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항암제로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꼭 처음 항암치료를 하는 것 처럼 교육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번에 맞게되는 항암제는 무엇인지.
치료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현재 영양상태는 어떠한지.
식사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이번에 맞는 항암제는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 이라는 항암제인데,
사이람자를 맞을 때는 부작용으로 혈압이 오르는 경우가 많으니 유의하고,
파클리탁셀은 부작용으로 손발 저림이나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 안면홍조와 탈모가 있다고 했다.
첫 항암치료 때, 옥살리플라틴의 손발저림 증상에 많이 고생했었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얼마나 아플까하고 걱정했지만, 실제로 경험한 파클리탁셀의 부작용은 옥살리플라틴에 비하면 거의 없는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그냥 평소에 손발을 따뜻하게만 유지하면 손발저림은 느끼지도 못하고 넘어가고, 다른 부작용들도 있는지도 모르게 넘어갔다.
다만, 내가 경험한 파클리탁셀의 가장 부작용은 탈모였다. 항암제를 맞고 딱 2주가 지나기 시작하자.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 씻을 때마다 얼굴과 몸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내는게 고생고, 자고 일어나서 베게에 장판처럼 깔려있는 머리카락들을 보는 것도 고역이었다.
머리를 밀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젤로다와 옥살리플라틴 맞을 땐, 괜찮았었는데..ㅠㅠ
사이람자의 부작용은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실제로 없었기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번 항암치료는 부작용으로 인한 일상생활 불편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울렁거림이 없는게 너무 좋았다. 이전에 치료 받을 땐, 울렁거림 때문에 정말 고생했었는데...
이번 항암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기뻐할 일이었지만,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는 점점 더 심해졌다. 의사는 사이람자를 맞고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을 기대했던 모양이지만, 실제로 증상은 오히려 심화되었고, 진료를 다시 받으러 갈 때쯤엔 액체로 된 것도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동네 병원에서 맞는 수액과 포도당 사탕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었다.
결국 다음 진료일에 의사는 항암 치료를 계속하기 보다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게 우선이라고 판단했고, 가능한 가장 빠른 날에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잡아주었다.
이 그래프는 암으로 인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시작했던, 8월 31일부터 수술일까지인 9월 25일까지의 몸무게 추이를 보여준다. 75kg 이었던 몸무게가 한달도 되지 않아, 수술하는 날이 되자 65kg 까지 빠졌다. 75kg 일때, 참 보기 좋게 균형잡혀있던 내 몸매는 이제 뼈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옷을 벗고 거울을 보면 마치 과학실 인체 뼈 인형에 가죽만 입혀놓은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복막으로 전이된 암은 이미 수술로 어찌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 수술은 암을 직접적으로 손대는 수술이 아니라, 전이된 암이 막고있는 소장부분을 음식물이 통과할 수 있도록 우회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현재 CT 상으로 확인되는 장이 좁아져 있는 부분은 그 한 부분이기 때문에 수술이 잘 되면 다시 식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처음 했던 위전절제 수술이 개복수술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무심코 개복수술이라 생각했던 나는
'가슴에 세로로 길게 나있는 수술흉턱 더 흉해지지 않게 쨋던데 잘 째서 이쁘게 마무리 됐으면 좋겠네...'
하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이번에는 복강경 수술로 진행했기 때문에, 수술이 끝난 후에 남은 흉터는 작은 다섯개의 구멍같은 흉터였다.
서울아산병원은 4인실 들어가기가 힘들어서, 보통 병실은 2인실으로 시작하게된다. 4인실에 자리나면 옮기겠다고 이야기를 해놓으면, 4인실 자리가 날 때, 이미 입원해 있던 환자에게 먼저 그 자리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러니 처음 입원하는 환자는 4인실에 한 번에 들어가기 쉽지가 않지...
4인실을 이용해 본 적 없는 사람은, 여러명과 같이 지내는 것 때문에 좀 꺼려질 수도 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서울아산병원의 경우에는 4인실이 더 넓고 쾌적한 편이다. 근데 비용도 2인실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이니 아는 사람들에게는 더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만약 옮길 수 있는 자리가 창가 자리라면, 무조건 그 쪽으로 옮기기를 권한다.(2인실이든, 4인실이든) 같은 병실이라도 창가 자리가 안쪽자리보다 넓고, 일단 병실에 햇빛이 들어오는게 쾌적함을 배가시킨다. 내가 있었던 창가자리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해가 쨍쨍하게 들어오는데, 병실에 있던 시간 중에 이 햇빛을 받는게 하루 중 가장 큰 행복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할 때는 몇 인실로 입원할 건지만 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미 입원한 상태에서 병실을 옮길 수 있는 때가 되면, 옮기기 전에 생긴 자리가 창가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옮길지 말지 최종 결정할 수 있답니다.
제가 지금 병실을 선택할 수 있다면 아래 순서로 선택하게 될거 같아요.(1인실 부터는 금액이 너무 비싸져서 제외...^^;)
4인실 창가 > 2인실 창가 > 4인실 안쪽 > 2인실 안쪽
이번에 입원 기간은 10일. 입원하고 이틀 후에 수술을 했기 때문에, 수술하고는 8일만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 작년에도 9월 말쯤에 수술을 해서, 병원에서 금식기간에 생일을 보냈었는데... 기구하게도 이번에도 이 기간이다. 서른아홉과 마흔살이 되는 생일.
그래... 그래도 사십은 넘겼다는데 의의를 두자.
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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