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병원으로 전원되어 입원을 하면, 병원에서는 적극적인 치료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병원의 의뢰에 따라 현재 당장 직면해 있는 환자의 통증이나 증상을 가라앉히고, 상태체크를 하여 더 악화되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조치만 해 준다.
만약 그러다가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지 않고 좋아지지 않는다면, 다시 상급병원 응급실로 보내는 것이다.
이 병원에서 받은 의뢰는 항생제로 높아진 염증 수치를 낮추고, 구토와 설사 증상을 가라앉히는 것 이었던 것 같다. 입원 해 있는 동안에도 계속 구토와 설사, 산발적으로 오르는 열로 인해 정신 차리기가 힘들어서 입원해 있는 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체감하지 못 할 정도였다.
다행히 검단탑병원에서 담당 주치의가 된 의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한 전문의였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내가 어떤 식으로 치료받았는지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 병원에서 자신에게 요구한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거기다 서울아산병원에서의 내 주치의 교수님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더 신경을 써준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검단탑병원의 입원 병동 시설은 서울 아산병원의 병동보다 더 개인공간이 넓어 쾌적했지만, 병동에 보호자나 면회객들이 수시로 마음대로 드나들어 통제를 하고 있지 않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처음 입원받을 때 안내 받은 내용에는 면회가능일이나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입원 해 있는 동안 꾸준히 항생제와 구토방지제, 지사제, TPN, 비타민 전해질을 꾸준히 투여받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염증수치가 낮아지고, 구토와 설사 증상이 완화되었다.
일주일 후, 염증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구토가 멈추고, 설사가 하루 1회로 줄었을 때, 나는 퇴원을 요청했다. 이제 죽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이틀 뒤 주치의의 진료가 있는 날 이었다. 이 때까지만 버티면 문제가 확실해 져서, 어떻게든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뒤, 진료 날이 되었다. 검단탑병원에서 퇴원을 하고나서 죽 정도는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죽도 먹지 못 했다. 물조차 잘 넘어가지 않아서, 포도당 캔디를 빨면서 버텼다.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의사는 답답하다는 얼굴로 이야기 했다.
입원을 한 상태로 좀 더 검사를 받아 보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종양내과에 입원할 자리가 없어서... 입원 대기명단에 넣어두긴 하겠지만, 언제 병실에 자리가 날지는 모르겠네요. 병실에 자리가 날 때까지 집 근처 병원에서 수액을 맞는 다던가 하면서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특실은 자리가 있는데 좀 비싸서...
얼마정도 되는데요?
1박에 120만원 정도 됩니다.
아... 네, 일단 좀 기다려 볼께요.
하아... 이 날까지도 힘들게 버텼는데, 결국 더 버텨야 한다고 한다.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선물은 커녕 문전박대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할지... 다시 2차병원에라도 입원해야 할지...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와 버텼고, 다음 날, 크리스마스 저녁이 되자, 열이 나면서 본격적으로 컨디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설사와 갈색 토를 하는 증상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다 위 아래로 다 쏟아내고 가죽만 남아 죽겠구나 싶었을 때, 다시 아산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원하는 치료는 못 받을 거라는 걸 알지만, 진짜 이대로 있으면 죽을거 같아서 일단 살아보려고 갔다.
근처에 가까운 다른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는 건 어떻냐고? 예전에 진즉 가봤지. 아예 주치료 병원을 바꿀거 아니면 자기들이 해줄거 없다고, 거기서도 결국엔 아산병원으로 가게 할거라는 걸 알거든.
아예 병원을 바꾸는 선택은 쉽게 할 수가 없다. 그게 소위 빅5라고 불리는 유명대형병원에서 그보다 규모가 작은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오늘 인생 최악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크리스마스를 이렇게 보냈다.
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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