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경험한 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나 가족 혹은 지인의 처한 상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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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체험기 #1 - 암에 입문하다. (위암 4기 소견을 듣다)
- (현재글) 암 체험기 #2 - 알고보니 세상에 암환자가 이렇게 많더라.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충격의 여파가 지나가고 나면 여러가지 고민거리나 궁금한 것 들이 생긴다. 나의 상태를 누구에게 까지 이야기 해야 할까? 어느정도 수준까지 이야기 해야할까? 내 아이들에게도 이야기 해야할까? 일은 이제 못 하는 건가? 지금 진행 중인 업무들은 어쩌지? 신규계약 건 어떻게 해야하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겨진 기간이 일년정도 된다는게 생각보다 짧지 않다는 것이었다. 당장 소화가 좀 안되는 거 말고는 몸에 불편한 것도 없고, 차분히 내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안도감을 주는 것 일 줄은 아마 직접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르지 않을까?
나는 일단 친가 가족들과 와이프에게만 현재 상황에 대해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는 아직 이야기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되어 숨겼다. 일은 계약 상 최소한의 유지보수가 필요한 일 말고는 전부 정리하였다.
실제로 항암치료(젤로다+올살리플라틴)을 받아보니, 먹는 약인 젤로다(2주복용 1주휴약)의 경우 알약을 목구멍에 넘길 때 좀 힘든거 말고는 특별히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았고, 옥살리플라틴(3주에 두시간이내로 정맥주사)은 맞고나서 3일정도는 어지럼증, 구역감, 혈관통증, 주사맞는 팔 저림(살짝 무언가에 닿기만 해도 많이 아픔)과 같은 것들 때문에 헤롱헤롱 하게 시간을 보내고 5일정도 지나면 거의 모든 부작용이 가라앉아 일상생활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되면 다시 다음에 옥살리플라틴을 투약하기 전까지 업무를 집에서 할만한 컨디션이 되었기에 거래처에 어느정도 양해를 구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주어진 업무를 큰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집안에 마가 끼었는지 내가 위암에 걸리고 나서 4개월정도 뒤에 사촌동생이 대장암에 걸리게 되었는데 이때 사촌동생의 경우 폴폭스(류코보린+플루오로우라실+옥살리플라틴) 항암을 받았고, 이 항암은 48시간 정도 지속적으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케모포트라는 기구를 쇄골근처에 심고 2주에 2일정도씩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신기한건 사촌동생은 항암하면서 자영업을 운영할 정도로 부작용을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찬물은 대지도 못하고, 심할때는 계속 토하면서 일을 했다고 하긴하던데...)
암에 걸리고 나니, 유난히 암에 걸린 사람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전까지는 누가 암 이야기 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나도 암환자가 되니 이 사람도 암이었더라, 저 사람도 암이었다더라 하는 것이었다. 가정마다 암에 걸리지 않은 집안이 없어보일 정도였다. 솔직히 내가 암에 걸리기 전까지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암에 고생하고 있었다는 것을 진즉에 체감할 수 있었다면, 지금 내가 들어놓은 암보다는 훨씬 보장이 좋은 보험을 들어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장이 그리 크지 않은 보험이었던 내 꺼만으로도 이렇게 금전적으로 안도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미 걸린 이 후에는 이제 더이상 내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없어져버린다. 아... 생명보험이나 좀 더 큰거 들어놓을 걸... 이게 가장 아쉬웠다.
암에 걸린 엄마의 친구이야기. 장인어른의 같은 동네 어르신 이야기. 그당시에 이야기 하지 않았었지만, 지금은 완치되신 큰아버지 이야기까지. 그리 멀리가지 않아도 암환자는 바로 근처에 얼마든지 있었다. 듣다보니 1년에 암 발생은 과연 얼마나 되는 걸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2022년 기준 28만명. 갑상선암, 위암, 폐암 순으로 걸린다는 통계가 있었다. 1년에 28만명이라니... 세상에... 2022년에 독감 환자수가 86만명이었다는 사실을 보면, 독감 걸리는 확률과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거기다 기대수명(약 80세)까지 살면 암에 걸릴 혹률은 35프로 내외이니, 3명중 한명은 죽기전에 한번은 걸린다는 소리가 아닌가? 세상에 암환자가 이렇게 많았다니... 직접 걸려보기 전까지 암이 소설같은 시나리오 속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야기였다는 것을 몰랐다는 게 내게는 참 놀라운 일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이제 내게 전화오는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에게 의례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암 보험은 꼭들어라. 한번만 보장해주는거 말고, 재발시 또 보상해주는 류로."
나 참... 보험업계 사람도 아니고.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암에 걸리고 나서 아쉬운거를 뽑자면 암보장 보험을, 그리고 생명보험을 든든하게 들어놓지 않은게 TOP3 안에 드는 걸... 내가 돈을 벌지 못해도, 내가 없어도 가족들에게 돈걱정을 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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