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다.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되도록 좋은 미래를 생각하고 싶어하는게, 모두의 바람이다.
암환자는 더더욱 그렇다.
주변에서 좋은 말. 희망적인 말. 암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겨울정도로 늘어놔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역시 그랬다.
배를 갈라서 위를 완전히 도려낸 것 치고는 회복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런게, 수술한 지 한달 만에 일반식으로 식사량이 1인분을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마시는 것과 먹는 속도만 조금 조절하면,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도 없이 잘 먹었다.
몸무게는 수술전 94kg에서 수술 후 72kg 까지 줄었다가. 75~76kg 정도로 정착되었다.
샤워를 하고 거울 속에 내 모습을 보면,
생전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20대 중반때의 균형잡힌 몸매가 그 속에 있었다.
(개복수술 하느라 생긴, 세로 일자의 흉터도 영광스런 흔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25년 4월.
계획된 마지막 8차 항암까지 무사히 마치고,
이제 잘 관리만 하면 5년 후에 완치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홀가분 했는지 모른다.
작년 9월 암진단을 받은 이후로,
멈춰져있던 내 사회생활에 대한 계획이 다시 돌기 시작하고,
슬슬 일 관계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하기 시작했다.
너무 큰 일을 벌였다가, 몸이 다시 나빠지기라도 하면 여러사람 피해 볼까봐
혹시나 그런 상황이라도 스스로 수습 가능하도록 일을 만드는 것을 주 목표로 했다.
일에 당장 매달리는 것보다, 차라리 이 기간에 스스로 갈고닦아 완전한 준비가 되었을 때
더 완벽한 모습으로 복귀하고 싶었다.
다행히 아직은 집안의 재정상태도 괜찮다.
특별히 아끼지 않았어도,
암보험, 실비 이 두 보험으로 치료비 생활비가 충당되어, 최소 반년정도는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고,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으로, 대략 다음 일년 정도도 돈 벌 생각 안하고 지내도 되니.
조금 여유를 두고 몸상태를 올리고 싶었다.
(그동안 하고 싶은 공부,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드라마, 하고 싶은 게임이 얼마나 많았는데!)
우리 부부는 이번 기회에 같이 쉬면서, 둘이 오붓한 시간도 보내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전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지내는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솔직히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 이 기간을 생각하면 뭐하고 지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아무런 걱정없고, 계획없이 그냥 편히만 지낸 나날이었다고만 생각날 뿐이다.
이 기간이 아직 일년되기 전 일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25년 6월.
항암 1차 치료 완료 후. 첫번째 추적 CT 검사이다.
검사 결과에 대한 의견은 25년 1월에 찍은 것과 크게 다름없었다.
지난 1월과 마찬가지로 복막근처에 작은 흔적이 보이지만, 수술에 의한 흔적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몸에 이상도 없고, 이대로 추적관찰을 계속 하기만 하면 되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2개월이 흘러,
25년 8월.
다시 건강해 질 것이라 믿었던 몸에
서서히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록
- 암 체험기 #1 - 암에 입문하다. (위암 4기 소견을 듣다)
- 암 체험기 #2 - 알고보니 세상에 암환자가 이렇게 많더라.
- 암 체험기 #3 - 이 순간만큼은 드라마 속 주인공 (위 전절제 수술 전 진료와 검사)
- 암 체험기 #4 - 꼭 떠나야만 하겠니? to 위장 (위암 수술 전 준비과정)
- 암 체험기 #5 - 안녕, 위장아. 그동안 수고했어. (개복 수술)
- 암 체험기 #6 - 끝까지 확실하게 박멸해야 합니다. (암의 병기(기수) 확정과 항암치료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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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글) 암 체험기 #8 - 잠시 일상으로... (재발하기 전까지 폭풍전야)
- 암 체험기 #9 - 매복이다!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막아라~! (암 재발을 알리는 이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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