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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체험기 #7 - 내 몸에 융단폭격 (항암치료)

 


항암치료에는 표준치료법이 존재한다.

그래서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항암치료로 처방받게 되는 약은 
암의 종류, 진행정도에 따라 기본적으로 표준치료법에 맞는 약을 처방받게 된다.

표준항암치료법
수많은 임상 시험을 거쳐 현재 의학계에서 해당 암종과 병기에 대해 '가장 효과가 좋고 안전하다'고 공인된 치료법을 말합니다.


위암 3기에 가장 많이 쓰이는 표준치료는 XELOX(젤록스) 라고 불리는 먹는약(젤로다)+주사(옥살리플라틴) 조합이고, 나 역시 어김없이 이 치료법을 받게 되었다.

이 치료법을 시작하면 3주에 1회차 치료를 받게 되는데,
각 회사에는 옥살리플라틴 주사를 1회 맞고, 2주간 젤로다 라는 약을 하루 2회(아침,저녁)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가 정해준 용량을 먹은 후, 1주간 휴약기간을 가진다.
이 때, 혹시나 약 먹는 것을 잊거나 다른 이유로 먹지 못 하더라도, 남은 약은 폐기하고 1주간의 휴약기간은 반드시 지키도록 안내 받는다.


항암치료 첫 날.
옥살리플라틴 주사를 맞기 한 날이다.
정맥주사로 약 한시간 반정도 맞으면 된다고 사전에 설명들었지만,
항암 주사를 처음 맞을 때는 몸에 특별한 부작용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좀 더 천천히 놓아준다.

한 시간 정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 이후 부터 팔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살짝만 건드려도 찌릿찌릿 하여 나중에는 날카로운 것에 베이는 듯한 감촉을 느껴 통증이 상당했다.
윽... 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났다.

내가 경험했던 옥살리플라틴의 대표적인 첫 번째 부작용은 저림 증상... 피부가 살짝 쓸리기만 해도, 통증이 상당하기 때문에 옷 입고 벗기도 두렵고, 누군가 옆에서 건드릴까봐 가까이 오는 것도 무섭다. 이 증상은 3~5일정도가 제일 심하고 나머지 기간동안에는 좀 버틸만 했다.(다시 맞기 까지..)

그리고 두 번째 부작용은, 울렁거림이었다.
항암 치료를 무사히 잘 받으려면 영양분 섭취, 특히 단백질 섭취하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 울렁거림 때문에 무언가를 먹기가 힘들다. 마치, 아내가 첫째를 가졌을 때 입덧하던 것을 내가 경험하는 것 같았다. 특정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와서 방 안에 문을 꼭 닫고 있거나, 억지로 라도 음식물을 넘기려고 하다가 구역질 하는 게 다반사였다. 이 증상도 3~5일 정도 지속 된다.

울렁거림 때문에 정말 뭐 먹기가 싫지만, 젤로다라는 약을 아침저녁 식 후에 500미리 짜리 4알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살기 위해...  낫기 위해 억시로 밀어 넣어야 했다. 나는 평소에 알약을 굉장히 잘 먹는 편이었다. 감기 걸렸을 때, 대여섯 알씩 커다른 알약을 처방받아도, 한입에 다 털어넣고 먹곤했다. 근데 젤로다는 그렇게 먹으려 시도하다가 한번 싹 게워내고 나서는 하나씩 조심히 넘기는 방법을 택했다.

하나씩 넘기는 것도 힘들어서, 여러가지 방법을 고안해서 시도해 볼 수 밖에 없었다.
1. 오렌지 주스와 함께 먹기(그 약의 맛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기 위해서)
2. 밥먹을 때 같이 먹어 버리기.(안그래도 먹기 힘든 밥 맛이 떨어져서 이건 좀 시도하다가 포기..)
3. 포카리 등 이온음료와 먹기(살짝 단맛이 그나마 먹기 쉽게 해주었다.)
4. 바나나를 먼저 먹어 입안을 코팅하고 먹기.(BEST!!)

이 중에 바나나로 입안에 코팅하는게 가장 효과가 있어서, 이 방법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미리 입 안을 코팅하거나 먹은 후에 입가심 하는 것도 꽤 여러가지 종류를 시험해 보았지만, 단연 바나나가 일등이었고 질리는 듯한 느낌일 때는 입가심으로 딸기나 배를 먹는게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항암 하면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부작용은 탈모였는데, 다행히 이 치료법은 탈모증상이 거의 없었다. 치료받다가 머리 빠지는 것 같으면 밀어버릴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젤록스 요법이 끝날 때까지 탈모는 거의 체감 할 수 없어서 머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


2회차까지 잘 맞다가. 3회차 전에 한 번 위기가 왔다.
항암치료 할때는 면역력이 떨어져서 열나는 것에 주의해야 하는데, 열이 38도 근처까지 오른 것이다. 백혈구 수치도 정상보다 조금 낮은 편이어서, 무리해서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여 일주일 후에 상태를 보고 다시 치료를 계속 하자고 했다. 한참 치료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일주일 미루자고 하면 은근 걱정되기도 하고... 부작용에 고생할 것을 일주일 미룰 수 있겠구나 하는 일말의 안도감도 생긴다.

2주 투약. 1주 휴약을 몇번 반복하는 사이에 위와 같은 일을 몇번 거치고 나면, 어느새 계획된 회사의 후반기로 접어들께 되는데, 항암제의 독성이 누적되어 뒤로 갈 수록 부작용은 더 강해진다. 그나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익숙해지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기에, 더 심해지는 부작용에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간호사님께 듣고 알게된 건데, 이 옥살리플라틴이 항암제들 중에 부작용이 유독 강한 편에 속한지 약명이 자자하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좀 안도했던게, 부작용이 쎈게 이 정도면 앞으로 다른 항암치료를 받더라도 잘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회차가 끝나고 CT 한번 찍어서 보고, 8회차 마무리 하고 CT 찍고.
복막 쪽에 뭔가 살짝 흔적이 있지만, 수술을 했던 흔적이 찍힌 건지 암의 흔적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앞에서 찍었던 4회차 후에 찍었던 흔적과 8회차 후에 찍었던 흔적이 거의 차이가 없어, 앞으로 추적 검사만 잘 받으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들었다.


뭔가 찝찝한 뒷맛이 있었지만, 이제 관리만 잘 하면 되겠지... 이대로 완치될 수 있을꺼야.
하는 희망이 솔솔 피어났다.


하지만 희망은 희망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뒷 맛이 좋지 않은 찝찝함은 눈을 돌린다고 돌릴 수 있던 것이 아니었나보다.




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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