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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6일 - 암환자는 발가락 하나 봐주는 것도 무섭니?

  아침부터 발가락이 너무 아팠다. 정확히는 발톱의 뿌리 부분의 통증이다. 통증 부위를 보니 빨갛게 발가락이 부어있었다. 전에 진료 받은 외과에서 말하기를 내부에 고름이 차 있으면 통증이 심해진다고 하던데, 밤새 고름이 쌓였나 보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발톱의 갈라진 사이로 밀어내 듯이 고름을 한바탕 짜내고 나니 통증이 좀 가라앉았다. 오늘 소화기 내과에서의 진료는 역시 내시경 일정을 잡는게 주요 목적이었고, 내시경 검사하는 것을 일주일 뒤로 잡으려던 것을 지금 항암 일정이 미뤄지고 있어 상태가 좋지 않다고 사정하니, 다행히 모래로 잡아주었다. 여기 함정은 내시경 검사는 모래 하지만, 그 결과를 듣는데 다시 또 9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건 이야기 해도 당겨주지 않았다. 이 병원은 항상 이런 식이다. 뭐 하나 검사하자면 몇 주에서 몇 달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은 기다리다가 상태가 더 심하게 나빠지거나, 죽는게 다반사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과 진료가 끝나고 나서, 발가락 상태가 그 동안 좀 더 나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래 진료 받던 동내 외과를 방문했다. 이 외과의사는 발가락을 육안으로 보면서 고름을 짜보기도 하고, 초음파 기기로 내부에 고여있는 고름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시도를 해보기도 하다가, 갑자기 우는 소리를 시전한다. 우리 같은 작은 병원에서는 장비도 그렇고, 더 자세히는 알 수가 없어요. 일반적인 경우에는 고름이 나올 부위를 좀 더 크게 째서 배농을 해보겠지만, 항암치료 중인 환자분에게 감염우려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기도 좀 그렇구요. 나는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지 나빠지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상태만 봐줘도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소독이나 주기적으로 고름을 짜는 일은 집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 저희는 1차 병원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습니다. 더이상 해줄 수 있는게 없습니다. 아... 항생제 처방 해주고, 상태만 봐주면되는데 그것도 하기 싫다는 거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가능하면 그 정도는 동네의...

2026년 4월 5일 - 입원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에 기로에 놓였다.

  오늘은 항생제를 먹다가 거의 한 시간 정도 구토 하느라 고생했다. 항생제 알약 크기도 못 할 정도로 장 통로가 좁아졌는지, 항생제가 가슴 부위에서 턱 막혀서 계속 구토를 유발하는 것이었다. 식사를 하는 것도 먹는 종류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중이다. 어떤 음식은 조금만 먹어도 토하고, 어떤 음식은 그럭저럭 넘어간다. 하지만 어쨋든 섭취되는 총량으로 보면 결국엔 얼마 못 먹고 있다는 게 사실이다. 나름 열심히 먹고 있는데... 2~3시간 동안 작게 자른 닭고기 조각을 네 조각 정도 먹거나, 밥 한 숟가락 말은 국을 겨우 먹는 정도이다. 솔직히 먹어서 배불러 지는 속도보다 배고파 지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 지금은 입원을 할지 말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시기 인듯 하다. 머리로는 이제 슬슬 입원해야 할 때라고 느끼지만, 마음은 버틸 수 있을 때 최대한 버티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아직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입원하고 싶지 않다.

암 체험기 #18 - 저는 탁구공인가요. 핑퐁하지 말고 제발 치료해줘요. (2차병원에서 다시 상급종합병원으로 응급실행)

  같은 증상으로 두 번째 응급실 방문을 했다. 응급실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뻔했기 때문에 정말 오기 싫었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다. 와서 조치 받는 수 밖에는... 갈색토하고 열나고 설사하고 난리치고 있으니, 일단 당장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응급실에서의 대응은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같은 원인으로 또 왔으니 입원을 해서 검사해보고 치료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입원가능한 병실이 특실 밖에 없다. 특실에 입원할 거 아니면, 일반 병실이 나는걸 24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안나면 다시 2차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 정말 힘들었지만, 도저히 1일에 120만원 하는 곳에 입원할 자신은 없어서, 자리가 나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지만, 역시나 24시간 내에 병실이 나지 않았다.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는 알 것 같다. 자리가 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단지 우선순위에 밀렸을 뿐. 분명히 문제가 있어, 반복적으로 이렇게 응급실에 오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어떠한 대응도 해주지 않고 계속 2차병원으로 보낸다. 이번에는 인천힘찬종합병원으로 전원결정이 났다.  힘도 돈도 없는 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보내는대로 무기력하게 흘러간다. 처음 오는 인천힘찬병원은 지금까지 입원했던 병원들 중에 가장 쾌적했다. 넓은 개인공간과 깔끔한 입원실. 친절한 간호사. 문제가 있다면, 내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이 곳에와서도 고열, 구토, 설사 등이 계속 되었고, 거의 매일 같이 하는 피검사에서는 염증 수치가 계속 높아져 갔다. 항생제니, 구토방지제니, 지사제니 하는 온갖 약들이 듣지 않았다. 마치 TPN 수액을 몸 속에서 넣어서, 구토와 설사로 배출해 내는 기계가 된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깨어있으면 주기적으로 구토와 설사를 했고, 열이 오르면 또 비몽사몽 하다 잠이 들었다. 시트와 옷을 하루에 몇 번씩 갈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3일이 지나자, 힘찬병원의 담당 의사가 항복 선언을 했다. 염증이 증상을 아무리 조절하려해...

2026년 4월 3일 - 이리노테칸 6회차여야 했지만, 보류 되었다.

  오늘은 이리노테칸 6회차 투여일이었다. 그러나, 식사를 거의 못하게 된 것과 엄지발가락 고름 이슈로 결국 항암 치료가 미뤄졌다. 항암을 받지 않으면, 또 그 사이에 급격히 암이 진행 될까봐 두려운데... 어쩔 수가 없나보다. 다음 주 월요일에 소화기내과 진료가 예약되었다. 아마 내시경으로 막힌 곳이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한 사전 진료인 듯하다. 내시경 날짜가 빨리 잡혀야 할텐데, 지금까지 패턴으로 봤을 때, 또 얼마나 기다리게 할 지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하루하루 생사가 달려있는데, 이 병원은 세월아 네월아 하는게 정말 답답하고, 스스로의 신세를 처량하게 만든다. 일단 버티자. 악착같이 먹어보자. 토를 하더라도 안넘어가서 고통스러워도 일단 먹는거다. 살기 위해서.

2026년 3월 30일 - 말기 암환자는 종종 눈물을 흘린다.

  몸무게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겨우겨우 지켜온 60kg 대가 한 번 뚫리니, 악재에 떨어지는 주식 차트처럼 바닥없이 떨어질 기세다. 오늘 아침에는 아내와 아이들을 전부 그들의 일상으로 보내놓고 집에 홀로 남아, 늦은 아침밥을 먹으려는데 음식이 도저히 들어가지가 않았다. 요즘들어 아침에는 장이 완전히 막힌 것 처럼 음식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다가 저녁쯤 되면 장이 운동할 마음이 생기는지 좀 음식이 들어가는 패턴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기어이 죽같은 밥을 한 번 넘겨보겠다고 밀어붙이다 토를 하고 거울을 보니, 갑자기 내 신세가 너무 처량하게 느껴져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족 모두가 자기 일을 하러 가고 홀로 남아 적막한 집에서 눈물을 흘리는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북받쳐 올라 급하게 휴대전화를 들고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와서 좀 도와줘... 도대체 뭘 도와달라는 건지 나도 몰랐다. 모르지만 그냥 와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내 말을 가만히 들으시더니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바로 갈떼니 조금만 기다리고 하셨다. 어머니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머니가 내 집에 갑자기 준비하고 오려면 사오십분은 걸린다. 전화를 끊고 십분정도가 지나니까 격분한 파도처럼 들어닥치던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고, 이성이 사고와 함께 돌아왔다.  어머니가 갑자기 오셔도 뭐 특별히 할 것도 없는데... 왜 불렀지? 갑자기 돌아온 제 정신에 나는 급하게 다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벌써 출발했어? 응 출발 했어. 금방 갈테니까 좀 누워서 쉬고 있어. 아... 다시 생각해보니까, 엄마가 올 정도까지는 아닌데 괜히 엄마 쉬지도 못하게 불렀나 해서... 아냐, 안그래도 오늘 너 혼자있는다고 하길래 한 번 가 볼까 생각하던 참이었어. 금방 도착하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고 끊어. 쇼파에 멍 하니 앉아있다 보니, 현관에서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어머니가 도착했나 보다. 급하게 도착한 어머니는 운전하면서 우셨는지 눈시울이 붉었다.  ...

소네트집 16 - 윌리엄 셰익스피어

  어째서 그대 보다 강한 방법으로 이 잔학한 폭군인 시간 공격하지 않는가? 어째서 내 불임의 시보다 복된 수단으로 파멸에 처한 자신을 요새처럼 보호하지 않는가? 이제 그대 행복한 시간의 정상에 서 있고 채 가꾸지 않은 지천의 순결한 정원들은 그대 살아 있는 꽃들 심기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대 초상화보다 더 그대 같은 꽃들. 시간의 붓도 내 이 서툰 펜도 그대의 가치 있는 내면과 아름다운 외양 사람들 눈에 그대답게 생생히 그려 낼 수 없지만, 자식은 그대 그 모습 소생시키리.   그대 내어 주는 것이 그대 영생 가져오는 것.   그대 달콤한 재주로 그려 낸 대로 그대 살게 되리. - 소네트집 1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번역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하면 자연히 따라오는 죽음도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우리가 존재하였다는 흔적은 나와 그녀가 만나서 사랑하였다는 기록은 우리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걸까? 아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흔적을 지닌 세 명의 아이들이 있지 않은가? 아이들 하나하나가 우리의 눈,코,입... 마음까지 나누어 지니고 있다. 내가 직접 보지 못하였던 아내의 어린시절을 간접적으로 나마 보기위해 그렇게 원했던 딸을 얻지는 못하였지만 우리의 아들들은 아내의 부분 부분까지 전부 나누어 가지고 있다. 아...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과 그 아이의 아이들 속에서 남아 있을 수 있겠지. 우리가 이 세상에 있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우리가 사랑하였다는 사실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2026년 3월 26일 - 항암치료를 하는데 왜 발가락이...

  왼쪽 엄지 발가락이 부어올랐다. 통증 자체는 꽤 오래 전 부터 있었지만, 그냥 늘 그랬던 것 처럼 괜찮아지겠지... 하고 잊고 지내다가 오늘에서야 이렇게 부어올랐다는 것을 인식했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부었던 거지? 동네 외과에 가보니, 내성 발톱으로 인해 발톱 아래쪽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찬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보통은 왠만한 내성발톱으로는 이정도까지 되지않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며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런거 같단다. 아주... 이제는 별에 별 곳이 말썽이구나. 발가락을 조금만 째고 고름을 빼내겠다는데, 마취주사를 맞는게 더 아플거라고 하면서, 마취없이 발톱과 발가락 사이를 칼로 쨋다. 으으으윽...!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큰소리를 지르지 않게 이를 악물며 신음소리를 내면서, 머리 속으로 독립투사님들 떠올렸다. 아... 숭고한 영혼을 지니신 독립투사 선조들이시어. 일제의 고문 기술을 내 이렇게 체험해 보옵니다. 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 저도 저의 작고 소중한 존엄을 지키겠나이다. 대한민국 만세... ...... ... .

2026년 3월 22~25일 - 말기암 환자는 감기가 너무 무섭다.

  [3월 22일] 감기 기운이 생겼다. 목에 가래가 끼고, 콧물이 흐르더니 저녁이 되니, 열이나기 시작했다. 열이 나니까 춥고, 기운이 쏙 빠진다. 아무래도 이틀전에 막내가 먹다남긴 밥 한숟기락을 나도 모르게 내 입으로 처리해 버린 탓인 것 같다. 음식이 남아 버려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을, 항암 치료를 하면서 애써 눌러왔는데 그 때는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남긴걸 정리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입에 넣고 아차 해버렸다. 뭐 요 밥 한숟갈로 별일 있겠어? 하고 넘어갔는데 결국 이 꼴이다. 38도 이상으로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면 응급실에 가야한다고 가이드가 있었기 때문에, 비상모드에 돌입했다. 응급실에는 너무 가기 싫기도 하고, 가봤자 어차피 항생제와 해열제를 맞는 정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버텨야 한다. 37.9도. 아슬아슬하다. 해열제를 입에 털어넣고, 제발 열이 떨어지길 빌면서 잠 자리에 든다. [3월 23일] 열이 계속 오르락내리락한다. 해열제를 먹으면 열이 잠깐 내려갔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른다. 4시간 간격으로 타이레놀 650mg을 계속 먹었더니 37.3~37.5도 사이로 체온이 유지가 된다.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동내 병원으로 항생제를 받으러 갔지만 아직 항생제 줄 정도의 증상이 아니라고 처방해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의사는 응급실로 갈 것을 권하는데 내가 지금 그 응급실에 안가려고 여기 온 거다!  라고 속으로 외쳐주고, 웃는 얼굴로 무시해 주었다. 그나마 콧물 가래약 정도는 처방을 해 주었다. 어쩔 수 없지. 다시 알아서 열 관리 비상모드에 돌입한다. 지침은 가는게 맞겠지만,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는 것 말고는 아직은 몸상태가 그리 나쁘지도 않고, 이렇게 별 것도 아닌걸로 매번 응급실에 가서는 몸과 정신이 버텨나기 힘들다. 일단 독감이 아니라는 건 알았으니 됐다. [3월 24일] 혹시나 단순한 감기가 아닐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증상이 점점 완화되고 있다. 열도 38도 위로는 올라가지 않게 잘 조절된다. 어제까지 힘...

2026년 3월 21일 - 이리노테칸 5회차 + 1일. 부작용이 없어도 불안해

  항암 치료를 받은 다음 날인데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울렁거리는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인 듯 하다. 이게 몸이 항암제에 잘 적응한 건지... 항상 있던 부작용이 없으니까 기분이 묘... 하다.  항암제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인 듯 하다. 허... 참. 부작용이 덜하면 덜한대로 더 좋아해야 하는데 이 것 조차 그냥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가 없다. 이리노테칸을 맞으면, 장이 열심히 움직인다. 이게 상당히 기분나쁜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 격렬한 장의 움직임이 음식을 잘 넘어가게 만든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덕분에 항암을 하고 난 다음에는 밥맛이 없긴하지만, 먹는 것 자체는 오히려 평소보다 편하게 먹는다.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는 날이다. 나는 아무의 방해도 없이, 하루내내 굴을 쓰는 데 집중한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티비나 보면서 멍때리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이상하게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감에 못 이기고 이렇게 글 쓰고 있다. 요양말고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환자가 되어서도, 무언가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지 않으면 못 견디는 이 성격에 잠시 쓴 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