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는 입원할 병실이 없다는데...
현재 나는 물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TPN 수액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지만,
응급실 규정상 이 수액은 또 응급실에서 놔줄 수 없다고 한다.
(응급실에서는 나 같은 환자도 응급이 아니다...)
TPN 수액 -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하기 어렵거나 장을 통한 영양 흡수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혈관(정맥)을 통해 직접 공급하는 방식
현재 증상의 원인은 위암의 복막내 전이로 소장 윗 부분을 막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고,
지금 내게 필요한 치료는
장폐색, 장마비, 염증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과
정맥을 통한 영양공급이다.
이 진단은 응급실에서 이루어 진 것이기 때문에,
다음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주치의의 의견이 필요하고,
그 진료를 받기 위해서 다음 외래 예약까지 5일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이 기간 동안에, 입원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집 근처 2차 병원을 알아보고 입원 조치 까지 해준다 하였고,
당장 입원 가능한, 인천 연구수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은 나사렛병원 이어서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실은, 인하대병원이나 길병원 같은 대형병원으로 가고 싶었지만
전원 조치하는 건 또 그렇게는 안된다고 한다. 하급병원으로 가야한다고...
뭐 이렇게 안되는게 많은지..ㅠㅠ
이때까지 2차병원에 입원해볼 일이 한 번도 없었기때문에
그냥 전원해주는 그대로 병원을 갔는데,
나사렛병원은 정말 최악의 선택이었다.
(이 이후로 두번 정도 응급실 전원될 상황이 발생했는데, 그 이후로 나사렛은 무조건 빼달라고 한다.)
나사렛병원으로 전원가면서 생긴 일들을 늘어놓자면...
1. 아산병원에서 전원 요청되어 접수되었음에도 수속시 전혀 모른다.
- 전원요청을 하면, 기본적으로 입원 요청이 가능하도록 병원간에는 이야기가 다 된 상황이다. 응급실에서 전원하는 환자는 전원받을 병원의 응급실을 통해서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환자는 의뢰서와 이전 병원에서 진단받은 서류, CT 사진등을 가지고 방문한다.
그런데,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접수 수속하는 곳에서 쉬는 날에 왜 무슨 일로 왔냐는 태도로 시작한다. (응글실인데도...).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해서 여기에 오게되었는지 열심히 설명하고, 접수 받는 사람은 전달한 서류는 볼 생각도 없었다. 우리는 응급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한참을 대기한 후에나, 아, 전원요청한게 하나 있었네 하듯이 겨우 응급실에 들어갔다.
2. 의사가 얼굴을 코빼기도 안내비친다...
- 응급실에서 전원이 되면, 전원받는 곳의 응급실을 통해서 입원을 하게 된다. 그러면 받은 응급실에서는 오자마자 기본적인 문진과 검사들을 한다. 이 검사결과가 나오고 입원하기까지는 몇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여기 와서 입원할 때까지 의사의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듣지 못 했다.
3. 입원실의 허름함과 관리체계 허술
- 그래.. 4인실 입원하면서 뭐 얼마나 더 바라겠냐. 좁은 개인공간과 테이프 너덜너덜한 가구들은 그렇다 치자. 통합간호병동이라 보호자가 없어도 된다는 이 곳에, 면회시간 정해놓은 게 무색하게 아무나 아무때나 드나들고 있는 모습은, 이 병동이 얼마나 통제/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4. 회심의 일격은 천장의 곰팡이
- 아무것도 못먹는 상태로 이미 36시간은 지난 상태였던 나는, 입원하고 어떤 조치를 받을 수 있을지 기다렸지만, 입원하고 의사의 제대로 된 진찰을 받은 건, 3일 후였다. 그리고 얼마 후, 병실에 찾아온 아내는, 아파서 입원한 병원 입원실 천장에 곰팡이가 번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도저히 이런 곳에서 치료받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 * *
그래도 TPN 수액을 좀 맞고 나니, 기운이 돌아왔고, 우리는 다른 병원에 입원할지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입원해봤자 수액을 맞는게 끝이라면, 굳이 입원할 필요없이 외래로 수액을 맞고 집에서 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일이면, CT 결과들으러 외래진료 받는 날이다. 암이 전이가 되서 이러는 건지, 일시적인 장마비나 장폐색 증 때문에 이런건지, 이 때 확정된 내용을 들을 수 있을 거고, 그에 대한 조치를 해줄 거다.
이제 하루만 잘 버티면 어떤 조치라도 나오는 것이다.
다행히 집 주변의 내과에 여기저기 전화해 보니, 병원에 입원했을 때보다는 작은 용량(이지만 TPN 수액을 가지고 있는 병원이 있었다. 1차 병원에서 맞으려면, 병원에 따라 한번에 9~15만원 정도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나는 이제 이거 안맞으면 못버티기도 하고, 실비도 적용이 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마음편이 맞을 수 있었다.
확실히 그런 곳에 입원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게 나았다.
TPN 수액을 맞는 상황이 된다면, 입원할때 보통 1000ml 혹은 1400ml 정도의 용량을 24시간 내내 맞으며 식사를 대신하는데요. 1차병원에서는 375ml 내외 정도되는 용량의 수액밖에 없더라구요. 그리고, 입원할 해 있을 때, 금식으로 인해 맞게되는 TPN 수액은 급여적용이 되지만, 1차병원에서 맞는 건 안되서 비용 부담차이도 크니 유의하세요.
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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