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수술 후.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일상생활에는 뚜렷한 제약사항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약사항 1.
소화액 역류가 심해, 몸을 45도 이상으로 눕히면 몇 분도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이 날 이후로는 거의 앉은 자세에 가까운 상태로 자야했고,
이 악조건에서도 그나마 편안한 자세를 찾기 위해서 모션베드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소화액으로 인해 항상 가슴이 타들어가는 통증이 있었고,
이게 혹시나 수술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 수술 부위가 좀 아물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버텼지만, 결국 세 번째 수술을 하기 전까지 이 증상은 지속되었다.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은 참기 힘든 울렁거림으로 심화되고
결국에는 소화액을 토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 증상이 조금 완화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제약사항 2.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수 없게되었다.
맵고 짠 요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치명적인 제약으로,
작은 김치조각만 먹어도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순하디 순한 음식들만 먹으려니, 물려서 김치생각이 간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제약사항 3.
수술할 때 삽입했던, PICC(말초삽입형 중심정맥관)를 그대로 달고 퇴원했다.
그래서 이 PICC를 관리하기 위해서, 이틀에 한 번씩 헤파린을 관에 주사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PICC 부위 드레싱을 해야한다.
특히 이 드레싱은 관부위를 깨끗히 소독하고, 새로운 PICC용 밴드로 교체하는 작업을 포함하는데
한 팔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내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제 진짜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관리도 안되는 상황)
또한, PICC가 삽입되어 있는 팔로는 이제 무거운 것 드는 것도 안된다.
(=남성으로서의 기능상실)
이 PICC에 대해서는 조금 할 말이 많은데,
처음 PICC를 달았던 이유는, 중심정맥관용 수액으로 동일 시간 더 고용량의 영양을 공급받기 위해서 였다.
이걸 유지하면 앞으로 정맥주사도 이 관을 통해 맞을 수 있고, 채혈도 가능해서 정맥주사 맞을 때의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집에 가서도 근처 병원에서 수액을 맞을 일들이 종종 있을 텐데, 그 때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수술을 했던 외과 의사가 권해서 유지하게 되었다.
그 동안 잦은 채혈과 정맥주사 때문에 혈관을 잘 못 찾아, 한 번 정맥주사 맞으려면 여러 번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바늘로 몸에 구멍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꺼지고 있던 나는, 이제 바늘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건가 하고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는 절반정도 충족되었다.
실제로 PICC가 대부분의 정맥주사를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은 맞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못 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결국 혈관주사를 따로 맞아야 하는 경우가 절반정도 생겼기 때문이다.
집에서 관리하는 것도 까다롭고...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케모포트 시술을 받는게 나을 뻔했다. 아마... 이제는 PICC 사용기한이 다 되서 제거해야 한다고 하면, 나는 케모포트 시술을 받을 것이다.
이 세가지 제약사항 중에, 소화액 역류 증상이 제일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걸 조금이라도 완화시켜볼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하고, 의사들에게 우는 소리, 하소연도 많이 했다.
그리고 얻은 수많은 약들은 크게 두가지 분류였다.
1. 장운동을 도화 소화액이 아래로 내려가도록 하는 약.(모티리톤 등)
2. 장 벽을 코팅하여 자극을 덜 받도록 하는 약.(알긴산나트륨 성분)
속이 타들어가는 고통의 즉각적인 완화에는 2번의 약이.
평상시 꾸준히 복용하며 예방하는 용도에는 1번의 약이 효과가 있는 편이었지만,
어느쪽이든 아주 잠깐의 임시방편이었고,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주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엔 내가 고통에 익숙해지고, 시간이 지나 나아지길 빌면서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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