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2026년 3월 20일 - 이리노테칸 5회차 투여일, 몸 상태와 상반된 CT결과.

  이리노테칸 5회차 항암일. 동시에 2주 전에 찍은 CT 결과를 듣는 날 이기도 하다. 솔직히 많이 각오한 상황이었다. 식사를 하는 양이 점점 줄어드니, 딱히 검사 결과를 듣지 않아도 아.. 암이 또 자라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 밖에... 그런데 놀랍게도 CT 결과는 오히려 상태가 더 나아졌다고 한다. 배 속에 차있던 복수의 양도 많이 줄고, 복막의 두께가 전체적으로 얇아졌다는 것이다. 아니 그럼 대체 뭐 때문에 식사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건데? 장우회술을 한 부위에 문제가 생겼나? 그 원인이 암이 아니라면 왠지 희망적으로 느껴진다. 암 상태가 더 나빠졌다면, 항암제도 바뀌어야 할 테고... 그럼 다른 시도해 볼 약이 또 있는지도 알아야 하고, 수술을 또 해야 하는 지도 결정을 해야한다. 아... 같은 부위에 수술은 다시 못 한다고 했던거 같은데... 식사는 또 링거로만 맞아야 하던가. 이 많은 생각들을 일단 묻어두었다. 암이 문제가 아니라면... 다음 주에는 식사를 못 하는 원인을 찾기위해 내시경 예약을 했다. 수술한 부위까지 막힌 곳이 있는지 내시경으로 직접 확인 해 본단다.  그래. 암만 원인이 아니라면... 내 수명이 조금은 연장되었다고 생각해도 될지  하늘에 묻고 싶어지는 날이다.

2026년 3월 18일 - 말기암 환자는 눈물이 많아진다.

  요즘들어 눈물 부쩍 많아졌다. TV를 보다가 별것도 아닌데도 갑자기 눈가에 눈물이 핑~ 하고 도는 경우가 잦아졌다 요즘 음식물 넘어가는게 점점 안좋아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아니면, 의사가 말한 서너달의 유예가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일까? 솔직히 서너달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이렇게 멀쩡한걸. 음식도 넘어가는게 조금 힘이 들 뿐이지 못 먹는 것도 아니다. 어제는 김치전과 어묵탕이 잘 들어가서 잔뜩 먹고 몸무게가 500g이나 늘었지 않은가. 그래도 혹시 앞으로 한두달 안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마 먹는 것 때문에 그렇겠지. 지금처럼 서서히 음식물이 안 넘어가기 시작한다면, 이 속도라면 정말 한달 내에는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음식을 못먹어서... 이렇게 평온히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행복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소중한... 내 일상. 이 삶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다음에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 걸까? PEACE...

빌로이, 쓸 수 있을 때 썼어야 했다. 무지와 안일함이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에 하나를 쓸모없게 만들었다.

  얼마 전, 의사에게 이제 더 이상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는 그래도 젊으니 치료를 포기하기에는 좀 그렇고 이제 효과는 떨어지고 비싸기만 한 항암제라도 써야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걸까? 지난 25년 8월에 위암이 재발하여 복막으로 전이되었다. 이 때 내 아내는 내 유전자 검사결과를 토대로 빌로이라는 좋은 신약이 있고, 비싸지만 비급여로 처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담당 주치의에게 이야기 했더니 담당 주치의는 현재 쓸 수 있는 표준항암치료제가 존재하는데 굳이 그걸 시도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하였다. 이 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그럼 지금 주치의가 이야기하는대로 하고, 안되면 그걸 시도해 보면 되지 뭐'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제 좋은 치료수단이 다 떨어졌다는 의사에게 물었었다. 빌로이 라는 효과좋은 약이 있다는 데, 내가 마침 그 약이 잘 듣기 위한 CLDN 18.2 양성이잖아요? 이걸 쓸 순 없나요? 그 약은 쓰고 싶어도, 처방이 불가능합니다. 왜요? 효과가 없을까요? 아뇨. 효과는 있을 것 같은데... 처방할 수 있는 기준 엄격해서, 이제는 환자분에게 처방이 불가능합니다. 제가 범법자가 될 수는 없잖아요? 효과가 있을 거 같은데, 처방 할 수가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100프로 자기 부담이어도 현재 내게 그 약이 최후의 보루 같은데... 그러면서, 내게 옵디보라는 면역항암제를 아직 안써서 그걸 쓰게 될 거 같다는 늬앙스를 풍긴다. 내게는 그닥 효과적인 약은 아니지만... 이라면서. 거기다가 나는 급여 대상도 안되서 비급여로 비싸게 써야 할 거란다.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시츄에이션이다. 이해를 하기 위해 나는 내 검사판독지의 내용을 보았다. --- *C-ERB B2: negative (0/3, no reactivity or <10%) *EBV: negative (<10%) *CLDN18: positive [moderate (2+...

2026년 3월 16일 - 내 몸의 작은 반응에도 약해지는 말기 암 환자의 마음

  몸의 컨디션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음식을 넘기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다. 못 먹는 음식이 점점 더 많아진다. 무슨 의미일까? 내 복막에 있는 암세포들이 증식해서 또 장을 좁게 만들고 있는 걸까? 이러다 다시 고형물을 못 넘기고, 액체도 못 넘기고 다시 입원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 때는 또 어떤 일이 내게 일어날까? 또 한 번의 수술. 영원한 입원. 깊은 잠. 죽은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제 슬슬 내 인생 마지막 와인을  골라놔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이 오더라도 내 집에서 평온히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6년 3월 13일 - 퇴원한지 2달. 좀 더 미래를 꿈 꾸어 보기.

  아내 직장 근처에 주택 부지를 보러 다녔다. 죽기 전에 마당있는 예쁜 집에 살아보고 싶다고, 요즘 틈 날때마다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쪽 동네는 어떤가...  어떠한 집들이 있나... 짓는 다면 어떤 느낌일까... 느껴보기 위해  나들이 삼아 가 보았다. 현실적으로 땅 사고 건물 짓고, 현재 살고 있는 곳을 팔아 이사하기 까지 걸릴 시간보다 내가 살아있을 시간이 적은 것은 분명하기에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이미 지어져있는 이쁜 집들을 구경하면서 여기에 집을 짓는다면 하는 가정하에 아내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다. 꿈은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하루에 7천보 이상 걸은게 정말 얼마만인지 실제로 주택이 지어져있는 땅과 집들을 보니 내가 살고 싶은 주택의 모습이 더 선명해지는 듯 했다. 빈 대지가 생각보다 많다. 정말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왜 이전까지는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지? 내가 죽기 전에 정말 주택에 살아 볼 수 있을까?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 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여서 두 길을 모두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오래도록 서서 한 길이 덤불 사이로 굽어지는 곳까지 멀리, 저 멀리까지 내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길로 나아갔습니다. 똑같이 아름답지만 더 나은 길처럼 보였습니다. 풀이 무성하고 닳지 않은 길이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두 길은 똑같이 닳을 것입니다. 까맣게 디딘 자국 하나 없는 낙엽 아래로 두 길은 아침을 맞고 있었습니다. 아, 다른 길은 후일을 위해 남겨두었습니다! 길이란 길과 이어져 있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서요. 나는 한숨을 쉬며 말하겠죠. 까마득한 예전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로 나아갔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고. -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지음, 이민정, 장원 역 살다보면 내 인생을 결정할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온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가만히 내가 걸어온 길을 바라다보면 지금 이러한 마지막이 오지 않을 수 있을 만한 선택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때 멀쩡한 회사에서 퇴사하지 않았더라면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잘 받고 암이 생겼더라도 사전에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꼭 그 때가 아니더라도 나와서 사업을 하다가 몸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그 때 영양제나 위장약을 떼울게 아니라 제대로 검사를 받았다면 좀 더 초기에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첫 번째 암이 재발했던 때에 주치의가 시키는 대로 할 게 아니라 그 시기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사했던 그 약을 처방해주던 그 병원에 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물론 전부 가정일 뿐이고 실제로 그 길을 선택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내 꿈을 위해 다 던지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봤던 것에는 어떠한 후회도 없다. 아마... 다시 선택하는 순간이 온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임을 나는 안다. 그래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 지금은 가끔씩 생각하고, 궁금해진다...

2026년 3월 9일 - 이리노테칸 4회차 투여 + 3일, 항암 부작용 증상이 사라졌다.

  항암하고 3일이 지났다. 원래는 아직 항암 부작용 증상에 한참 시달려야 할 때인데 울렁거림이 벌써 없어졌다. 부작용 방지제를 꾸준히 잘 먹었기 때문일까? 아직 혀는 정상으로 안 돌아와서 입맛은 좀 이상하다. 그래도 맵고 짠 음식은 맛이 잘 느껴지는 편이라 자극적인 걸 먹으면, 먹을만 하다. 야구도 이기고, 아이들도 자기 할 일 잘 하고, 먹는 것도 얹히는 것 없이 잘 먹고, 집안 일에 아이들케어에 자유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만 빼면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검색해보니 항암의 부작용이 잘 나타나는게 항암의 약효가 잘 듣고 있다는 걸 나타낸다는 연구결과가 있단다. 항암 부작용이 거의 사라진게 항암치료의 효과가 잘 안듣기 시작한건 아닌지 조금... 불안하다.

'꿈의 암 치료' 라고 불리는 중입자 치료. 나에게는 가능한 걸까?

  어느 날, 어머니가 오셔서 이야기 하셨다. 들어보니까 중입자 치료라는 거가 있던데, 그거 한 번 알아봐라. 친구의 아는 사람이 받았다고 하던데, 누워만 있으면 암 덩어리가 녹아서 없어진다더라. 말기 암 환자도 이것만 받으면 다 낫는다고 하던데. 중입자 치료? 그러고 보니까 어디선가 들어본 듯 했다. 이걸 받기 위해 일본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던가? 그거 해외에서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엄청 비싼 돈 내고? 그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받았다고 하던데? 3개월정도 기다려서 받았대. 돈이야 나중에 생각할 문제고 일단 알아봐봐. 그래? 알았어 한 번 알아 볼께. 그렇게 좋은게 있다면 우린 왜 지금까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의아해 하며 중입자 치료라는 것에 대해 알아보았다. 1. 중입자 치료란 무엇인가?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 핵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여 발생한 에너지 빔을 암세포에 쏘아 파괴하는 최첨단 방사선 치료법이다. 기존의 엑스선이나 양성자 치료보다 한 단계 진화한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2. 중입자 치료가 높이 평가받는 이유? - 강력한 살상력: 양성자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암세포 파괴력이 양성자 치료 대비 약 3배 높다고 한다. 특히 일반 방사선 치료에 내성이 생긴 난치암에도 효과적이다. - 정상조직 손상 최소화 : 브래그 피크 효과에 의해 입자가 몸속 암 조직에 도달하는 순간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이를 통해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고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여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인다고 한다. - 치료 기간 단축 : 일반 방사선 치료가 한 달 이상(약 25회) 걸리는 것과 달리 평균 12회 정도로 마칠 수 있어 환자의 일상 복귀가 빠릅니다. 3. 한계와 부정적 평가 - 높은 치료비 :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암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체 치료 비용이 5000만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2025년 6월 기준, 전립선암 약 5000만원...

2026년 3월 7일 - 뭐야? 갑자기 주치의가 바뀐거였어?

  어제는 주치의가 아닌 전문의 진료였다.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루틴한 시기에는 종종 주치의가 아니라 다른 전문의가 대신 진료하는 일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어제 그 전문의가 했던 말들이 드문드문 떠오르면서, 그 의미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주치의가 바뀌었다는 것. 이제부터는 자기가 나를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헐... 이게 왜 이제서야 이해가 됐지? 어제 들었을 때는 그냥 정신이 없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형태로 있었나보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듯이, 내가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물흐르 듯 지나가버린 이야기라서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 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 난 누구한테도 들은 적이 없었는데? 주치의가 해외연수를 갔다고? 그래서 1년정도 없을 거라고? 난 지금 여기서 이제 곧 죽네사네 하면서 그 사람이 말하는 거에만 의존하고 따라가고 있었는데, 미리 말 한 마디 없이 이렇게 아무한테나 나를 훅 던져놓고 가버리는 거야? 처음 서울아산병원에 그 주치의에게 간 것도 아내가 열심히 여기저기 알아보고 믿을 만한 의사를 찾아서 치료를 의뢰했던 것이엇는데, 지금 바뀐 이 전문의는 그 사람의 비해 연차도 적어보이고... 무엇보다 아산병원의 정규직의사도 아니다. 병원 내에서 무슨 힘이 있을 거며... 어떤 인맥이 존재 할지... 그나마 상담하기에는 그.. 친절도가 전의 주치의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친절한게 아니지 않는가? 능력이 어느정도 되느냐는 거잖아? 처음 암 진단을 받을 때부터 시작한 내 이력들과, 그동안 이야기 해 온 사정들. 많고 세세한 이슈들.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던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계약직 의사에게 나를 인계해 버렸다. 물론 기록이야 있지. A4용지로 뽑으로 수백페이지나 되는 내 기록들이. 이 사람 미어터지는 곳에서 하루에 수십명씩 진료를 보면서, 내 기록 꼼꼼히 챙겨 보겠는지 솔직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 뭐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