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8월 말.
그동안 성인 1인분 양 정도는 문제없이 먹을 수 있게 회복되었던 식사량이, 갑자기 절반정도로 줄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윗배의 오른쪽 부분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고, 음식이 자꾸 얹히는 듯하여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기 힘들었다. 9월 2일에 CT 촬영을 포함한 정기 추적검사 일정이 있었다. 며칠만 더 기다리면 검사 결과와 진료를 일정대로 들을 수 있었기에 버텨보자고 생각하고 버티며 하루이틀이 지나자 증상은 점점 심해져서 고형체의 음식만 먹으면 바로 토를 하는 수준이 되었다.
밥을 먹지 못하니, 먹는 것을 죽으로 바꿨지만, 다시 하루이틀정도 지나니 죽을 먹어도 넘기지 못하고 토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나마 아직 액체는 넘길 수 있어서, 뉴케어로 식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추적검사가 끝나고 종양내과 외래 진료가 9월 10일에 잡혔다. 이제 일주일정도만 더 버티면 일정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을테니 그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액체 위주의 식사를 하였다.
25년 9월 5일
75kg 이었던 몸무게가 며칠만에 70kg 로 줄었다.
상태는 더 악화되어, 뉴케어나 물을 마셔도 토를 하며 액체도 넘길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기 위해, 사탕을 입에 물고 있기 시작했다. 물은 못마시지만, 침을 삼키는 것은 가능했다. 평소에 좋아하던 청포도, 복숭아, 스카치 캔디 같은 것을 입에 녹이면서 버티다가 포도당 캔디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함량의 포도당 캔디를 먹기 시작했다. 조금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물마시는 것도 못하는데, 10일 외래진료까지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고
사탕만으로 버티는 것을 결국 포기하고 아산병원 응급실로 출발했다.
이때까지 왜 그렇게 응급실 가는게 싫었는지...
솔직히 이 지경이 되기 전에 응급실에 더 빨리 갔어야 했을건데...
지금 생각하면, 일단 한시간 반은 차끌고 가야하는 그 수고로움과 응급실에 가봤자 주치의가 보는 것도 아니라서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 할 것이라는 불신 때문이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집 근처의 큰병원 응급실에 우선적으로 가는게 어떠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거기 가봤자 당장 급한 임시처지만 해주고(할게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이것저것 검사를 다 해볼 건지, 다니던 병원으로 갈건지 결정하라고 할텐데, 아예 병원을 옮길게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검사하느니 결국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가는게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응급실에서는 처음부터 오기 싫었던 것에 화답이라도 하듯, 특별한 조치 없이 집근처 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당장 식사를 못하는 것은 TPN(종합영양수액, 일명 밥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응급실에서는 TPN을 규정상 처방할 수 없다고 했고, 아산병원에는 입원할만한 남은 병실도 없기 때문에, 집근처의 다른 입원가능한 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면서, 10일에 예약된 외래 진료까지 버티는게 어떻겠냐는게 그 이유였다. 나는 당장 물도 못마셔서 말라죽어가고 있지만, 이노무 대형병원은 진료를 땡겨준다던지 하는게 얄짤없었다. 결론은 알아서 진료까지 다른병원에서 잘 버텨보라는 거잖아.
그래도 소득이 있다면, 2일에 찍은 CT에 대한 의견을 미리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주치의 선생님께 들어야 겠지만, 자신(응급실 의사)이 보기에는 암이 재발하여 생긴 덩어리가 장을 막고 있는 것 같다고...
하아... 역시 그런거였구나.
분명 몇달 전까지 멀쩡하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이런다고?
증상으로만 생각하면 8월 말에 갑자기 생겨난 암덩어리가 거의 일주일 동안 장을 완전히 막아 버릴 정도로 자라났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도 전원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서 진료내역을 미리 전달해주는 것 까지는 아산병원에서 알아서 해주었고, 나는 정해준 병원으로 입원하기 위해 침울한 마음으로 출발하였다.
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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