다. 일은 계약 상 최소한의 유지보수가 필요한 일 말고는 전부 정리하였다.  실제로 항암치료(젤로다+올살리플라틴)을 받아보니, 먹는 약인 젤로다(2주복용 1주휴약)의 경우 알약을 목구멍에 넘길 때 좀 힘든거 말고는 특별히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았고, 옥살리플라틴(3주에 두시간이내로 정맥주사)은  맞고나서 3일정도는 어지럼증, 구역감, 혈관통증, 주사맞는 팔 저림(살짝 무언가에 닿기만 해도 많이 아픔)과 같은 것들 때문에 헤롱헤롱 하게 시간을 보내고 5일정도 지나면 거의 모든 부작용이 가라앉아 일상생활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되면 다시 다음에 옥살리플라틴을 투약하기 전까지 업무를 집에서 할만한 컨디션이 되었기에 거래처에 어느정도 양해를 구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주어진 업무를 큰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

암 체험기 #1 - 암에 입문하다. (위암 4기 소견을 듣다)

2024년 9월, 위암 4기 의심 소견을 들었다. 요즘 소화가 잘 안되는거 같아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늘상 있었다.  그렇다고 뭐 못 먹는 음식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소화제 관련 약 처방을 받을 때, 의사선생님과 했던 대화가 떠올라 내시경 한 번 받아 보려고 했던 것 뿐이었다. "최근에 내시경 검사하신지는 얼마나 됐어요?" 생각해보니 5년이 넘었다. 다니던 대기업 때려치우고 스타트업 한답시고 나온 후로는 당연하게 받던 정기검강검진 이라는 것도 받아보라는 이야기 한번 듣지 못 하였다. 그래서 특별한 생각없이 요즘 소화가 잘 안되는 이유라도 잡아보려고 내시경 검사를 받아 본 것이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어쩐지 2주 후에나 나온다던 검사결과를 1주도 안지났는데 와서 들으라고 하더라니... 젤 바른 기기로 몇 분 문지르면 끝나던 복부 초음파를 20분 가까이 유심히 보더라니... 건강검진을 한 후에, 병원에서 연락이 예정일 이전에 온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게 될 거예요. 일반적으로 빠른 조치가 필요한 어떤 일이 발생했다는 신호이거든요. 이런 말씀 드리게 되서 유감이라느니, 보다 자세한 의학적 소견은 큰 병원가면 들을 수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귀를 잠시 스치듯 지나가고나서 내가 제일 궁금한 것 내용을 물어보았다. "이러한 경우 보통 얼마나 살 수 있는 거죠?" "... 항암치료를 받으실 경우 1년에서 1년 반정도입니다." "안 받으면요?" "대략 6개월에서 8개월 정도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크게 차이가 없네요. 라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