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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연금술 - 새러 티즈데일

  봄이 빗속에 노란 데이지꽃 들어 올리듯 나도 내 마음 들어 건배합니다. 고통만을 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 겁니다. 빗물을 방울방울 물들이는 꽃과 잎에서 나는 배울 테니까요. 생기 없는 슬픔의 술을 찬란한 금빛으로 바꾸는 법을. - 새러 티즈데일, "연금술", 다시 봄, 장영희 ---------------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을 연금술처럼 찬란한 금빛으로 만들어 줄 노란 데이지꽃 같은 마음의 잔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한 마음의 잔이 나의 고통 뿐만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슬픔도 담아 보듬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행복이 가득한 잔을 들고 오늘도 무사한 하루를 축복하며 건배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일기] 2026년 2월 11일 - 뒷 일을 부탁해.

그동안 망설이며 미뤄왔던 장문의 메세지를 동생에게 보냈다. 너에게 이런 마음의 짐을 지게 해서 미안하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못 다한 장남으로서의 의무를 부탁한다. 그 때가 되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 만큼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부모님 잘 챙겨드려야한다. 오밤중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우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게 이리 곤혹스러운 일 일줄이야. 몇 시간 후 까만 창 밖이 푸르스름하게 물들어갈 때 쯤 동생이 보낸 장문의 답장에 아침부터 울었다. 이제 곧 아내가 방에 들어올텐데 운 흔적이 있는 얼굴을 보게되면,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만들텐데...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냥 쏟아지는 울음을 놓아주었다. 피곤하다. 그래도. 당장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도. 아직 움직일 수 있을 때. 오늘 내가 할 수있는 일들을 해야지. 마치 아무일도 없는. 없을. 사람처럼. 그냥 백수라 할 일 없어 심심한 사람처럼.

[구매후기] 스타벅스 에그 클럽 샌드위치

  이번엔 New 제품이 아니다. 그냥 한 번 먹어보고 싶어서 샀다. 뭔가 특별한 아이디어가 들어가지 않은 기본에 충실한 그런 메뉴가. 마치 편의점에서 사는 제품처럼 나온다. 깔끔히 포장해서. 매장에서 만드는게 아니라 매일 아침 매장에 일정량이 배달되는 것일 거 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이정도면 내용물이 충실하다. 한 입 살짝 베어먹어 보았다.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 느껴진다. 맛있다. 그러나, 나는 먹을 수가 없어 아내에게 주었다. 아내는 또 한입 베어물고 준다며 투덜투덜 대면서도 맛있다면서 그 자리에서 샌드위치를 다 먹었다. 호불호없이 맛있다고 느낄 만하지만, 소화를 잘 못시키는 나는 식빵부분이 뻑뻑하게 느껴져, 저 작은 입 베어먹은 것도 넘기지 못하고 게워내고 말았다. 저번에 먹었던 베이저 시저치킨 샌드위치의 빵은 괜찮았었는데...ㅠㅠ 이런 식빵은 내게는 무리인가 보다. 끝.

[일기] 2026년 2월 10일 - 쿠폰 데이. 퀘스트 중독. 베드엔딩은 거부.

  오늘은 몸의 컨디션이 괜찮다. 이런 날은 그동안 이런 날을 위해 미뤄둔 퀘스트를 수행한다. (퀘스트 - 게임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 주로 게임 속 인물이 플레이어에게 주는 임무를 뜻 한다.) 쿠폰데이. 네이버 지도를 보면서 최소한의 동선이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본다. 먼저 버거킹에 들러서 만 원 할인 이벤트를 활용하여 버거세트를 구입한다. 그 다음은 베스킨라빈스에 들러서 한 달에 한 번 무료로 KT 멤버십으로 받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파인트를 받고, 아내의 지인이 선물로 보내 준 설빙 기프티콘을 이용해 두바이초콜릿빙수를 교환한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이 되어 있는 이 상점가의 경우에는 약국에서도 10% 할인 효과를 받을 수 있다. 마침 나왔으니, 해열제나 감기약 같은 상비약도 구입하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게임할 때도 이러한 퀘스트에 집착한다. 시나리오에 중요한 퀘스트든지, 전혀 상관없는 사소한 퀘스트든지 일단 맡겨지면 해결하는데 집착하고, 할 일 목록이 깨끗히 지워졌을 때 해방감을 즐기곤 한다. 실제 현실 세계에서도 나는 굳이 있는 일, 없는 일을 만들어내서 게임의 퀘스트처럼 정리하여 척척 처리해 내는 것을 즐기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나에게는 실제 삶조차 하나의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리셋이 불가능한 하드코어 모드의 게임이다. 그리고 게임이 베드 엔딩이 되지 않기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암 체험기 #14 - 믿어야 할까? 따로 살 길을 찾아봐야 할까? (임상실험, 다른 치료법, 교차검증 고민)

  이 때쯤 부터였다. 그 동안,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을 그대로 믿고 지켜보던 아내가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암이 3기일 때와 4기일 때, 보호자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듯 했다. 3기 일때는 잘 치료받으면 치료가 되겠거니... 하는 희망이 있지만, 4기 일때는 의사부터 이제 완치는 어렵고 연명을 목표로 치료한다고 하면서 치료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것이 많은 보호자들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가족, 친구, 친구의 가족, 친구의 친구. 조금이라도 의료계나 제약계에 몸 담고있는 사람이 조언을 주면, 아내는 잘 듣고 정리해놨다가 내가 해당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어디인지 조사해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알아본 내용에는 지금 현재 받고 있는 치료를 믿고 그대로 따르는 선택지 이외에 크게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 번째. 임상실험에 참가한다.   항암치료를 받다보면, 환자에게 보다 맞는 치료를 받게 하도록 유전자 검사도 권유 받는다. 나도 이러한 유전자 검사를 받았었고, 그 결과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특정 유전인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내는 제약계의 지인을 통해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내가 참여 가능한 신약 임상실험이 있고, 해당 임상실험의 약이 안정적이고 효과가 좋다는 것, 마침 그 임상실험 참가를 서울아산병원에서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복강내항암요법을 받는다. 이건 이번 사이람자 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알아보자는 의견이었다. 나중에 필요할 때, 알아보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또 몇 달이 더 걸릴지 참여할지 모르니 미리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항암요법은 고대구로병원의 위장관외과에서 주도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아산병원에서 두 번째 수술을 해주신 위장관외과의 의사선생님에게 이 고민 내용을 상담했더니, 당연히 여기저기 어떤 치료법이 더 좋은지 의견 들어보는 것이...

[일기] 2026년 2월 8일 - 이리노테칸 2회차 투여 후 +5일, 부모님에게는 하지 못 할 이야기.

  이리노테칸을 맞은 지 5일째 되는 날이었지만 아직 울렁거림이 있다. 이번엔 1회차보다 더 길어진 것이, 다음 번에도 이러려나 걱정이다. 항암의 부작용의 강도가 약해져 조금 생각할 여유가 생기니 이제는 슬슬 부모님께 남은 여명에 대해 이야기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맨 처음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라는 기간이라는 것에 대해 부모님께도 담담히 이야기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단 수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은 단지 남은 기간의 길이 차이 때문일까. 아니면, 지난 기간동안 부모님이 걱정하고 많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봐서 일까. 지금까지는 이런 중대한 일을 부모님께 숨기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 할 일이었지만 이제는 그냥 이대로 모른 채로,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가지고 계시는게 더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오늘 동생에게만이라도 모든 이야기를 하고 혹여 모를 갑작스런 소식에도 부모님을 잘 부탁한다고 장남으로서, 오빠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

[일기] 2026년 2월 6일 - 이리노테칸 2회차 투여 후 +3일, <사랑. 욕구. 자조.>

  오늘은 어제보다는 좀 더 괜찮지 않을까 했지만 역시 어제와 상태가 비슷했다. 내일은 내내 집에 혼자 있어야하는데 괜찮으려나? 아니면 어쩌겠나. 그냥 버텨야지. 불현듯 아내를 강하게 품에 품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눈앞의 즐거움과 막연하지만 소박한 행복이 미래에 있을거라 당연히 생각했던 그 때처럼 그 때의 감정을 떠올리니 몸이 살짝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내 꼴이... 과연 이제 가능은 한걸까? 라는 의구심이 조금이나마 달아올란던 몸을 순식간에 식게 만든다. 장루주머니는 괜찮을까? 후유증이 더 겪해지지는 않을까? 아내의 몸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까? 아니... 애초에 시작은 할 수 있는 걸까? 내 삐쩍마르고, 여기저기 기워진 몸을 보고 사랑이 아닌 연민의 감정만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해볼 수 있을지 생각하는 내 자신을 보고 자조섞인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서울아산병원 암환자가 자주 다니게되는 병원 내 주요 장소들(종양내과외래, 입원, 채혈실, 약국 등 위치와 설명)

<서울아산병원 전체 약도> 딸랑딸랑딸랑~ 서울아산랜드에 어서오세요~ 라고 입구에서 놀이동산 안내원이 손목을 열심히 돌리고 있을 것 같은 규모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암치료를 시작한다면, 어마어마한 병원의 규모는 둘째치고 그 병원을 가득매우는 인파에 여기가 병원인지 복합쇼핑몰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런게 하루평균 1~2만명 정도의 외래환자가 오고, 그 보호자까지 치면 하루에 몇 만명씩 오가는 것이다. 에버랜드 같은 놀이동산도 주말/공휴일 방문객이 1~2만명 정도라고 하니까... 그 배는 되는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서울 아산병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을지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암치료를 받으며 주로 다니게 되는 서울아산병원 내의 주요 장소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입장 네비를 찍고 병원으로 출발하면, 병원전체 약도에서 우측에 있는 정문 입구를 통해 병원에 들어오게 된다. 들어와서 신관쪽으로 우회전 하여 신관 앞으로 가면 우측에 주차장 입구가 있다. 만약 환자를 먼저 병원 앞에 내려주고 싶다면, 동관 쪽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응급실은 서관에 있으니, 응급실에 갈 요량이라면 서관쪽으로 가면 환자를 최대한 가까이 내려줄 수 있다. 2. 서관 <서관 1층> * 종양내과 암치료를 받기 위한 시설들은 대부분 서관쪽에 위치한다. 외래를 갈 때마다 주 목적지가 될 종양내과는 서관 입구에서 앞으로 쭉가면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종양내과에 바로 갈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종양내과에서 항암을 위해 외래를 받게 되면, 항상 2시간 전에 채혈을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엑스레이도 진료 전에 찍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종양내과 전에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가는 길 우측에 있는 서관채혈실이 된다. 만약 엑스레이를 찍는다면, 동관 2층으로 가게 되고 이 위치는 동관을 설명할 때 정확히 언급하겠다. * 수납과 약국 항암치료를 처음 받거나, 새로운 항암치료를 시작할 때면 종양내과 바로 앞에 있는 종양내과교육실과 영양...

[구매후기] 스타벅스 베이스볼 매실그린 티 와 베이컨 시저 치킨 샌드위치

  오늘도 난 사들였다. New 딱지 붙음 스타벅스 메뉴들을. 이정도쯤 되면 중독이다. 오늘은 딜리버리로 주문을 시켰다. 딜리버리 주문을 시키면 그냥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솔직히 포장상태가 그리 좋은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그냥 스타벅스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진걸까? 나 어느새 길들어 진거야? 나란 남자... 쉬운 남자...  그렇게 2살 연상인 아내에게도 아직 파릇파릇한 대학생일 때 홀랑 넘어가버린걸까. 아, 어제 항암주사를 맞았더니 아직 좀 머리가 헤롱헤롱 한지 쓸데없는 소리를... 본론으로 돌아와서.. 요즘엔 금토일 에는 딜리버리 배송비 무료이벤트를 해주는데, 2만원이 최소 구매기준이라 이를 채우기 위해 전에 먹었던 것 중에 맛있었던 베이스볼 팝콘도 다시 사고, 다른 샌드위치도 하나 더 샀다. 이건 일단 뒀다가 다음에 써야지. 오늘의 주인공 투샷. 음료를 딜리버리 시키면 넘침방지를 위해 저렇게 위에 종이랩을 씌워준다. 랩을 벗겨주니, 드러나는 싱그러운 초록색! 눈으로 벌써 맛있을거 같은 기분을 가지고 한입 먹어본다. 음~ 맛있다. 얘는 성공인데? 내가 요즘 소화기능쪽에 문제가 있는 듯해서 평소에 집에서 25프로 정도로 매실액을 물에 타먹고 있는데 이건 매실 10프로이거나 5프로 정도로 느껴진다. 거기에 더해진 풀향기가 녹차가 약간 들어갔나? 그린티라고 이름이 붙어있으니까 약간 들어간 모양이고 에이드 음료에서 느낄 수 있는 맛도 나는 것 같다. 거기다 큰 빨대를 타고 올라오는 톡터지는 알갱이 젤리가 단 맛을 더해준다. 이건 우리 아이들도 좋아하겠어. 근데 이게 왜 베이스볼 이라는 이름이 앞에 붙었나... 하고 메뉴 설명을 봤더니, 야구장의 그린 필드를 떠올리게 하는 색과 야구공을 연상시키는 보바 토핑이 들어서 그렇다는 거 같다. 그 톡터지는 알갱이 젤리가 보바 토핑이라는 이름인가 보다. 9회 말까지 상큼하게 즐길 수 있는 티 음료라고..? 에이... 그건 오바다. 3~4시간 이면 안에 얼음도 다 녹아서 미지근하고 밍밍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