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그대 보다 강한 방법으로 이 잔학한 폭군인 시간 공격하지 않는가? 어째서 내 불임의 시보다 복된 수단으로 파멸에 처한 자신을 요새처럼 보호하지 않는가? 이제 그대 행복한 시간의 정상에 서 있고 채 가꾸지 않은 지천의 순결한 정원들은 그대 살아 있는 꽃들 심기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대 초상화보다 더 그대 같은 꽃들. 시간의 붓도 내 이 서툰 펜도 그대의 가치 있는 내면과 아름다운 외양 사람들 눈에 그대답게 생생히 그려 낼 수 없지만, 자식은 그대 그 모습 소생시키리. 그대 내어 주는 것이 그대 영생 가져오는 것. 그대 달콤한 재주로 그려 낸 대로 그대 살게 되리. - 소네트집 1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번역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하면 자연히 따라오는 죽음도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우리가 존재하였다는 흔적은 나와 그녀가 만나서 사랑하였다는 기록은 우리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걸까? 아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흔적을 지닌 세 명의 아이들이 있지 않은가? 아이들 하나하나가 우리의 눈,코,입... 마음까지 나누어 지니고 있다. 내가 직접 보지 못하였던 아내의 어린시절을 간접적으로 나마 보기위해 그렇게 원했던 딸을 얻지는 못하였지만 우리의 아들들은 아내의 부분 부분까지 전부 나누어 가지고 있다. 아...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과 그 아이의 아이들 속에서 남아 있을 수 있겠지. 우리가 이 세상에 있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우리가 사랑하였다는 사실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