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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5일 - 암은 나를 죽이지 않는다.

  아침부터 음식물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어제 먹은 미역국 탓인가? 하루 내내 가벼운 음식도 넘길 수가 없다. 그나마 저녁 부터는 조금 나아져서,  조금이나마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저잔사식을 먹어야한다는 주의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미역국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어제의 나를 저주한다. 음식물이 넘어가지 않을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인다. 어딘가에서 자라난 암이 또 음식이 지나가는 길을 막을 까봐. 그리고.. 그대로 다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까봐. 그 상황이 되면, 그걸로 끝일까봐. 이제는 안다. 암은 나를 죽이지 않는다. 암은 나를 마르게 할 뿐이다. 암 이라는 기생충에 계속 이렇게 빨리다 보면 나는 병걸린 고목나무처럼 말라 가죽만 남게 되겠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 속의 제주도 방언은 외국어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한강 작가의 스페셜 에디션을 사두고, 마치 전시용으로 구매한 것 처럼 거실 한 편에 잘 보이도록 방치하던 나는 , 병원에 입원하게 하고나서야 처음으로 '작별하지 않는다' 를 펼쳐 보았다. 그리고 소설 속 서사와 묘사에 한없이 빠져들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소설 속의 제주도 방언은 어떻게 외국어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우리에게도 생소한 이 표현들로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크게 네 가지 전략으로 정리해 보았다. 1. 감정적인 농도를 높히는 단어선택 전략 제주도 방언을 그 나라의 방언으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다. 방언을 그 나라의 표준어로 번역하되, 적절한 단어 선택을 통해 그 문장이 가진 감정적 농도를 높인다. 제주 방언이 가진 투박하지만 절절한 정서를 단어 선택을 통해 보충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난 말이우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라는 원문은 단순히 "That's what I'm saying" 이라고 하지 않고, 인물의 절박함을 담어 "It was as I told you," 또는 "Listen to what I am saying," 처럼 상대의 주의를 끄는 간절한 어조를 선택한다. 이로인해 사투리의 형태는 사라지지만, 그 말을 내뱉는 노년 여성의 '강단'과 '슬픔'이 문장에 실리게 된다. 2. 고유명사를 유지하고 맥락적으로 주석을 다는 전략 번역이 불가능한 제주의 지리적, 문화적 단어들은 그대로 살려서 그 이질감을 '존중' 한다. 예를 들면, "Oreum"(오름), "Gotjawal"(곶자왈) 과 같은 단어를 'Hill' 이나 'Forest' 로 뭉뚱그리지 않고, 문맥 속에서 "The volcanic cone known as an oreum" 처럼 기술하거나, 제주 4.3의 상징...

[일기] 2026년 3월 3일 - 빠르게 지나가는 하루, 빠르게 떨어지는 모래시계.

  하루의 일과가 점점 체계가 잡히고 있다. 투병하는 환자의 일상으로부터 내일 세상이 끝나더라도 오늘은 담담히 사과나무를 심는 농부의 모습으로. 나의 시간은 보다 더 의미있게-혹은 바쁘게 채워지고 있다. 시간은 일상을 연료로 하는 열차처럼 채우는대로 가속하여 눈 깜짝할 새 하루의 종착역에 도착한다. 나는 불안해 진다. 얼마 남지 않은 나의 모래시계가 다 떨어질까봐.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열차가 멈추어 버릴까봐. 하루가 지나가는 속도가 현기증나게 느껴질 때마다 조금, 아주 조금은 두려운 생각이 든다. 내 열차의 종착역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하늘에 온통 햇빛만 가득하다면 - 헨리 밴 다이크

  하늘에 온통 햇빛만 가득하다면 헨리 밴 다이크 하늘에 온통 햇빛만 가득하다면 우리 얼굴은 시원한 빗줄기를 한 번 더 느끼기를 원할 겁니다. 세상에 늘 음악 소리만 들린다면 우리 마음은 끝없이 이어지는 노래 사이사이 달콤한 침묵이 흐르기를 갈망할 겁니다. 삶이 언제나 즐겁기만 하다면 우리 영혼은 차라리 슬픔의 고요한 품 속 허탈한 웃음에서 휴식을 찾을 겁니다. 내 삶을 돌아보면 하고싶은대로 하고싶은 것 하면서 마음껏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마흔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특별히 이르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않았다. 그저 여기까지가 내게 주어진 시간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기다릴 뿐 평온하고 쉬운 길 보다는 어렵고 도전적인 선택을 하여 그 험난함과 성취감을 즐기느라 치열한 삶을 살아왔기에 비명횡사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조용히 정리할 수 있도록 평온한 슬픔의 시간을 마련해 준 암이 조금은 고맙기도 하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입원생활 안내 (면회, 주차, 보호자 상주, 냉장고 등)

  1. 보호자 상주 기본적으로 인천힘찬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보호자가 상주할 필요가 없다. 간호간병통합 서비스로 보호자가 해야 하는 기본적인 역할들을 병원에 상주하고 있는 간병인력 들이 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집중적인 간호가 필요한 경우 보호자가 상주 가능하므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경우 보호자 상주 요청을 하도록 하자. 2. 면회 면회시간은 사진에 명시된 대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어른 방문객의 경우 통제가 엄격하지 않으므로 눈치껏 들락날락 하도록 하자. 어린아이의 경우는 면회시간 이외에는 병실에 들어오는 것이 제재 받을 수 도 있다. 3. 식사 환자에 대한 식사 이외에도, 요청하면 보호자 식사도 제공받을 수 있다. 특별식도 존재하여, 18,000원 비급여 부담을 하면, 요일별로 정해져있는 특별실을 요청할 수도 있다. 4. 회진 매일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에 주치의 선생님이 회진을 한다. 이 시간대에는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것이 좋고, 궁금한 것이 있다면 미리 적어두어, 방문 시 물어보도록 하자. 5. 샴푸 스스로 씻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일주일에 두번씩 상주 간병인력이 머리를 감겨준다. 특별히 요청할 것 없이 때가 되면 머리를 감겨주길 원하는지 물어보러 오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느끼면 감겨달라고 하면 된다. 6. 호출벨 각 침상 머리쪽에 호출벨이 달려있다. 의료요청이 아닌 사소한거라도 필요한게 있다면, 미안해하지 말고 호출벨을 눌러 사람을 부르도록 하자. (간병인력이 물 떠달라는 요청까지 들어준다.) 7. 탕비실 정수기와 전자레인지가 탕비실에 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8. 냉장고 4인실에도 침상마다 옆에 작은 개인냉장고가 있다. 냉동기능은 없다. 개인용이므로 편하게 사용하자. 9. 잠금장치 사물함 잠금장치가 달려있는 사물함이 존재한다. 외출 시 등에 귀중품을 보관할 일이 있다면, 이곳에 보관하고 잠궈두자. 비밀번호를 잊었다면, 상주 간병인이 마스터키로 열어준다. 10. 서류신청 보험사 등에 제출해야 할 서류가 있다면, 퇴원 2-...

[일기] 2026년 3월 2일 - 쓸데없는 참견. 아직 남은 자존심.

  장모님, 장인어른이 오셨다. 예전에 잘나가는 식당을 하셨던 장모님의 음식 솜씨는 여전했다. 장모님의 음식은 언제나 반갑다. 그러나 그에 대한 청구서처럼 따라오는 장인어른의 걱정어린 조언과 주변 사례는 사양하고 싶다. 동굴같은 울림통을 가지고 계신 장인어른은 작지만 단단한 바위같은 분이다. 만나면 늘 과거에 벼슬을 하신 조상님 부터 시작해서, 병원 원장이었다가 은퇴한 의사 친구를 가진 것에 대한 자랑이나, 교수였던 친구. 자신의 말이라면 꿈뻑 죽는다는 주변 동네 동생들까지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저음의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 처럼 끊임없이 하시는 분이다. 듣고 있으면 정신이 멍~ 해지면서, 저주파의 울림에 귀에 통증이 느껴지는 듯 한 기분을 느낀다. 한 때, 대기업 다니다가 당당히 나와서 유망한 사업을 하던 사위로, 그의 이야기 속의 한 자리를 차지하던 나는 이제 장인 어른께는 늘상 걱정받아야 하는... 딸을 고생시키는 못난 사위가 되어 버렸다. 장인어른은 오늘도 만나자마자 위암에 걸렸다가 지금은 20년째 잘 살고 있는 옛날 동창이야기를 하셨다. 이미 장인 어른과의 통화에서도 두어번은 더 들은 적 있던 이야기였다. "내 동창이 20년 전 쯤에, 위암으로 수술 받았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통 사람이랑 똑같이 밥먹어.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물먹을 때만 좀 얹힌다고 하대~"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병원 원장이었던 의사친구가 한 이야기나 어떤 버섯이나 약재가 좋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쭈~욱 늘어놓으셨다. 아.. 네~ 그렇네요. 그래야겠어요. 하며 영혼없이 적당히 맞장구 치며 이야기를 적당히 흘려넘기고 있었지만, 장인어른은 듣는 사람의 태도 따윈 상관하지도 않고 끊임없이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듣는사람의 반응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본인 할말을 끝까지 하는 것은 어찌보면 장인어른의 강점이다. 지금 우리집에는 우퍼스피커가 달린 라디오가 틀어져있다고 자기최면을 하며, 식후 커피를 다같이 마시고 있는데 장인 어른의 말이 갑자기 내 가슴을 찔렀다...

나에게 남은 항암치료 선택지는? (지금까지의 치료 현황, 앞으로 가능한 선택지)

아직 세 번째 항암치료제인 이리노테칸이 실패라는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예후가 좋지 않고 현재 나오는 증상들이 이리노테칸 항암제가 잘 듣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지금 내게는 두 번째 항암제인 사이람자를 실패 했을 때의 증상이 다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이리노테칸이 실패한다면, 내게 남은 선택지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게 안되면 다음은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거지? 물론, 이 궁금증을 주치의에게 먼저 물어보았을 때, 대답은 암울했다. 만약, 이것까지 실패한다면 사실상 해볼 수 있다는 효과 좋은 약들은(나의 상황에 맞는) 전부 해 본 것이다. 이제는 효과가 불확실한 비싼 약이나 임상실험 정도밖에 방법이 남지 않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주치의는 이렇게 이야기 해 주고는, 아직 이 다음 단계를 이야기 하기엔 지금 항암치료가 실패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더 이야기 하기를 거부하였다.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알아보았다. 나의 상황에 남은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 <현재까지 치료 상황> 1. 위전절제 수술을 하며, 위암 3기 초반으로 암의 기수 확정.(24년 9월 말)  => 수술을 통해 보이는 암은 완전히 절제하였으며, 보이지 않고 남아있을 암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첫 번째 항암 치료를 시작. 2. 1차 항암치료. 젤록스 요법(옥살리플라틴+젤로다) 8회차 치료까지 계획한 대로 완료(25년 4월 중순) => 이후 CT 검사에서, 복막근처에 약간의 흔적이 보이나 수술하고 남은 흔적으로 추정 함.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치료는 끝내고 추적 관찰만 하기로 함. 3. 장마비/폐색 증상 발생(25년 8월 말) 4. 복막으로 암 전이 및 재발 판정(25년 9월 중순) 5. 2차 항암치료. 사이람자+파클리탁셀. 1회차 수행(25년 9월 중순) 6. 장 우회 수술(9월 말) => 급격히...

[일기] 2026년 2월 25일 - 이리노테칸 3회차 투여 +5일. 음식 넘어가는 느낌이 이상해...

역시 항암치료를 받은지 5일쯤 되면 관련된 부작용이 거의다 가라앉는다. 부작용은 거의 없는데 장이 좀 이상하다. 뭘 밀어 넣어도 제대로 소화되는 느낌이 아니다. 그냥 음식물이 장을 스쳐지나가는 것 처럼 느껴진다. 속이 허한 느낌에 계속 뭔가를 넣어 주기는 하는데 포만감을 느끼지는 못 한다. 떠그락 떠그락. 장 속에서 음식물이 자갈 처럼 굴러다니는 느낌이다. 물을 마시고, 이온 음료를 마셔도 해소되지 않는다. 지나가며 약간의 통증만 일으킬 뿐이다. 그런데, 그런 속에 치킨으로 기름 칠을 하니까   엥..? 갑자기 속이 편해졌다. 막내가 먹고싶다 해서 시킨 치킨 조각이 이런 효과가... 심지어 먹기도 많이 먹을 수 있었다. 이전까지 속에 뭘 넣어도 아파서 조금씩 밖에 못 먹었는데.. 오랜만에 포만감과 함께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이건 심리적인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생각하지 못한 다른 과학적인 이유가 있을까?

암 체험기 #16 - 사이람자 너 마저... (2차항암 치료 실패, 증상)

사이람자 라는 항암제는 암세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혈관을 만들지 못하게 방해하는 '혈관 형성 억제제' 계열의 표적항암제 이다. 주로 진행성, 전이성 암 치료에 사용되고, 위암의 경우 1차 항암치료 후 병이 진행되었을 때 사용한다. 위암에서 복막으로 전이된 나는 수술 이후에도 이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을 병용하여 항암치료를 받았다. 파클리탁셀로 인한 탈모로 머리를 밀긴했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아 1차 항암치료에 비하면 매우 수월한 느낌이었다. 항암치료를 받아도 울럼거림이 없다니... 표적치료제 만세. 평온한 항암치료는 약 두 달 간 진행되었고 7회차 항암치료. 사이람자만 치면 4회차 항암치료 다음 날 부터 다시 악몽이 시작되었다. 음식을 다시 넘기지 못하는 상태가 시작된 것이다. 이 때까지 음식을 먹으면 3분의 2정도는 거뜬히 먹고 컨디션이 좋은 낳에는 1인분도 다 먹을 정도로 회복 되었는데 그 날을 기점으로 먹는 양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하루에 설사를 10회 이상을 하고 먹을 때마다 토해 내는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토 색깔이 커피색으로 진하게 바뀌었다. 토할 때 냄새와 맛이 역해졌다. 흡사 입으로 설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38도를 넘는 열이 하루 이상 지속되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자정을 넘긴 새벽시간대의 응급실은 낮시간보다 사람이 많다. 나는 열도 나고, 계속 토하느라 봉투를 입에 대고 있는 상태인대다가 식사를 제대로 못한지도 오래되어서 있을 힘도 없었지만 응급실을 들어가지도 못하고 대기했다. 응급실인데 응급환자가 들어가지도 못한다. 나 처럼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호명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스무명 정도는 되어 보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마치 외래진료 차례를 기다리듯 다들 평온해 보였다. 나는 숨 넘어갈 것 같이 힘들었는데... 응급실 밖에서 한시간 반여를 끙끙대면서 대기하자 겨우 나를 불러서 수속하고 조치를 해주기 시작했다. 내 차트를 확인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