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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26년 2월 1일 - 계속 떨어지는 몸무게. 그리고 그들과의 괴리감.

  60kg을 마지노선으로 겨우겨우 지키고 있던 몸무게의 앞자리가 5자로 변했다. 샤워를 하고 벗은 내 몸을 보니 뼈다귀도 이런 뼈다귀가 없을 정도로 느껴졌다. 병원에서 퇴원한지 19일. 컨디션 자체는 괜찮지만 몸무게가 계속 내려가서 조만간 문제가 생길거 같은 느낌이다. 몸무게가 빠지는 것 말고는 정말 아무 문제도 없는데... 이대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하며 창밖 공원에 웃고 운동하는 사람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대학교 때 동아리 후배들이 단체로 찾아왔다. 나에 대한 소식이 여기까지 전달됐구나... 그래도 건강이 안좋다 하니 그렇게 우루루 몰려와 주고 고맙기는 하다. 다들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어서 좋아 보였다. 몇 년만에 다시 모여서 20대 초중반의 그 때처럼 웃으며 근황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당장 1년 후를 기대하기 힘든 나와 끝에 대한 생각이나 고려없이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 사소한 걱정을 하고 있는 후배의 모습 간에 적지 않은 괴리감이 느껴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도 저틈에 끼어 똑같이 시덥지 않은 농담따먹기 하던 날이 있었는데...

[일기] 2026년 1월 26일 - 이렇게 상태가 좋은 날엔 의사의 말이 믿기지가 않는다.

  몸 상태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수술했던 것도 회복이 잘 되고 있고, 첫 이리노테칸의 후유증도 완전히 없어진 듯 하다. 이렇게 몸이 가뿐한 날이 있을 때마다 여명이 수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외면한 좋은 기분은 딱, 거울을 보기 전까지 유지된다. 삐쩍 마른 그리고 하루하루 더 말라가는 내 몸을 보면 언젠가는 끝이 오겠구나 하는, 수긍하는 마음이 생긴다. 난 늘... 궁금한게 많았다. 마치 그 답을 찾는게 나의 삶의 원동력인 것처럼 살았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궁금한게 많다. 오늘 밤엔 나의 아이들에게 오래오래 아빠를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예쁜 시계를 하나씩 골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