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예약을 잡은 후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우리나라에서 위암에 대한
대처는 일단 수술이 가능한지 판단 후에 가능 할 경우, 선 수술하고 후 항암을
한다고 한다. 해외의 경우는 먼저 항암치료를 해서 암의 크기를 최대한 줄인 다음에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무엇이 옳은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어찌됐든 나는 외과로 안내받았고, 첫번째 대면한 의사 선생님은 내 내시경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 했다.
"이 위내시경 사진으로 봤을 땐, 제 경험상 4기가 의심됩니다. 저희야 매일같이
수많은 케이스의 내시경 사진을 봐왔기 때문에 딱 보는 순간 상당히 진행된
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 본다면 단순히 위염정도로
판단할 수 있는 드문 케이스예요. 이게 위벽을 따라 얇고 넓게 퍼지는 류여서
내시경 만으로는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환자같은 경우는 여기 다행히
용종이 생겨서, 쉽게 발견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건... 암에 걸려서 불행한걸로 생각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발견되기 어려운게
이제라도 발견되서 치료받을 수 있게 된 행운으로 봐야 할까. 의사 선생님의 말은
계속 되었다.
"지금 상태는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인데, 제가 수술 일정이
현재로써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수술 가능하신 다른 선생님이 계시니까 그
선생님에게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내일은 수술 전에 해야 할 검사받고
수술하실 선생님 외래 진료 받으세요."
이렇게 병원에 와서 이야기 듣는데도,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수술받지 않고 남은
생을 마무리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멤돌았다.
"저... 혹시 수술 받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1년에서 1년반정도 입니다."
그리고 나의 이 이기적인 물음이 와이프에겐 눈물 버튼이 되어버린 듯 했다.
"수술을 왜 안받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아. 우리 가능한 방법 다 써서 일단 치료
받아봐야지."
수술 받고, 항암치료하고 그러다보면 나 일도 못해서 돈도 궁해질것 같은데...
수술비나 치료비가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겠고... 라고 생각은 했지만, 펑펑
울고있는 와이프 옆에서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울고있는
아내에게 간호사는 바뀐 의사선생님의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하며
괜찮을 거라고 위로하는 모습을 그저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 *
바로 다음 날. 다른 의사선생님 진료와 함께 수술 전 검사를 시작했다. 오전 일찍 본
새 의사선생님은 무뚝뚝한 사람이었지만, 그 무뚝뚝함이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밀한 수술을 실수없이 해내는 기계처럼 보이기도해서
왠지 안심이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진료 때도 특별한 이야기 없이 컴퓨터 프로그램같이
정해진 이야기만 딱 하였다.
수술 전 검사에서 문제가 있으면 열흘정도 후에 수술을 하도록 일정이 이미 잡혀
있고, 수술 전 검사에서 별 문제가 없어 수술을 들어가더라도 실제로 배를 열어보고
육안으로 확인 한 결과 암의 전이가 많이 진행되었으면, 수술을 하지 않고 그냥
닫고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앞에서 아내는 또 펑펑 울며 내가 아이만 셋이 있는 한 집의 가장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선생님께 제발 우리 남편 살려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몸이 많이 좋지 않은 환자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없던 나도
이 순간만큼은 비극적인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아내가 의사에게 울면서 살려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이라니... 저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다음 날 수술 전 검사를 위해 병원에 왔는데, 대형병원이라 그런지 정말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이게 무슨 놀이동산에 온건지 병원에 온 건지... 병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하 상가들을 지나칠 때는 이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정도의 인파였다. 정말 세상에 아픈사람이 이렇게 많았던 걸까? 이 사람들이 정말 자신 혹은 자신의 지인이 아파서 다들 여기 와있는 걸까?
검사는 대략 반나절 정도 진행되었다. 피검사, 엑스레이, 심전도검사, 호흡기검사,
CT 이렇게 다섯개 검사를 하기로 했는데, 검사를 하려고 번호표 뽑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역시 많아, 각각의 검사에 대기하는 시사간도 길었다. 검사하는 내내
아내는 내 옆에 꼭 붙어서, 눈 떼면 잃어 버릴 것 같은 아이의 손을 잡 듯이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다른 검사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CT검사의 경우에는 조영제가 좀 문제가 되었다. CT촬영이 끝나고 조영제 주사를 넣기 위해 미리 달아 두었던 바늘을 제거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몸이 가렵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허리 부근만 가려워서 좀 긁고 있었더니, 좀 시간이 지나자 온 몸이 가렵게 느껴져 여기저기를 긁기 시작했고, 가려운 부위에서는 마치 모기에 물린 것처럼 살이 볼록볼록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기 중에 내가 온몸을 긁고 있는 모습을 본 간호사가 가려운 부위를 살펴보더니 이건 조영제 알러지 때문으로 보인다고 이야기 해주고, 알러지 반응을 막아주는 주사를 놓아주고 15분정도 대기하며 상태를 보고 가자고 하였다. 십여분의 시간이 지나니 가려운 증상이 서서히 가라 앉았고, 나는 무사히 검사를 끝낼 수 있었다.
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록
- 암 체험기 #1 - 암에 입문하다. (위암 4기 소견을 듣다)
- 암 체험기 #2 - 알고보니 세상에 암환자가 이렇게 많더라.
- (현재글) 암 체험기 #3 - 이 순간만큼은 드라마 속 주인공(위 전절제 수술 전 진료와 검사)
- 암 체험기 #4 - 꼭 떠나야만 하겠니? to 위장 (수술 전 준비과정)
- 암 체험기 #5 - 안녕, 위장아. 그동안 수고했어. (개복 수술과 회복기)
- 암 체험기 #6 - 끝까지 확실하게 박멸해야 합니다. (암의 병기(기수) 확정과 항암치료 계획)
- 암 체험기 #7 - 내 몸에 융단폭격 (항암치료)
- 암 체험기 #8 - 잠시 일상으로... (재발하기 전까지 폭풍전야)
- 암 체험기 #9 - 매복이다!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막아라~! (암 재발을 알리는 이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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