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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체험기 #14 - 믿어야 할까? 따로 살 길을 찾아봐야 할까? (임상실험, 다른 치료법, 교차검증 고민)

 


이 때쯤 부터였다.


그 동안,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을 그대로 믿고 지켜보던 아내가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암이 3기일 때와 4기일 때, 보호자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듯 했다. 3기 일때는 잘 치료받으면 치료가 되겠거니... 하는 희망이 있지만, 4기 일때는 의사부터 이제 완치는 어렵고 연명을 목표로 치료한다고 하면서 치료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것이 많은 보호자들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가족, 친구, 친구의 가족, 친구의 친구.

조금이라도 의료계나 제약계에 몸 담고있는 사람이 조언을 주면, 아내는 잘 듣고 정리해놨다가 내가 해당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어디인지 조사해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알아본 내용에는 지금 현재 받고 있는 치료를 믿고 그대로 따르는 선택지 이외에 크게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 번째.

임상실험에 참가한다.  

항암치료를 받다보면, 환자에게 보다 맞는 치료를 받게 하도록 유전자 검사도 권유 받는다. 나도 이러한 유전자 검사를 받았었고, 그 결과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특정 유전인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내는 제약계의 지인을 통해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내가 참여 가능한 신약 임상실험이 있고, 해당 임상실험의 약이 안정적이고 효과가 좋다는 것, 마침 그 임상실험 참가를 서울아산병원에서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복강내항암요법을 받는다.

이건 이번 사이람자 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알아보자는 의견이었다. 나중에 필요할 때, 알아보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또 몇 달이 더 걸릴지 참여할지 모르니 미리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항암요법은 고대구로병원의 위장관외과에서 주도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아산병원에서 두 번째 수술을 해주신 위장관외과의 의사선생님에게 이 고민 내용을 상담했더니, 당연히 여기저기 어떤 치료법이 더 좋은지 의견 들어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며, 고대구로병원의 예약을 연계하여 잡아주셨다.


세 번째.

비급여로 효과좋다는 항암제로 치료받는다.

일단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내가 제대로 듣지 않아서, 정확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기억나는게... 임상을 참여해야지만 받을 수 있는 어떤 효과좋은 항암제가 있는데, 세브란스 병원에서 해당 약으로 비급여로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돈이 많이 드는 것도 드는 것이지만, 첫 번째, 두 번째를 알아보는 것도 빠른 속도로 진행됬기에 일단 앞에 일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세 번째 내용은 고민해보자고 보류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주치의에게 임상실험에 대해 물어봐야 하는 것인데

내 주치의는 무언가 질문을 하거나 요구하기가 힘든 사람이었다.

진료를 들어가기 전 부터, 그의 머리 속에는 나에 대한 치료 계획이 다 정해져있어서, 진료를 들어가면 이미 정해진 내용들을 그냥 통보받고, 궁금한거라도 물으려고 하면 대부분의 내용은 진료실 밖에서 설명을 담당으로 하는 간호사에게 물어보라며 끊겼다. 


두 번째 수술이 잡혔을 때는, 수술 하고 나서는 이 후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어보려했다가 주치의가 갑자기 버럭하면서, 자기가 지금 최선을 다 해서 수술일정 최대한 빨리잡고 다 준비 해놨는데, 뭘 더 해야 하냐고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우린... 수술 이 후의 항암이라던지 치료계획이 어떻게 되는 건지 알고 싶었던거 뿐인데... 갑자기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기도 하고 왠지 서럽기도 했지만, 목숨줄 잡혀있는 입장으로써 그냥 환자가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가 보다... 하고 좋게좋게 넘어가자고 생각했던 때도 있을 정도였다.


이렇다보니 우리는 의사에게 당장 진료와 관련없는 이야기 하는 것을 상당히 꺼렸었지만, 이번에 아내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야기할 내용을 철저히 준비하여 진료실로 들어갔고, 의사에게 단호한 의지를 내비치며, 아산병원에서 지금하고 있는 관심있는 임상실험에 대해 묻고, 참여 가능한지 물었다. 


이렇게 준비를 철저히 하고 마음을 굳게 먹은 상태에서는 상대의 대응도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해지는 경향이 있다.


다행히 주치의는 우리가 어째서 이런 것들을 묻는지 이해해 주었고, 실제로 그런 임상실험의 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시켜 주었다. 다만, 이제 막 시작한 사이람자 항암치료가 아직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안되었는데, 당장 임상실험의 치료법으로 바꾸는 것은 좋은 의사결정이 아닐 거라는 점과 임상실험을 하게되면 50%의 위약군이 의사와 환자 모두 모르게 선정되어 자신도 모른게 원하는 약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해 주었다.


위약은 실제 임상중인 약이 기존에 쓰고 있는 다른 약에 비해 얼마나 효과있는지 비교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조군의 약으로, 위약군으로 선정된다고 아예 치료 효과가 없는 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미 사용하고 있는 항암제로 처방받게 된대요.


이야기 들은 내용은 우리도 미리 조사해서 알고 있던 내용이라. 주치의에게 우리도 당장 치료법을 바꾸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중에 필요할 때 그제서야 행동을 하면 또 한참 기다려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점을 이야기 했더니, 다행히 임상실험을 위한 대기명단에 넣어주었다.


첫 번째 옵션은 일단 1단계 통과 한 셈이었다. 



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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