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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로이, 쓸 수 있을 때 썼어야 했다. 무지와 안일함이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에 하나를 쓸모없게 만들었다.

 



얼마 전, 의사에게 이제 더 이상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는 그래도 젊으니 치료를 포기하기에는 좀 그렇고

이제 효과는 떨어지고 비싸기만 한 항암제라도 써야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걸까?


지난 25년 8월에 위암이 재발하여 복막으로 전이되었다. 이 때 내 아내는 내 유전자 검사결과를 토대로 빌로이라는 좋은 신약이 있고, 비싸지만 비급여로 처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담당 주치의에게 이야기 했더니 담당 주치의는 현재 쓸 수 있는 표준항암치료제가 존재하는데 굳이 그걸 시도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하였다.


이 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그럼 지금 주치의가 이야기하는대로 하고, 안되면 그걸 시도해 보면 되지 뭐'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제 좋은 치료수단이 다 떨어졌다는 의사에게 물었었다.


빌로이 라는 효과좋은 약이 있다는 데, 내가 마침 그 약이 잘 듣기 위한 CLDN 18.2 양성이잖아요? 이걸 쓸 순 없나요?

그 약은 쓰고 싶어도, 처방이 불가능합니다.

왜요? 효과가 없을까요?

아뇨. 효과는 있을 것 같은데... 처방할 수 있는 기준 엄격해서, 이제는 환자분에게 처방이 불가능합니다. 제가 범법자가 될 수는 없잖아요?


효과가 있을 거 같은데, 처방 할 수가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100프로 자기 부담이어도 현재 내게 그 약이 최후의 보루 같은데... 그러면서, 내게 옵디보라는 면역항암제를 아직 안써서 그걸 쓰게 될 거 같다는 늬앙스를 풍긴다. 내게는 그닥 효과적인 약은 아니지만... 이라면서. 거기다가 나는 급여 대상도 안되서 비급여로 비싸게 써야 할 거란다.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시츄에이션이다.


이해를 하기 위해 나는 내 검사판독지의 내용을 보았다.


---

*C-ERB B2: negative (0/3, no reactivity or <10%)

*EBV: negative (<10%)

*CLDN18: positive

[moderate (2+) or strong (3+) membrane reactivity in >= 75% of tumor cells ] *Cytokeratin, Clone AE1/AE3: positive in metastatic tumor cells *CLDN18, CDx: positive (98%)

*MLH-1: intact

[moderate (2+) or strong (3+) membrane reactivity in >= 75% of tumor cells ]

*MSH-2: intact

*MSH-6: intact

*PD-L1 22C3

: negative

- Tumor proportion score: 0%

- Combined positive score: <1

- Predominant staining intensity: 1+

*PD-L1 28-8: negative Tumor proportion score: 0%

Combined positive score: 1

- Predominant staining intensity: 1+

*PMS-2 intact

---

여기서 주요내용을 해석하면 이렇게 된다.

1. CLDN 18.2 98% 양성 
- 이는 빌로이 라는 신약 표적 항암제의 효과를 98%나 되는 강력한 양성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기대할 수 있다는 지표이다. 

2. C-ERB B2 (HER2) 및 EBV 음성
- 허셉틴과 같은 HER2 표적 치료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하고, 에프스타인-바 바이러스 음성이다.

3. MSI(현미경부수체 불안정성) 정상
- MLH-1, MSH-, MSH-6, PMS-2 모두 정상으로, 우리몸에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유전자 4가지가 모두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4. 면역항암제 지표 PD-L1 음성
- 암세포 주변에 면역 세포를 속이는 단백질(PD-L1)이 거의 없다는 뜻으로, 이는 키트루다나 옵디보와 같은 면역항암제의 반응성이나 효과가 그리 높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만약, 3번의 현미경 부수체가  불안정성을 보이거나 유전자 복구에 결함이 있었다면 옵디보나 키트루다 같은 면역함암제에 극적인 효과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보시다시피 그것도 아니다.

옵디보는 PD-L1이 score 5 이상이어야 급여가 적용되서 연 2~3백만원 정도 비용이 나오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사용하면 연 4천만원 이상이나올 것이라고 하던데... 이 비용에, 이 기대감이라니...

그에 비해, 빌로이에 대해서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표적을 가지고 있지만 처방이 안된다고 한다. 빌로이는 오로지 아래와 같은 조건에만 처방 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행되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위암(4기)의 1차 치료

이 말은 곧, 아내가 의사에게 물어보던 그 시점이 내가 유일하게 빌로이를 쓸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는 뜻이 된다. 

만약 그렇다는 사실을 우리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그냥 그렇게 넘어가지만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좀 더 그 당시에 여러가지를 알아보고 
고민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렇게 나의 가장 강력했을지 모르는 무기 하나를 무지와 안일함으로 인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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