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스페셜 에디션을 사두고, 마치 전시용으로 구매한 것 처럼 거실 한 편에 잘 보이도록 방치하던 나는 , 병원에 입원하게 하고나서야 처음으로 '작별하지 않는다' 를 펼쳐 보았다.
그리고 소설 속 서사와 묘사에 한없이 빠져들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소설 속의 제주도 방언은 어떻게 외국어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우리에게도 생소한 이 표현들로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크게 네 가지 전략으로 정리해 보았다.
1. 감정적인 농도를 높히는 단어선택 전략
제주도 방언을 그 나라의 방언으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다. 방언을 그 나라의 표준어로 번역하되, 적절한 단어 선택을 통해 그 문장이 가진 감정적 농도를 높인다. 제주 방언이 가진 투박하지만 절절한 정서를 단어 선택을 통해 보충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난 말이우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라는 원문은 단순히 "That's what I'm saying" 이라고 하지 않고, 인물의 절박함을 담어 "It was as I told you," 또는 "Listen to what I am saying," 처럼 상대의 주의를 끄는 간절한 어조를 선택한다.
이로인해 사투리의 형태는 사라지지만, 그 말을 내뱉는 노년 여성의 '강단'과 '슬픔'이 문장에 실리게 된다.
2. 고유명사를 유지하고 맥락적으로 주석을 다는 전략
번역이 불가능한 제주의 지리적, 문화적 단어들은 그대로 살려서 그 이질감을 '존중' 한다.
예를 들면, "Oreum"(오름), "Gotjawal"(곶자왈) 과 같은 단어를 'Hill' 이나 'Forest' 로 뭉뚱그리지 않고, 문맥 속에서 "The volcanic cone known as an oreum" 처럼 기술하거나, 제주 4.3의 상징적인 장소성을 지키기 위해 고유명사 그대로 표기한다.
이러한 전략은 독자에게 이 이야기가 보편적인 비극인 동시에, '제주'라는 아주 특수한 공간의 역사임을 시각적으로 인지하게 한다.
3. 고어 및 시적 표현을 활용하는 전략
제주 방언이 가진 '오래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영어권에서도 일상어보다는 약간 격조 있거나 오래된 느낌의 단어를 선택한다.
원문에는 죽은 자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방언 섞인 한탄이 있는데, 이를 번역할 때 "They went" 대신 "They departed"를 쓰거나, "Dead" 대신 "The perished"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이러한 단어 선택은 성경이나 고전 비극에서나 볼 법한 단어를 통해, 방언이 가진 장어함과 종교적인 경건함을 재현할 수 있게 한다.
4. 방언의 소리보다 문장이 주는 이미지를 번역하는 전략
한강 작가는 소리, 냄새, 촉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묘사를 즐겨 사용하는데, 변역가들은 방언의 '소리'를 번역하기보다 그 문장이 주는 이미지를 번역하는데 집중한다. 제주 방언이 섞인 대사가 나올 때, 그 주변의 눈보라, 얼어붙은 땅, 정적에 대한 묘사를 더 날카롭게 다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물이 방언으로 중얼거릴 때, 그 입술의 떨림이나 하얀 입김, 거친 숨소리에 대한 번역 문장을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서 독자가 그 '소리'를 눈으로 보게 만든다.
이 소설의 번역가들은 "사투리를 사투리로 번역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사투리 번역" 이라고 말한다.
만약 제주 방언을 미국 남부 사투리로 옮겼다면, 독자는 제주도가 아닌 텍사스를 떠올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번역가들은 '방언의 결'을 '침묵과 운율'로 바꾸어 놓았다.
"언어는 달라도 그 속에 담긴 고통의 주파수는 동일하다" 는 믿음이 '작별하지 않는다' 가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린 진짜 이유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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