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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C와 케모포트 - 정맥주사의 고통을 덜기위한 선택

  암에 걸리고, 치료를 받다보면 어느새 팔에는 수많은 주사바늘 자국들이 베테랑 전사의 흉터처럼 쌓이게 된다. 그러다보면, 항암치료 받으러 갈 때 이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손등을 열심히 때리며..) "혈관이 다 숨었네요~" (1회 실패 후) "죄송해요. 반대쪽 손에서 다시 해볼께요." (3~4회 실패 후) "정말 죄송해요. 주사팀에 요청 넣을께요." "이 분이 여기에서 가장 혈관 잘 잡으시는 분이예요." 어떤 날은 운이 좋게도 한 번에 주사가 잡히는 날도 있지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손등이나 팔에 구멍만 내고 실패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나의 경우엔 항암치료한지 6개월 쯤 되니 한 번 항암치료 받으러 갈 때마다, 3~4번 실패 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이 때, 혈관 잡는 것에 대한 고통을 의사 선생님에게 이야기 하거나 간호사가 차트에 혈관잡는 것의 어려움을 적어놓는다면 의사는 케모포트를 환자에게 권하게 된다. (물론, 오랜시간동안 항암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거나 등의 이유로 필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나는 처음 의사에게 케모포트를 권유받았을 때, 피부 밑에 무언가를 심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거절을 하고, 그냥 바늘에 고통받는 쪽을 선택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때 케모포트 시술을 받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된다. 이 때, 케모포트 시술을 거부한 나는 이 후, 전이된 암이 장을 막아 식사를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식사를 대신하는 고용량의 TPN 수액을 맞기 위해, 두 번째 수술과정에서 동의한 기억없이 PICC 시술을 받은 상태로 나오게 되었다. 막상 받은 이 시술은 정맥주사를 맞는 일은 상당히 줄여줬고(100% 대체되지 않아서 종종 주사로 맞기도 한다.) 바늘의 공포에 잠심되어 가고 있던 나는, 바늘을 직접 피부에 찌르지 않아도 되는 PICC의 매력이 흡뻑 빠지고 말았다. 1. 중심정맥관이란 무엇인가? 심장 가까이에 위치한 굵은 혈관까지 삽입...

암 체험기 #13 - 새로운 제약사항을 획득하셨습니다. (두 번째 수술 후 일상생활 복귀)

두 번째 수술 후.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일상생활에는 뚜렷한 제약사항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약사항 1. 소화액 역류가 심해, 몸을 45도 이상으로 눕히면 몇 분도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이 날 이후로는 거의 앉은 자세에 가까운 상태로 자야했고, 이 악조건에서도 그나마 편안한 자세를 찾기 위해서 모션베드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소화액으로 인해 항상 가슴이 타들어가는 통증이 있었고, 이게 혹시나 수술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 수술 부위가 좀 아물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버텼지만, 결국 세 번째 수술을 하기 전까지 이 증상은 지속되었다.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은 참기 힘든 울렁거림으로 심화되고 결국에는 소화액을 토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 증상이 조금 완화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제약사항 2.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수 없게되었다. 맵고 짠 요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치명적인 제약으로,  작은 김치조각만 먹어도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순하디 순한 음식들만 먹으려니, 물려서 김치생각이 간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제약사항 3. 수술할 때 삽입했던, PICC(말초삽입형 중심정맥관)를 그대로 달고 퇴원했다. 그래서 이 PICC를 관리하기 위해서, 이틀에 한 번씩 헤파린을 관에 주사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PICC 부위 드레싱을 해야한다. 특히 이 드레싱은 관부위를 깨끗히 소독하고, 새로운 PICC용 밴드로 교체하는 작업을 포함하는데 한 팔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내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제 진짜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관리도 안되는 상황) 또한, PICC가 삽입되어 있는 팔로는 이제 무거운 것 드는 것도 안된다. (=남성으로서의 기능상실) 이 PICC에 대해서는 조금 할 말이 많은데, 처음 PICC를 달았던 이유는, 중심정맥관용 수액으로 동일 시간 더 고용량의 영양을 공급받기 위해서 였다. 이걸 유지하면 앞으로 정맥주사도 이 관을 통해 맞을 수 있고, 채혈도 가능해서 정맥주사 맞을 때의 고통을...

[일기] 2026년 1월 16일 - 내 신체에 하나씩 늘어나는 의료기구 들과 함께, 변해가는 내 몸

  작년 9월 말에 두 번재 수술이 끝나고 남은 건, 복강경 수술 자국 뿐 만이 아니었다. 오른 팔에 달고나온 PICC (말초삽입중심정맥관)가 내 몸에 부착된 첫 번째 전리품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수술을 마치고 받은 새로운 전리품이 있다. 장루와 장루주머니. 음... 그러니까, 오른팔에는 관을 뚫어서 심장근처의 굵은 정맥까지 연결 시켜놓고, 아랫배 쪽에도 구멍을 뚫어서 장이 배 밖으로 나오게 노출 시켜 놓은 상태라는 소리이다. 90kg가 넘던 건장한 몸이었던, 나는 지금 몸무게 60kg 을 사수하는 것도 버겁다. 집에 돌아와 어느정도 일상생활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장비 때문에, 가벼운 운동도 신경써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게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상황을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지금의 나의 존재는 가족에게 정신적으로라도 도움이 되는 존재일까? 그냥 짐일 뿐일까? 나만 놓고 생각하면 이 생이 당장 끝난다해도 크게 미련이 없지만 아내와 아이들. 특히 나 없이 혼자 살아갈 아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얼마 남지 않은 생에 미련이 생기려고 한다. 미련... 후회... 걱정... 기대... 그리고 미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