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암에 걸리면 알게되는 지원 정보들 #3 - 장애인 등록과 복지혜택

 



단순히 암투병을 시작했을 때는 특별한 생각이 없었는데,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니,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을 위한 복지혜택이 많이 있다던데, 죽을 날을 앞 둔 난 해당이 안되는걸까?'

누구도 이런게 있다. 저런게 있다.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직접 찾아볼 수 밖에 없어 찾아보니
단순히 시한부라는 것 만으로는 장애인등록을 할 수 없고, 
정부에서 적용해 놓은 유형에 해당되는 사람만 가능 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 정부에서 생각하는 장애인은 단순히 죽을 날을 앞 둔 사람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 데 신체적/정신적 불편함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투병하는 과정에서 영구적인 장루를 다는 수술을 받았다.
일단 분류에 해당이 되었으니, 궁금증을 하나하나 해결해 보자.

1. 등록가능한 장애 유형은?

이 15개의 유형에 해당해야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다.

장애 유형별로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다르기 때문에,

발급받아야 하는 유형이 어떤 장애인지 확실히 파악한다.

잘 모르겠다면, 근처의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문의하면 종류별 서류로 무엇이 필요한지 친절히 알려준다.



2. 장애유형별 필요 서류 준비


>>전체 장애유형별 필요서류.hwp 다운로드 <<



> 공통 서류 준비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자신의 장애유형을 말하면 

위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자신의 유형에 맞는 필요서류를 안내해준다.

공통서류인 [장애인 등록 및 서비스 신청서] 는 서류 접수할 때 가서 쓰면 된다.


> 1.장애정도 심사용 진단서

서류를 제출하면서 한 번 헛걸음을 하게되었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서 말하는 [장애정도 심사용 진단서][국민연금 장애심사용 진단서] 를 혼동해서 였다.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떼려면, 간호사에게 미리 떼고 싶은 서류를 말해놓아야하는데, 종양내과에 가서 떼달라고 하니, [국민연금 장애심사용 진단서] 를 떼주길래 이름이 비슷해서 이것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확히 [장애정도 심사용 진단서] 를 떼야 하는것이었고...

이 서류는 종양내과에서 뗄 수 없는 서류라, 간호사도 몰랐던 모양이었다. 나의 경우는 장루에 대한 장애정도 심사용 진단서를 떼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술을 했던 외과에 발급 요청을 해서 정확히 이름이 동일한 진단서를 뗄 수 있었다. 서류를 떼는 목적을 명확히 말하면 간호사가 서류를 잘 못 떼주는 일도 줄어든다.

또한 장루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복원이 불가능한 장루 수술을 했다면, 바로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에게 영구적인 장루 수술을 했다는 것을 꼭 명시해 주기를 요청할 필요가 있었다.


> 2. 진료기록지 

진료기록지는, 병원의 의무기록사본 발급처에서 해당 수술을 받기고 관리하기 위해 진료했던 내역수술기록지가 있으면 된다. 복원불가능한 장루의 경우는 신청하기까지 관련 내역만 내도 되지만, 복원가능한 장루는 혹시 복원이 된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 1년간의 서류와 유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전부 제출해야 한다.


> 3. 검사결과지

2번의 자료가 부족한 경우나 합병증 등이 있는 경우에 관련된 자료를 제출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제출할 필요가 없다.


> 4, 5번 항목은 해당하는 사람만 제출한다.



3. 서류접수 및 처리기간

서류접수는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에 접수한다.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서류 내용을 1차적으로 검토하고, 자료를 심사하기위해 국민연금공단으로 보낸다.

접수할 때, 처리 되기까지 2~3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받고,

실제로 내 경우에 통보받기까지 2달하고도 2주정도 걸렸다. 



4. 결과 통보

심사가 끝나면, 먼저 행정복지센터에서 심사가 끝난 서류를 찾으러 오라고 전화가 온다.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한다. 이 서류는 장애인 복지카드 발급신청하러 갈 때 받으면 된다.

그리고, 국민연금공단에서는 결정된 내용에 대한 서류가 등기로 온다.

장애인 등록 결정여부와 장애 등급 분류 판정된 내용, 재심사 주기 및 여부 등의 정보가 서류에 담겨있다.



5.  장애 등급 분류

장애 등급은 두가지 분류이다.

심한장애심하지 않은 장애


앞으로 몇 달 이라는 시한부 통보를 받은 나도, 

당장 신체적으로는 가벼운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심하지 않은 장애로 분류되었다.


허허... 몇 달이나 혜택 받아보겠다고 지금 이 고생인지...^^;;

당장 내일 입원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몇 달씩 걸리는 절차를 밟고 있으면

허무함이 느껴지곤한다.



6. 장애인 복지 혜택


(제가 받은 인쇄물 자체가 흐리게 프린트 된걸로 받아서.... 잘 안보여서 죄송합니다...ㅠㅠ)


내가 가장 궁금했던 혜택은 장애인연금, 장애인주차, 각종 요금 및 세제혜택 이었다.


> 1. 장애인연금

장애인 연금은 국민연금의 장애연금과 혼동하기 쉽다.

둘은 엄연히 다른 제도이며 수급조건도 완전히 다르다.


장애인 연금은 만 18세 이상의 심한장애 저소득층에만 지원한다.

소득기준이 단독 183만, 부부합산 220.8만이고,

재산(대도시 1억3천5백만원, 중소도시 8천5백만원, 농어촌 7천2백5십만원), 

금융(2천만원), 

자동차(4천만원이상, 10년 미만)

제한까지 있다.


그에 비해, 국민연금의 장애연금은 국민연금만 납부하고 있다면,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국민연급법상 장애등급에 따라 지급한다.



암에 걸리면 알게되는 지원 정보들 #4 -국민연금 장애연금

>> https://blog.mooplanet.com/2026/04/4.html


> 2. 장애인주차

우리가 평범하게 생각하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는 권리는

심한장애 중에서도 보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별도로 판정받은 장애인에게만 부여한다.

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장애인 주차불가한 주차스티커를 발급하는데

이를 붙이고 다니면, 공영 주차장 할인을 받을 수 있다.


> 3. 각종 요금 및 세제혜택

심한 장애에만 해당

  • 장기요양보험료 30% 경감
  • 주택용 도시가스요금 할인
  • 전기요금 할인
  • 차량취득세, 등록세, 자동차세, 개별소비세 면제
  • 장애수당(기초 및 차상위계층 2~4만원 지원)

심하지 않은 장애와 심한 장애 공통
  • 지하철, 전철 요금 무료
  • 철도, 항공 요금(심한 50%, 심하지 않은 30% 할인)
  • 전화요금 50% 할인
  • 이동통신요금 35% 할인
  • 인터넷 요금 30% 할인
  •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 지역 건강보험료(심한 30%, 심하지 않은 20% 할인)
  • 소득세 인적 공제(장애인 1인당 200만원 추가 공제)
  • 장애인 의료비 공제(의료비 전액의 15% 공제) 등


7. 장애인 복지카드 신청하기



일반적으로 통합 B형의 신용카드로 발급하는 것이 가장 편해 보인다.

신용카드 하나로 장애인증명과 결제,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하이패스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차량에 꽂아 놔야하는데

혹시 외부에서 장애인등록증을 보여줘야 하거나, 결제할일이 생기면 잊지말고 뽑아서 가지고 다녀야한다.

평소에 하이패스카드는 차량에 꽂힌채로 잊혀 지는 존재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 없는 수중에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것 같다.


8. 하이패스 등록


2가지 방법이 있다.

지문단말기에 일반하이패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일반 단말기에 복지카드를 이용하는 방법.


어느쪽이든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다면, 무상으로 지원된다.


지문단말기를 사용하면, 일반하이패스카드를 꽂아놓고, 복지신용카드를 자유롭게 들고 다닐 수 있다.

단, 하이패스를 지나가기 전에 항상 장애인 본인이 지문인증을 그 순간에 해줘야한다.


일반단말기를 사용하면, 복지카드를 하이패스에 꽂았다가 필요할 땐 빼서 들고다니며 증명해야 하는 대신에, 별도로 지문인식을 해 줄 필요는 없고, 장애인 본인의 탑승여부는 장애인 본인의 휴대폰 위치정보를 자동으로 확인하여 증명하게 된다.

어느 쪽이든, 장애인 본인이 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매번 지문인증하고, 차량에 붙어있는 기존 하이패스 기기와 별도로 단말기를 설치하느니

그냥 복지카드를 넣다 뺏다 하며 쓰는 것이 나아보인다.


끝.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026년 3월 26일 - 항암치료를 하는데 왜 발가락이...

  왼쪽 엄지 발가락이 부어올랐다. 통증 자체는 꽤 오래 전 부터 있었지만, 그냥 늘 그랬던 것 처럼 괜찮아지겠지... 하고 잊고 지내다가 오늘에서야 이렇게 부어올랐다는 것을 인식했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부었던 거지? 동네 외과에 가보니, 내성 발톱으로 인해 발톱 아래쪽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찬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보통은 왠만한 내성발톱으로는 이정도까지 되지않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며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런거 같단다. 아주... 이제는 별에 별 곳이 말썽이구나. 발가락을 조금만 째고 고름을 빼내겠다는데, 마취주사를 맞는게 더 아플거라고 하면서, 마취없이 발톱과 발가락 사이를 칼로 쨋다. 으으으윽...!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큰소리를 지르지 않게 이를 악물며 신음소리를 내면서, 머리 속으로 독립투사님들 떠올렸다. 아... 숭고한 영혼을 지니신 독립투사 선조들이시어. 일제의 고문 기술을 내 이렇게 체험해 보옵니다. 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 저도 저의 작고 소중한 존엄을 지키겠나이다. 대한민국 만세... ...... ... .

소네트집 16 - 윌리엄 셰익스피어

  어째서 그대 보다 강한 방법으로 이 잔학한 폭군인 시간 공격하지 않는가? 어째서 내 불임의 시보다 복된 수단으로 파멸에 처한 자신을 요새처럼 보호하지 않는가? 이제 그대 행복한 시간의 정상에 서 있고 채 가꾸지 않은 지천의 순결한 정원들은 그대 살아 있는 꽃들 심기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대 초상화보다 더 그대 같은 꽃들. 시간의 붓도 내 이 서툰 펜도 그대의 가치 있는 내면과 아름다운 외양 사람들 눈에 그대답게 생생히 그려 낼 수 없지만, 자식은 그대 그 모습 소생시키리.   그대 내어 주는 것이 그대 영생 가져오는 것.   그대 달콤한 재주로 그려 낸 대로 그대 살게 되리. - 소네트집 1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번역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하면 자연히 따라오는 죽음도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우리가 존재하였다는 흔적은 나와 그녀가 만나서 사랑하였다는 기록은 우리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걸까? 아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흔적을 지닌 세 명의 아이들이 있지 않은가? 아이들 하나하나가 우리의 눈,코,입... 마음까지 나누어 지니고 있다. 내가 직접 보지 못하였던 아내의 어린시절을 간접적으로 나마 보기위해 그렇게 원했던 딸을 얻지는 못하였지만 우리의 아들들은 아내의 부분 부분까지 전부 나누어 가지고 있다. 아...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과 그 아이의 아이들 속에서 남아 있을 수 있겠지. 우리가 이 세상에 있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우리가 사랑하였다는 사실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2026년 4월 5일 - 입원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에 기로에 놓였다.

  오늘은 항생제를 먹다가 거의 한 시간 정도 구토 하느라 고생했다. 항생제 알약 크기도 못 할 정도로 장 통로가 좁아졌는지, 항생제가 가슴 부위에서 턱 막혀서 계속 구토를 유발하는 것이었다. 식사를 하는 것도 먹는 종류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중이다. 어떤 음식은 조금만 먹어도 토하고, 어떤 음식은 그럭저럭 넘어간다. 하지만 어쨋든 섭취되는 총량으로 보면 결국엔 얼마 못 먹고 있다는 게 사실이다. 나름 열심히 먹고 있는데... 2~3시간 동안 작게 자른 닭고기 조각을 네 조각 정도 먹거나, 밥 한 숟가락 말은 국을 겨우 먹는 정도이다. 솔직히 먹어서 배불러 지는 속도보다 배고파 지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 지금은 입원을 할지 말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시기 인듯 하다. 머리로는 이제 슬슬 입원해야 할 때라고 느끼지만, 마음은 버틸 수 있을 때 최대한 버티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아직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입원하고 싶지 않다.

2026년 3월 22~25일 - 말기암 환자는 감기가 너무 무섭다.

  [3월 22일] 감기 기운이 생겼다. 목에 가래가 끼고, 콧물이 흐르더니 저녁이 되니, 열이나기 시작했다. 열이 나니까 춥고, 기운이 쏙 빠진다. 아무래도 이틀전에 막내가 먹다남긴 밥 한숟기락을 나도 모르게 내 입으로 처리해 버린 탓인 것 같다. 음식이 남아 버려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을, 항암 치료를 하면서 애써 눌러왔는데 그 때는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남긴걸 정리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입에 넣고 아차 해버렸다. 뭐 요 밥 한숟갈로 별일 있겠어? 하고 넘어갔는데 결국 이 꼴이다. 38도 이상으로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면 응급실에 가야한다고 가이드가 있었기 때문에, 비상모드에 돌입했다. 응급실에는 너무 가기 싫기도 하고, 가봤자 어차피 항생제와 해열제를 맞는 정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버텨야 한다. 37.9도. 아슬아슬하다. 해열제를 입에 털어넣고, 제발 열이 떨어지길 빌면서 잠 자리에 든다. [3월 23일] 열이 계속 오르락내리락한다. 해열제를 먹으면 열이 잠깐 내려갔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른다. 4시간 간격으로 타이레놀 650mg을 계속 먹었더니 37.3~37.5도 사이로 체온이 유지가 된다.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동내 병원으로 항생제를 받으러 갔지만 아직 항생제 줄 정도의 증상이 아니라고 처방해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의사는 응급실로 갈 것을 권하는데 내가 지금 그 응급실에 안가려고 여기 온 거다!  라고 속으로 외쳐주고, 웃는 얼굴로 무시해 주었다. 그나마 콧물 가래약 정도는 처방을 해 주었다. 어쩔 수 없지. 다시 알아서 열 관리 비상모드에 돌입한다. 지침은 가는게 맞겠지만,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는 것 말고는 아직은 몸상태가 그리 나쁘지도 않고, 이렇게 별 것도 아닌걸로 매번 응급실에 가서는 몸과 정신이 버텨나기 힘들다. 일단 독감이 아니라는 건 알았으니 됐다. [3월 24일] 혹시나 단순한 감기가 아닐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증상이 점점 완화되고 있다. 열도 38도 위로는 올라가지 않게 잘 조절된다. 어제까지 힘...

2026년 3월 30일 - 말기 암환자는 종종 눈물을 흘린다.

  몸무게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겨우겨우 지켜온 60kg 대가 한 번 뚫리니, 악재에 떨어지는 주식 차트처럼 바닥없이 떨어질 기세다. 오늘 아침에는 아내와 아이들을 전부 그들의 일상으로 보내놓고 집에 홀로 남아, 늦은 아침밥을 먹으려는데 음식이 도저히 들어가지가 않았다. 요즘들어 아침에는 장이 완전히 막힌 것 처럼 음식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다가 저녁쯤 되면 장이 운동할 마음이 생기는지 좀 음식이 들어가는 패턴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기어이 죽같은 밥을 한 번 넘겨보겠다고 밀어붙이다 토를 하고 거울을 보니, 갑자기 내 신세가 너무 처량하게 느껴져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족 모두가 자기 일을 하러 가고 홀로 남아 적막한 집에서 눈물을 흘리는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북받쳐 올라 급하게 휴대전화를 들고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와서 좀 도와줘... 도대체 뭘 도와달라는 건지 나도 몰랐다. 모르지만 그냥 와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내 말을 가만히 들으시더니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바로 갈떼니 조금만 기다리고 하셨다. 어머니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머니가 내 집에 갑자기 준비하고 오려면 사오십분은 걸린다. 전화를 끊고 십분정도가 지나니까 격분한 파도처럼 들어닥치던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고, 이성이 사고와 함께 돌아왔다.  어머니가 갑자기 오셔도 뭐 특별히 할 것도 없는데... 왜 불렀지? 갑자기 돌아온 제 정신에 나는 급하게 다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벌써 출발했어? 응 출발 했어. 금방 갈테니까 좀 누워서 쉬고 있어. 아... 다시 생각해보니까, 엄마가 올 정도까지는 아닌데 괜히 엄마 쉬지도 못하게 불렀나 해서... 아냐, 안그래도 오늘 너 혼자있는다고 하길래 한 번 가 볼까 생각하던 참이었어. 금방 도착하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고 끊어. 쇼파에 멍 하니 앉아있다 보니, 현관에서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어머니가 도착했나 보다. 급하게 도착한 어머니는 운전하면서 우셨는지 눈시울이 붉었다.  ...

2026년 3월 21일 - 이리노테칸 5회차 + 1일. 부작용이 없어도 불안해

  항암 치료를 받은 다음 날인데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울렁거리는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인 듯 하다. 이게 몸이 항암제에 잘 적응한 건지... 항상 있던 부작용이 없으니까 기분이 묘... 하다.  항암제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인 듯 하다. 허... 참. 부작용이 덜하면 덜한대로 더 좋아해야 하는데 이 것 조차 그냥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가 없다. 이리노테칸을 맞으면, 장이 열심히 움직인다. 이게 상당히 기분나쁜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 격렬한 장의 움직임이 음식을 잘 넘어가게 만든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덕분에 항암을 하고 난 다음에는 밥맛이 없긴하지만, 먹는 것 자체는 오히려 평소보다 편하게 먹는다.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는 날이다. 나는 아무의 방해도 없이, 하루내내 굴을 쓰는 데 집중한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티비나 보면서 멍때리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이상하게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감에 못 이기고 이렇게 글 쓰고 있다. 요양말고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환자가 되어서도, 무언가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지 않으면 못 견디는 이 성격에 잠시 쓴 웃음을 짓는다.

[구매후기] 스타벅스 초콜릿 크런치 케이크

  요즘 스타벅스에 가면 New 라고 붙어있는 걸 그냥 시켜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신제품이라고 딱지 붙은거 먹어보면서, 만족스러웠던 비율이 절반도 되지 않은 듯한 기억을 되짚어 보면 그리 이성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렇다. 이 행동은 요새 별다른 여흥이 없는 삶에 찾은 작은 재미인지도 모르겠다. 뽑기라고 해두자. 오늘의 선택은 제발 당첨이어라... 오늘 선택한 신제품은 그동안 자주 시켜먹었던 '진한 가나슈 9 레이어 케이크' 의 변형인 듯 하다. 가격이 올라가고, 초코 곰보가 생기면서, 피부가 더 거뭇거뭇 해 졌다. 그리고, 초콜릿 크런치면 무심코 롯데 크런키 초콜릿의 맛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이 크런키 초콜릿을 좋아해서, 군것질을 많이 하던 때에는 거의 매일같이 먹기도 했다. 오늘도 포장을 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아놔... 분명 조심히 잘 가져왔는데... 이 집에서 포장하면 항상 이런 결과가.... 다시 세워놓고 한방 찍어 주고... 작은 접시에 옮겼다. 아... 또 사진하고 많이 다르네. 그냥 가나슈 케익이랑 다른게 잘 보이지 않는다. 내 초콜릿 크런치 어디갔어? 먹어봐도... 쉽게 찾을 수 없다. 먹다가 드디어 발견한 초콜릿 조각을 찍어 보았다. 맛은 원래 먹던 이전 버전의 가나슈에 초코릿 층의 비중이 늘어나다 보니 비슷한 맛에 더 느끼한 듯한 기분을 주었다. 거기에 초콜릿 크런치 케이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조금 들어간 크런치 조각은 그리 아삭하지도, 맛있지도 않았다. 원래 있던 저 가나슈 케이크가 없어지고, 이게 메뉴에 들어와 있던데... 맛있게 잘 먹던 가나슈 케이크 돌려달라고 시위해야 할 판이다. 그래. 이쯤이면 인정하자. 오늘의 뽑기는 꽝이다. 끝.

[소일거리] 소음이 심한 화장실 환풍기 수리

아파트가 연식이 쌓여 가면서, 저처럼 아파트도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집에서 따로 할 일도 없는 저는 컨디션이 될 때, 이런 소일거리를 찾아서 시간 떼우기를 종종 한답니다..ㅎㅎ 이번에 저희 집에서 발생한 문제는 엄청난 화장실 환풍기 소음이었는데요. 화장실 문을 닫고 환풍기를 틀어도 심하게 느낄 정도로 시끄러운 소음이었죠. 도대체 뭐가 잘 못 되었길래 이럴나, 하루 날 잡고 뜯어 봤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환풍기의 자동 댐퍼가 열리지 않아서 그렇더군요. 환풍기를 틀면, 환풍기 기기내부에 공기가 통하는 문이 열렸다가, 끄면 냄새역류를 막기위해 닫히는 그 댐퍼입니다. 댐퍼가 열리지 않는 이유가 단순해서, 그 조치도 단순했습니다. 댐퍼를 열어주는 연결부위와 댐퍼와 닿는 부분을 깨끗이 닦아주고 기름칠(그리스)만 해주면 됩니다. (닦기 전에 동작을 보니 가끔 댐퍼가 열리 때 보면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힘겹게 열리더라구요. 아파트 주민게시판에 예전 글 들을 보면 그냥 단순히 청소하니까 해결됐어요! 하는 글들이 있었는데, 다들 이 부분이 해결되서 그런것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뜯어보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십자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며 되거든요. 제일 위에 사진의, 저 가장 겉에 튀어나온 네모 부분은 그냥 손으로 잡고 당기면 툭 쉽게 분리됩니다. 그러면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죠. 가운데 동그란 걸 돌리면 나머지 네모판도 자연히 분리되서 떨어집니다. 그러면 천장이 네모낳게 뚫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사진에서는 안보이지만, 저 타공 부위에 환풍기가 걸쳐져 있죠. 저 구멍 안에 있는 환풍기 본체를 잘 꺼내서 덕트(은박지 같은 통로)와 환풍기 본체에 연결되어 있는 나사 하나를 드라이버로 풀고, 전원커넥터를 빼기만 하면 환풍기를 천장에서 빼낼 수 있습니다. 대략 이런식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본체에 연결된 원통형 덕트는 단순히 나사로 느슨하게 해서 분리할 수 있어요!) 분리하고 나면 문제가 되었던 댐퍼는, 덕트에 연결되어있떤 구...

[일기] 2026년 2월 3일 - 이리노테칸 항암제 2회차 투여

이리노테칸을 두 번째 맞는 날이다. 진료 시에 지난 부작용의 내용을 이야기 했더니 부작용 방지 약이 좀 바뀌었는지 첫 번째 맞을 때 심했던 복통과 울렁거림이 거의 다 사라졌다. 다만, 맞은지 6시간 정도가 지나자 배가 땡기는 증상이 심해지는게 속이 비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걸 먹어야 좀 나아질까 하고 연두부, 미역국, 계란감자 샐러드를 조금씩 시도해보다가 실패하고 참마단호박차를 마시면서 증상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공복 상태가 되면 배가 땡기는 증상이 평소보다 더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공복이 되기 전에 무언가 꾸준히 먹어서, 사전에 방지하려고 노력하는데 위도 없고 장 수술도 두번이나 하고나서는 무언가를 많이 먹어 속을 든든하게 만드는게 안돼서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하는게 좀 곤혹스럽다. 이게...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무언가 먹는데 소비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내가 본래 그나마 먹는 것을 많이 좋아하던 사람이라 이렇게 버티고 있지 무언가를 먹는다는 행위가 내게 이렇게 고통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